김준권 판화가
김준권 판화가
  • 임현숙
  • 승인 2018.07.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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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평화를 노래하는 화각인(畵刻人)

그림 (畵刻人)

▲김준권 화백이 두주마을 작업실 마당 한쪽 작업대에서 제주보리밭을 판각기 하고 있다.
▲김준권 화백이 두주마을 작업실 마당 한쪽 작업대에서 제주보리밭을 판각기 하고 있다.

판화가 김준권(62), 그는 헌팅캡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열 두어 개의 헌팅캡을 '머리가 없어서, 열 받기 싫어서' 쓰고 있다.

물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백곡 두주마을 끝에 자리한 김준권 화백의 작업실, 김 화백은 판각기가 한창이었다. 그는 “제주도의 보리밭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보리밭이 그 인지 그가 보리밭인지, 김 화백은 인터뷰 내내 그렇게 보리밭 위에 앉아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보리 만들기에 열중했다.

교과서에 소개돤 수묵목판

김준권 화백은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목판 인쇄로 제작한 우리나라 지도를 하나하나 보여줬다.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김정호는 한반도를 목판에 새겨 위성사진으로 찍어내듯 백성들에게 지도를 배포하고 싶었다. 목판기술이다.

김 화백은 “대한민국처럼 이렇게 체계적으로 목판기술이 남아있는 곳이 전 세계적으로 없다. 내 수묵목판 역시 팔만대장경, 고인쇄박물관 등 그간의 문화유산이 기초가 돼 발전해온 것”이라고 했다. 김 화백의 수묵목판은 현재 중학교 교과서에 판화기법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김 화백은 지난 4월 25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평화의 집에 걸릴 작품 중 하나로 '산운(山韻)'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목판화가 비로소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었고 앞으로 북한을 그려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는 당시의 감격을 이렇게 메모했다.

“강물은 흐르게 하고 산은 이어져야 한다. 평화! 남북분단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걸었을 백두대간의 장엄한 모습을 화폭에 담고 그분의 넋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날! 그날이 오면! (죽기전에...)”

김 화백은 한반도 목판의 역사는 고산자 김정호 이래 분명히 한 뿌리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반드시 남북이 문화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서양화가에서 목판화가로

1956년 生, 김 화백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0년 대 민중미술에 발을 들이면서 판화에 매료됐다. 미술교사로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됐다.

굵고 거친 선, 역동적인 표현으로 1990년대 민중 판화가 퇴조를 맞자 그는 백곡으로 거처를 옮겨 더욱 판화에 매진했고 1994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노신(루신) 미술대학 목판화연구원으로 재임하면서 목판화 탐구에 열정을 바쳤다. 김 화백의 한국 목판 기법이 중국과 일본의 전통목판 연구가 기반이 된 배경이다.

귀국 후에는 백곡 작업실에 한국목판문화연구소를 세웠고 전국을 돌며 한국의 풍경과 백곡저수지 등을 목판에 새기며 수묵목판화 작업에 매진했다. 과거 굵고 거친 선에서 마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가 보고 느낀 풍경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화선지에 찍혀 그대로 화폭에 담기기 시작했다.

30년간 목판을 찍으며 행동하는 예술가로 유명한 김 화백, 그는 현재 백곡 두주마을에서 풀도 뽑고 나무도 키우며 왕성한 작품 활동과 전시회로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

판화미술관 전시 “기대된다”

우리는 오는 9월 8일부터 10월 16일, 10월 19일부터 11월 1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천군립판화미술관에서 김준권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관여해 전국 최초로 세워진 진천군립판화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드디어 걸리는 순간이다.

김 화백은 나무에 새긴 30년, 세상에 나온 800여 점의 작품 중 70여 점의 작품을 1,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2010년 이후의 작품을, 2부에서는 2010년 이전의 작품을 초대전 형태로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진천에서는 처음 이뤄지는 초대전인데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진천판화미술관을 소개하고 전문 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생각이다. '산운'처럼 대형작품이 전시될 계획인데 밋밋하게 작품만 보여지면 의미가 없잖나. 재미있는 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진천은 글자 그대로 비산비하(非山非河), 산촌인지 농촌인지 애매하다. 진천에서 20여 점의 작품을 만들었고 모두 서정적으로 맘에 드는 작품들이다”. 그가 내린 진천에 대한 소회다.

김 화백은 지난해에 경기도 안성시에 한국을 대표할 목판화가 6명 등과 한국목판문화원, 목판대학을 세웠다. 자신만의 색채로 유·수성 판화를 넘나들며 미술사에 독보적인 목판화가로 이름을 남기고 있는 김준권 화백, 그가 진천을 기반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며 진천사람으로 남길 희망한다.

임현숙 기자

으로 평화를 노래하는 화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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