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형 충북개발연구원장
정낙형 충북개발연구원장
  • 정선옥
  • 승인 2010.12.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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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표기자의 취중Talk! 서른여덟번째 손님


정낙형 前 부산광역시 정무부시장이 제10대 충북개발연구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심 반갑기까지 했다. 그가 누구인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6년 행시 19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건설교통부에서 주택도시국장, 건설경제국장, 도시국장 등을 지냈고 이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부산시 정무부시장, 부산시 경제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한 이력을 지닌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 전문가가 아닌가? 충북에 그런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그럴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춘 그이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동북아 해양도시를 꿈꾸는 부산광역시의 정무부시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고향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묻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졌다. 얼른 그를 만나 그가 그리는 충북의 미래를 들어보고 싶었다.

Q 이렇게 다시 뵙게 되니 너무 반갑습니다. 충북개발연구원장으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제 욕심이겠지만 내심 기뻤습니다. 충북 출신의 인재들이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우선 독자들에게 충북개발연구원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지요.
A 저 역시 제가 태어난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 충북개발연구원은 1990년 5월 충북도와 시·군, 그리고 지역 기업들의 공동 출연으로 설립된 종합정책연구기관입니다. 충북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경제, 지역개발, 교통, 환경, 지방자치, 사회복지,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에 대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을 개발·제시하고 있습니다.

Q 저는 연구원에 시·군이 출자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진천군도 충북개발연구원의 직접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A
맞습니다. 도 산하기관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연구원의 수요가 많은 곳은 각 시·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북개발연구원은 각 지역을 전담하는 연구원들이 지정돼 있습니다만 저는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원합니다. 취임해서도 연구원들에게 “충북개발연구원을 각 시·군의 부설연구소로 생각하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Q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앞으로 중부4군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A
중부4군은 지리적으로 남쪽은 산지요, 북쪽은 평야지대로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부4군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위치상으로도 수도권과 근접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곳이 바로 우리 중부4군입니다.

Q 고향인 진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 이야기 좀 해 주시지요.
A
누구에게나 고향에 관한 추억이 있겠지만 저는 진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풍요로운 들판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그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지요. 태어난 곳은 안골이라는 곳인데 여름이면 시내가 넘쳐서 학교에 가려면 신발을 벗어들고 물에 떠내려갈까 조마조마하며 친구 손을 꼭 잡고 건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엔 저 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다녔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다가 배가 고프면 근처에 있는 무밭에 들어가 무를 뽑아 먹었습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 주던 인심이었지요.

Q 어려웠지만 간직하고픈 추억 아닙니까?
A
그럼요. 또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가을, 겨울엔 날이 일찍 저물지 않습니까? 중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돌아올라 치면 벌써 해가 떨어지고 날이 어두컴컴해요. 당시만 해도 가로등도 없고, 다니는 차도 없고, 집도 띄엄띄엄 있어서 칠흑같이 어두웠어�. 그 때는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가을걷이가 끝나고 쌓아둔 짚단을 하나 내려서 불을 붙이고는 그 불이 꺼질 때 까지 힘껏 달립니다. 그리고 그 짚단이 다 타버리고 나면 또 다른 짚단에 불을 붙이고는 있는 힘껏 달렸지요. 타들어가는 희미한 불빛이 제게는 너무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Q 진천엔 얼마 만에 오신 겁니까?
A
지난주에 어머님이 전화 하셔서 왔었습니다. 이것저것 직접 농사지으신 것들을 한 보따리나 싸주셨어요. 연세도 많으신데 아직까지는 혼자가 편하신 모양입니다. 어려서 한문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라 주역이나 약학 같은 것에도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계십니다. 동네 분들이 이것저것 물어 오시면 책을 펴놓고 상세히 설명을 해 주십니다. 굉장히 엄한 분인데 자기관리에도 철저하신 분입니다. 집사람도 인정하는 정도니까요.

Q 그런 면에서는 어머님 영향을 많이 받으셨나 봅니다. 원장님도 모든 면에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A
당연히 와야지요. 어머님도 고향에 계신데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며칠 전에도 집사람과 이야기 했지만 고향인 안골에 집을 짓고 싶습니다. 예전엔 덕산에서 맹동·대소·삼성까지 걸어 다녔어요. 진천군과 음성군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덕산을 중심으로 한 동일생활권으로 봐야 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진천·음성 혁신도시는 옛날 신행정수도의 후보지로 거론되었을 만큼 지리적인 이점이 많은 지역입니다. 중부신도시를 진천군의 발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Q 역시 생각의 폭이 일반인들과는 다르시네요.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원장님의 부산 정무부시장 부임은 굉장히 예외적인 인사였습니다.
A
저 역시 부시장 직을 제의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부산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직을 맡아서 어려운 과제 수행을 막 끝낸 참이었는데 행시 동기인 허남식 부산시장이 부산에서 일 좀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시더군요. 아시겠지만 제가 정치권 출신도 아니고 그간 내부 승진자로 채워지던 정무부시장 자리를 맡는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에 있는 동료와 후배들이 많이 독려를 해 주더군요. 가서 할 일이 많다구요. 처음 부산에 내려갔을 때 낙동강 서쪽의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해제해 첨단물류도시를 조성하는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건설, 기존의 항구를 재개발해서 세계적인 미항으로 탈바꿈시키는 부산 북항 재개발, 싱가폴과 같은 세계적 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부산국제금융센터, 동북아 허브항만 육성 등을 위시한 '부산경제중흥을 위한 10대 Vision'을 이루기 위해 태동을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사업이지요.

Q 저도 당시 부산시청에 가서 10대 Vision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사업이더군요. 아마도 허남식 시장은 그 자리에 적임자를 찾아내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A
행시에 합격하고 나서 처음 수습사무관을 하던 시절, 주변에서 늘 하시는 말씀이 내무부로 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되질 않더군요. 건설부에만 죽 있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Q 김대중 前 대통령의 캠페인 구호였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그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계셨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던 것 아니겠습니까? 남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번 부산에 갔을 때 고향 후배로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A
충북 출신의 선배님 중 훌륭하신 분이 정말 많습니다만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여기에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필요하다' 하면 그에 걸맞은 재목을 가져다 쓰는 것입니다. 공급자가 '이렇게 되어야겠다'가 아니라 수요자, 즉 국민이 '여기에는 이러이러한 사람을 갖다 써야겠다' 하면 쓰이는 것이지 혼자서 고집 부려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흐르는 듯이 따라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 충북을 떠난 분들도 충북사람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충북에 이사 와 사는 분들 이야기를 저는 하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태어났건 충북에 와서 충북에 적을 두고 충북의 발전에 기여하는 인물이라면 그 사람은 당연히 충북사람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여담입니다만 부산에서 뵈었을 때 보다는 훨씬 편안해 보이십니다.
A
아무래도 부산에선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와서인지 마음이 편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부담도 큽니다. 부산에서 일할 때 열심히 안 했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곳에서는 보통 이상만 하면 됐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니에요.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우리 연구원들에게도 부탁하는 것이 단순히 행정공무원과의 중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도민들에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되라고 이야기 합니다. 다각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일례로 연평도 사건을 들 수가 있어요.

Q 연평도 사건은 좀 의왼데요, 어떤 뜻에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A
이번에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전 국민의 문제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언뜻 내륙지방인 우리 충북과는 별개의 사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뜻밖의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어요.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투자된 SOC가 얼마나 큰 규모이고 또한 얼마나 많은 핵심기관들이 밀집해 있습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을 봐서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결코 그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안보차원에서라도 국가의 핵심기관을 보다 안전한 중부 내륙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주공항을 살려달라고 애원할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청주에 집중할 것을 내세워야 하는 겁니다.

Q 듣고 보니 일리가 있습니다. 역시 생각하는 스케일이 다르시네요.

A 스케일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며칠 전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2년간 시행됐던 지방 회원제골프장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의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올해 말 종료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이대로 조세제한특례법 폐지가 확정될 경우 당장 내년 1월부터 지방 회원제골프장의 그린피가 2만5,000원 가량 오르게 됩니다. 아무리 골프장이 세수증가 효과가 없다지만 우리에게는 플러스 요인임이 확실합니다. 골프장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딥니까? 바로 우리 충북입니다. 조세제한특례법이 폐지된다면 우리 지역의 골프장들은 경쟁력을 잃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골프장이 무너지면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 필드에서 풀 뽑는 할머니들까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 인근 상권이 무너질 것이 명약관화 한데 이럴 때 중앙정부에 충북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역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 역시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A 사실 충북에서 태어나기만 한 사람이나 초등학교 때 외지로 떠난 출향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인재들을 충북인으로 인정하고 끌어들여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 분들 중 우리 충북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지만 정작 고향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장이나 의원들이 먼저 그분들을 찾아 나서서 도움을 청한다면 그분들은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고맙게 생각합니다. 며칠 전 만났지만 음성 출신의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의 경우도 정말 우리 충북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먼저 그런 분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Q 그렇지요.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과물도 얻을 수 없을테니까요. 이번에 충북개발원장으로 오시게 된 데에는 이시종 지사와의 인연이라고 들었는데요.

A 꼭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 몇 번 말씀드렸지만 제가 이곳에 오게 될 줄, 또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 줄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행시에 합격하고 나서 처음 진천군청에서 수습사무관 시절을 보냈는데 그 때 주변에서 하시는 말씀이 저에게 가급적 내무부에서 일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세상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쓰임새가 있다면 어딘가에는 쓰이게 되어 있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고향의 발전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저로서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지식과 지혜가 고향을 위해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논쟁이 되었던 청주국제공항 수도권 전철 연결에 대해서는 도시계획 전문가로서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수도권전철을 청주국제공항까지 천안에서 바로 오도록 연결할 것이냐, 조치원으로 경유해서 오도록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습니다만 핵심은 돈이 흐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 흐름만 제대로 파악을 한다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제가 부산에 갔을 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인천이 2위 도시의 자리를 넘보고 있어 부산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지금은 배보다 비행기 교통량이 월등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제 때나 그 직후에는 사람이나 물건이 다 배를 타고 다녔습니다. 부산이 국내로 들어오는 관문인 샘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철도가 발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사람이나 고가의 물건들이 이제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댑니다.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야 하는 겁니다.

Q 얼핏 이해가 갑니다만.
A
맥을 짚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이 흘러오는 방향을 보고 연결하면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중심만 잡아 준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민간자본이 해결할 겁니다.

Q 요즘 진천에는 백곡저수지 둑높임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화제입니다. 원장님 개인적인 견해는 어떠신지.
A
69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을 진천군에서 수주하기란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겁니다. 게다가 지방비 추가지원 없이 국비로만 추진되는 사업인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가급적 환경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사업을 수정해 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천군에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 원장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습니다. 우리 고향의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초등학교 때 우등상을 한 번 밖에 타지 못했습니다. 진천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상 한 번 못 받아 봤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청주고에 갈 원서를 써달라고 했더니 담임선생님이 제가 반에서 공부를 얼마나 하는 학생인 줄도 모를 만큼 공부를 잘 해서 눈에 띠는 아이가 아니었다는 이야깁니다. 고등학교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록 지금은 1등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한 분야에서 1등을 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시골에서 공부를 하고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뀐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따른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건 어떤 분야든 관심 있는 분야를 넓고 깊게 공부하라는 겁니다.

Q 어떤 분야건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최고가 되라는 말씀이시군요.
A
옆길로 새는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비단 학생들 공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충청북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남들 다 하는 것을 따라 하지 말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나에서 최고가 된다면 그에 따른 명성과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힘들게 남들을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Q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우리 진천군민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A
우리 중부4군은 국토의 핵심입니다. 사방이 막혀있다는 뜻이 아니라 사방으로 통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유럽 한 가운데 박혀있는 룩셈부르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가 50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금융, 철강, 낙농업이 발달해 인근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부국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 보다는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10년, 20년이 아닌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유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지난여름 부산에서 만났을 때보다도 그는 훨씬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향은 고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학자의 풍모를 지닌 정낙형 충북개발원장은 그와 함께 한 하루저녁을 너무도 값진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특별할 일도 아니건만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참 특별하다. 그는 상대의 생각을 키워주는 재주가 있다. 이런 값진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취중토크의 또 다른 묘미라는 생각을 하며 정 원장과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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