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은 편지를 전하는 전령사 이문희 진천군산림조합장
사랑을 담은 편지를 전하는 전령사 이문희 진천군산림조합장
  • 오선영기자
  • 승인 2008.08.14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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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나누며 사랑을 전달하는 메신저


어린 시절 군인아저씨에게 보낸 위문편지, 친구들간의 우정의 편지, 사랑을 전하는 연애편지, 부모님께 말로는 표현 못한 감사를 담은 부모님 전상서가 이제는 지난 시절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늘상 받는 E-mail 함에 가득 차 있는 스팸 메일과 우편함 가득 꽂혀 있는 고지서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런 시대의 각박함에 반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충북 진천군 산림조합장 이문희씨(6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문희조합장은 그의 집무실을 방문하는 민원인의 부탁을 받아 배우자나 자녀, 부모님, 지인들에게 좋은 글귀와 따뜻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대신 보내주어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10월 취임한 이조합장은 시집이나 수필집, 잡지, 인터넷 등에서 발췌한 글들을 모아 한 권의 파일철을 만들어 놓고 있다. '생활의 오아시스'로 명명한 이 파일철에는 지난 4년여 동안 모은 고사성어를 비롯해 각종 건강정보와 가족·부모의 의미, 생활상식, 인터넷 성범죄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유익하고 알찬 정보들이 망라되어있다. 벌써 이렇게 모아둔 자료가 93개나 된다.
이조합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스크랩 양과 정리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보면서 참으로 놀라움을 느꼈다. 1958년 누님의 결혼준비와 관련한 노트까지 아직 보관하고 있다는 이조합장은 어려서부터 메모하고 정리하는 실력이 남달랐다고 한다. 요즘에도 가끔 들여다본다는 과거의 기록물들은 지난 시간을 되새기고 회상하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메모와 스크랩으로 모아둔 자료들을 혼자서만 보다가 산림 조합장으로 취임한 후부터 좋은 글들을 스크랩하여 다른 이들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사람의 착한 본성을 찾을 수 있는 글들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각박하고 자기주관적 판단만이 팽배해있는 현실에서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글을 주는 이나 받는 이들 모두가 좋은 글귀와 마음을 나누고 있는 편지나누기는 어느덧 진천에서는 입소문이 나있다.
그는 민원인들이 찾아오면 스크랩해둔 파일철에서 맘에 드는 글을 고르게 한 뒤 선택된 메시지를 프린트하고 글 하단에 글을 보내는 이의 이름을 적고 산림조합 봉투에 넣어 내방객이 원하는 곳으로 발송해준다. 의외의 편지한 통에 받는 이의 마음 한켠이 따뜻해져옴은 물론이고 수신인 발신인 간의 사랑이 돈독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뜻하지 않은 편지 글을 받고 감동받은 이들은 이 조합장에게 책 선물로 보답했다. 이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만도 20여권에 이를 정도. 그는 요즘 이 책을 탐독한 뒤 유익한 내용만을 골라 다시 정리해놓는 방식으로 파일철 분량을 늘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젊은 부부에게는 “향기나는 부부”라는 글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글을,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나팔꽃 사랑”이라는 글을 보내는 이에 맞춰 그가 추천하는 글도 다양하다.
이 조합장은 “특별한 의도 없이 시작한 일인데 편지를 받은 분들과 보낸 분들 모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편지를 띄울 생각”이라며 236여통의 편지를 현재까지 보냈고 앞으로도 진천군민 모두가 받아 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마음을 밝혔다.
그가 요즘 보고 있는 책은 명심보감과 목민심서이다. 목민심서는 정치인들에게 특히나 권하고 싶은 글이 많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준이 되는 글들을 나눌 수 있는 이 일이 참으로 보람있다고 한다.
이조합장의 부인 김용은(59)씨나 두 아들과 며느리들에게도 그는 편지를 전하고 있다. 말로써 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좋은 글에 옮겨 담아 편지하는 것이다. 아내는 그의 편지를 자주 보는 화장대 거울 한 켠에 붙여두고 힘을 얻는 다고 한다. 이런 편지를 받은 가족들은 편지로 답하진 못해도 전화를 통해서라도 마음을 전했다. 마음을 담은 한 통의 편지로 이들 가족의 사랑은 더욱 굳건해진다.
또한 그가 전하는 이런 편지를 받은 이들은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건강을,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용서를 선물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편지를 전하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편지를 전하는 이와 받는이, 다시 받는 이가 이조합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모두가 가슴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며 함께 나누는 기쁨을 역설한다.
지난해 10월 진천군 노인대학에서도 이 같은 자료를 근거로 노인들에게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사는 법 30가지를 강의하기도 하고 결혼하는 이들의 주례도 좋은 글귀를 자료삼아 해주고 신혼 부부를 위해 그들의 사진위에 “아내를 위한 보약 30첩”과 “아내가 지켜야 할 30훈”을 적어 액자에 넣어 선물하기도 하였다. 좋을 글을 나누면서 마음까지 전할 수 있는 이 편지 나누기가 진천군민의 마음을 가볍게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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