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노름빚도 갚아야 하는가?
[법률칼럼]노름빚도 갚아야 하는가?
  • 정선옥
  • 승인 2011.02.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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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동 규 법무법인 주성 대표변호사

농촌에서는 겨울철 농번기에 도박으로 인하여 그동안 열심히 모은 재산을 탕진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은 며칠 전 친구가 부친상을 당하여 상가에 갔다가 옆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름판에 끼어들어 제법 많은 돈을 잃게 되었습니다. 갑은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하여 같이 도박을 하던 을에게 차용증을 작성해주고 돈을 빌려 도박을 계속하였으나 그 돈까지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그 후 갑이 돈을 갚지 못하자 을은 갑에게 갑의 유일한 재산인 집과 대지에 근저당권이라도 설정해달라고 요구하였고, 갑은 할 수 없이 을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 갑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집과 대지를 잃게 될까요?

민법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03조).
도박으로 인하여 생긴 빚을 갚기로 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이고, 이는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을은 갑에 대하여 위 도름빚을 갚으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가 없고, 오히려 갑은 을을 피고로 하여 근저당권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자신의 재산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4108 판결 참고).
단, 갑이 자진하여 을에게 도박으로 인한 빚을 변제하거나 을이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이미 채권을 회수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민법은 쌍방이 모두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이미 급부한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민법 제746조)하고 있는데, 갑도 을과 마찬가지로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행위(도박)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법은 불법한 원인에 기하여 불법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반면, 불법을 원인으로 한 급여일지라도 그 이익이 이미 종국적으로 실현된 경우에는 그 반환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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