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용몽리 신평(新平)마을
덕산면 용몽리 신평(新平)마을
  • 정선옥
  • 승인 2011.02.2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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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의 아픔 딛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출발하는 제2의 인생”


신평마을 입구에서 손을 맞는 건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두꺼비 일가족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두꺼비를 집과 재복을 지키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 함부로 건드리는 것을 경계했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두꺼비를 행운과 복, 건강,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 크고 작은 장식품을 만들어 집안에 보관한다. 김천규 이장이 여러 날 발품을 팔아 구해 왔다는 두꺼비 가족 석상의 믿음직스런 자태는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물로서 손색이 없다. 이런 두꺼비 기운이 유효해서인지 볕 잘 드는 터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마을은 한눈에 보기에도 풍요가 넘친다.

■ 새로운 보금자리 신평(新平)
지난 2009년 11월 25일 준공된 덕산면 용몽리 신평마을은 생성된 지 1년 하고도 2개월이 갓 지난 신생마을이다. 잘 정리된 1만평(약 33058m²) 규모의 마을 부지에는 신축한 가옥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덕산면과 맹동면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근 6개 마을에 살던 주민들 중 이곳에 입주를 희망했던 서른여덟 가구가 이미 기반을 잡았고, 계획된 나머지 4가구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입주할 예정이다.
마을 이름인 신평(新平)은 새롭게 조성한 보금자리에서 마을 주민들이 평등하게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긴 했지만 이곳에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고향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다행히 고향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어 더 든든하다는 이들이다.

■ 담 없고 대문 없는 인심 후한 마을
마을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 드는 의문은 모든 집에 대문과 담이 없다는 것이다. 벽돌담을 쌓고 차가운 금속으로 만든 대문을 다는 대신 과일이 열리는 나무를 심고 마을 사람들 심성 마냥 빛깔 고운 꽃을 가꾼다. 이웃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려서부터 한 고장에서 자라 형제자매 같은 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비록 한 마을이 아닌 6개의 자연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양지바른 돌담 아래서 소꿉놀이를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발가벗고 피라미 잡던 추억이 신평마을 사람들의 가슴엔 같은 모습으로 살아있다. 공유한 추억도 추억이려니와 대대로 살아오던 고향을 떠난 실향의 아픔 역시 이들을 묶어주는 끈이기도 하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선 마을 곳곳에 CCTV를 설치해 주민의 안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마을은 인심이 후하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소외계층에 써달라며 1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덕산면에 기탁하기도 했다. 진천군과 군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마을 이주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으니 받은 성원에 보답키 위한 취지였다고 한다.

■ 수대를 이어 번성할 보물섬
인적이 뜸한 여느 시골마을과 달리 이 마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며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야긴데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집집마다 웃음꽃이 피고 자연히 마을이 화목하다.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고향에서 수백 년을 대를 이어 살아 왔듯 이곳에서 자손들이 또 수대를 이어 번성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신평마을은 떠나온 고향만큼이나 소중하고, 또한 앞으로 잘 가꾸고 지켜가야 할 변치 않을 보물섬인 것이다.

■ 공들여 찾은 명당, 기반시설도 명품
이주할 터를 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많은 공을 들였다. 이삿날 하나도 손 없는 날을 가리는 우리네 풍습에 집 한 채도 아닌 마을 터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하다 싶은 땅을 찾으면 전문가를 데려다가 풍수를 보고, 또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땅을 물색했다. 그렇게 어렵게 정해진 곳이 지금의 이 터다.
터만 좋은 것이 아니다. 이주 정책이 결정되고 난 직후 신속하게 움직인 덕에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계획된 설계로 쾌적하고 정돈된 마을이 탄생했음은 물론 발 빠르게 움직인 김천규 이장이 그린홈 사업을 유치해 가구마다 태양열을 전기로 전환시키는 집광판을 설치하고 또 절반가량은 심야전력을 이용한다. 덕분에 이 마을에서는 아무리 전기를 많이 쓰는 집도 월 4천원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초기에 주민들이 부담한 사업비 역시 2년 정도면 너끈히 빠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계획 중인 사업이 있다면 마을회관 옆 공터 소공원 조성사업이다. 이를 위해 마을에서는 이미 근사한 조경수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올해 지원 예산이 줄어 진행이 평탄치 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 아쉬움 남는 전선 지중화사업과 도시가스 배관시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선을 지중화 시키지 못한 점이다. 처음에 지중화 계획을 세웠지만 지자체의 지원 없이 한전의 보조금만으로는 자부담이 너무 커 엄두를 내지 못한 것과 어차피 들어올 도시가스 배관을 마을까지 끌어올 수 없었던 일이다. 토목공사를 할 때 설치하면 포장한 도로를 다시 파내는 일도 없을 테고, 어차피 필요한 시설인데 당장 도시가스가 개통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치되지 않은 점은 지금도 못내 아쉽다.
쭓 살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신평마을은 그래도 살기 좋은 마을임에 틀림없다. 유난히 화목한 마을의 비결을 물으니 워낙 성품이 온화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가 혁신도시라는 큰 타이틀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보상금만 쥐어준 채 쫓아내듯 마을 사람들을 내몬 것에 대한 섭섭함이 앞서는 이들이다. 다행히 신평마을에 입주한 이들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있지만 미처 자리잡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이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난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니 더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누구나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마을,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을 만들려는 노력이 오늘의 행복한 마을을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이다.

■ 남녀노소 누구나가 행복해지는 마을
요즘 마을회관에는 활기가 넘친다. 봄부터 바빠질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을 한편에 매실과 블루베리를 심어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삼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굳이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수익이 나면 노인회 기금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고, 마을 사람들의 산책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본다면 현재 마을회관에 설치된 체력 단련 기구들 외에 고령의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계들이 좀 더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 일과를 끝내고 몸을 풀 수 있는 찜질방과 안전한 목욕탕 시설이 추가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김천규 이장의 말대로 이제는 고령 인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집안의 어르신이 행복해야 집안이, 나아가 사회가 행복해짐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우/리/동/네/사/람/들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

김천규 이장
김천규 이장
저는 우리 신평마을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행복한 마을, 더 건강하신 마을로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어르신들이 중심을 잡아 주셔야 마을이 안정이 되는 법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충분하지만 앞으로도 마을이 이렇게 화합하고 주민들이 우애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미력이나마 주민들과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한 마음, 한 가족 공동체”

김남선 노인회장
김남선 노인회장
여러 개의 마을이 모여 만들어진 동네지만 마을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한 가족처럼 생활하니 너무나 좋습니다. 4대 째 살아 온 고향을 떠날 땐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이렇게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모두가 합심해서 이뤄낸 결과지요
게다가 마을에 젊은이들이 많으니 앞으로 우리 신평마을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살기 좋은 마을이랍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

정삼분 여성노인회장
정삼분 여성노인회장
우리 마을에는 젊은이들도 많지만 또 8,90세 된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마을 회관에 나와 어르신들을 챙겨 드리는 일이 즐겁습니다. 우리 마을 노인회에서는 제가 어린 축에 속하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매일 회관에 나와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아무쪼록 어르신들 모두가 사시는 날 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장님과 협조해 마을일 해결”

박권동 새마을지도자
박권동 새마을지도자
마을에 일이 있으면 이장님과 협조해 해결하고 마을 어르신들 잘 모시는 것이 제 일이지요. 기회가 된다면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도 해 드리고 싶고, 관광도 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얼마나 더 새마을 지도자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을 맡고 있는 동안에는 이장님을 도와 제가 마을에 할 수 있는 일은 성심껏 하겠다는 약속을 이 기회를 빌어 드립니다.




“어르신들이 솔선수범하는 마을”

주명지 부녀회장
주명지 부녀회장
우리 마을은 여섯 개나 되는 마을에서 모였지만 다른 어느 마을보다 단합이 잘 되고 젊은 사람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어딜 가나 자랑할 만하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부녀회장으로서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어르신들 잘 모시는 일인데 정삼분 여성노인회장님이 워낙 열심히 일하시고 늘 솔선수범해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모범을 보이시니 저희가 안 따라갈 수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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