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훈 진천군수 전격인터뷰
유 영 훈 진천군수 전격인터뷰
  • 정선옥기자
  • 승인 2008.10.3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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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취중토크를 두달만에 다시 시작하면서 어떤분을 여섯번째 손님으로 초대할까 고민하다가 평소 유영훈 군수가 술에 약하다는 소문을 듣고 이번 기회에 늘 온화한 선비의 얼굴을 하고 걸음걸이마저도 신중함이 베어있는 그에게 취중토크를 빙자하여 술에 취한 그의 인간적인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보기도 하고 취기를 볼모삼아 지난 2년간의 단체장으로서의 생활을 솔직담백하게 들어보기위해 유영훈군수를 초대하였다.
한 잔 술에도 취기가 오른다던 유영훈군수와 몇 순배의 술잔이 오가고 나니 가을비 내리는 바깥 날씨처럼 자연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이젠 제법 취기가 오를법도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고 평소 술에 자신이 있어던 본인은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취중토크가 역취중토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4시간에 걸친 짧지 않은 인터뷰 내내 확신에 찬 어조로 진천군정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좌중을 압도하는 유영훈군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또다른 면모를 보게 되어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써 매우 만족스러운 취중토크였다.


Q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초등학교 시절엔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집안이 워낙 가난했던 터라 쌀밥을 배부르게 먹었으면 하던 시절이었지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비 마련을 위해 토끼와 병아리를 키웠는데 이 일을 계기로 농촌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잘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4H 활동에 전념하면서 농촌지도자로서의 꿈을 키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촌이 매우 어렵던 시절 아닙니까?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는 주인공 박동혁의 진취적인 정신을 스스로 각인하고 살아왔습니다. 나 뿐만이 아닌 전체가 잘사는 농촌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지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한 농촌운동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겁니다.
그러면서도 내 사업만큼은 남에게 뒤져서는 안된다는 욕심이 있어서 4H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한우 사육을 병행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군정도 사업 아니겠습니까?

Q 연애시절 이야기와 프로포즈 하실 때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사모님께서 허리가 많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난 축제 때 본부식당에 나와 손수 설겆이를 하시던데요…

사실 집사람에게는 늘 미안합니다. 저 때문에 너무 고생이 많습니다. 4H 활동을 하던 시절, 부회장으로 있던 집사람에게 의지를 많이 했습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도 잘 통했고 이런 저런 고민들을 이야기 하다 보니 군대 문제를 상의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참 멋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집사람에게 상록수 한 권을 선물하면서 군대 가 있는 동안 키우던 소를 부탁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순수했지요. 의외로 선뜻 부탁을 들어주더군요. 아이를 낳은 후 아버님이 중풍으로 누워계셨고 어머님도 위암으로 돌아가셨으니 고생이 많았지요.

그리고 누구보다도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91년 도의회 진출 때나 군수 후보로 나설 때도 집사람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이 없었더라면 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하루에 부인과 통화는 몇 번이나 하십니까?

밖에 나와서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두 사람 다 바쁘기도 하구요.

Q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자녀분들에게 아버지로서 과연 몇 점을 받으실 수 있습니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진천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둘째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70점쯤? 그정도는 주지 않을까요?

Q 여담입니다만 아드님이 운영하시는 파크랜드는 매출이 많이 올랐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웃음)아들내외가 들으면 웃을겁니다. 오히려 더 불편해들 하는가 봅니다. 예전에 비해 매출이 20~30% 가량 떨어졌답니다. 괜한 오해를 살까봐 저도 단복 맞추자는 이야기도 못합니다.

Q 매달 지역의 기업체를 방문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매월 2회씩 나름대로 기업체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에게도 기업체와의 1:1 결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결연을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또한 군에서 이만큼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또한 진천이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 일각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조치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던데요. 그럴바에야 열심히 일해 무엇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연공서열에 따른 안정적인 인사를 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튈 때 확실히 튀어라. 일이라는 것이 성사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시도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실패할까봐 두려워 시작도 하지 못한대서야 어떻게 군정을 이끌어갑니까? 우리 직원들이 배짱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성실함으로 인정받던 시대는 갔습니다. 보다 창의적이고 모험심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실패할 때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Q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계시는데요, 특별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으십니까?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날의 스트레스는 숙면을 통해 그 날 풀어버립니다.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희망찬 하루의 시작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리하지 않고 아침에 1시간씩 걷기운동을 합니다. 차분히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지요.

Q 아직도 걸어서 출근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약속이니까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출근길에 만나는 군민들과의 짤막한 대화도 좋습니다.

Q 최근 직불제와 관련해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텐데요.

저는 농부 출신입니다. 81년 초평농협으로부터 받은 모범 농가상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1990년에 매입한 용정리 소재의 논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사실 면적도 1108㎡로 누구에게 대신 부쳐달라고 부탁할 수준도 아닙니다. 주말을 이용해 제가 직접 경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치단체장으로서 직불금문제의 당사자로 거론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럽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지난 해에는 광혜원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랑의 쌀독에 제가 손수 경작한 쌀을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Q 이번주 우리고장의 이슈는 단연 JC 프로젝트였습니다. 과연 어느정도의 실현가능성이 있는겁니까?

사업가는 1%의 가능성이라도 보이면 도전합니다. 그런 도전 정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실질적인 협약시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지금부터는 10번씩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이야기를 실무자들에게 자주 합니다. 책임지지 못할 선은 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도 자체가 우리 군의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에게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제2의, 제3의 JC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밑거름이 될겁니다.

Q 공무원 노조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잘 지냅니다. 단체장 권한 안에서 최대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히려 더 많이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Q 최근 불거져 나온 의회와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가실 예정이십니까?

이전부터 조금씩 쌓여온 갈등이 하필이면 군민화합이 목적인 축제를 통해 불거져 나와 군민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견제와 대립의 양분이 아닌 화해와 협력으로 뭉치는 성숙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군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Q 진천시 건설 공약을 두고 단순히 정치적 제스쳐로 보는 시각들이 있습니다만.

2007년 진천시 건설 원년의 해를 선포하면서 이미 가시화된 프로젝트입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 봅시다. 무슨 일이든 꿈을 가져야 희망이 보이고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굵직한 민자 사업 몇 건이 진행중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접어주셨으면 합니다.

Q 군수님 임기 내에 대학의 기공식을 볼 수 있을까요?

현재 학교 부지 확정건으로 협의중입니다. 학교 내에서도 이미 기정 사실화 되어 있고 학내 여론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교육·문화 인프라가 기본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만 인구유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진천시 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대로의 전환은 타 지방대와의 마찰을 피하고 진천의 위상을 알리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진천이 국가의 한 지역에 머무는 작은 지방도시가 아닌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최근 논의되고 있는 4개군 통합 광역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아직 섣불리 논의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요.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몇 년씩 준비를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사업 아닙니까?

Q 지역출신 중앙부처 공무원들과는 자주 연락을 취하시는 편입니까?

기획실과 행정과에서 현재 연2회 정도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어차피 한 고향 사람들이고 추구하는 바가 같아서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년에 4회 정도 자리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Q 우리 지역의 상공인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저도 안식구가 장사를 오래해서 상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경기가 안좋아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무엇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 상인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차피 지역의 상업이 활성화 되어야 지역경제가 삽니다. 진천은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입니다. 터줏대감 의식이나 애향심에 기대는 자세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 타지역보다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Q 공직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지요.

단체장에게는 지역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단체장으로서 우리 550여 공무원들을 믿고 신뢰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들어온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우리 고장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 공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의 발판은 진천입니다. 현재 외지에서 출퇴근하거나 주소지만 진천에 옮겨놓고 정작 생활은 다른 곳에서 하는 직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사정들이 있겠지만 지역에 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지역사랑을 논하고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내년 사무관급 인사부터는 인사고과에 이런 내용도 반영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사실 우리 군민들 중 일부는 너무 마음이 조급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결과를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그런 조급한 기대는 일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어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우리가 믿고 기다려 줄 때만이 실무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는 법인데 기대에 못미치면 사업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갖고 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누군가 씨앗을 뿌리면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수확을 할 때가 오지 않습니까?

군민들이 군수에 대해 믿음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군수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려 해도 군민들이 믿고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군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가 저와 실무자들에게는 어떠한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진천군청의 군수 집무실에 놓여 있는 명패에는 '한 알의 씨앗, 한 그루의 나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씨앗을 뿌려야 하고 그 씨앗이 자라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누가 수확을 하게 되더라도 한 알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유영훈 군수의 다짐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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