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진천군 여성단체협의회장 인터뷰
이영자 진천군 여성단체협의회장 인터뷰
  • 정선옥기자
  • 승인 2008.11.20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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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내 크고 작은 행사장 어디를 가나 여성단체 회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여성이 가진 저력이 인정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단체의 활동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비단 화려한 조명이 있는 행사장 뿐만이 아니라 그늘지고 소외된 곳 어디에나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진천군 11개 여성단체를 어우르는 여성단체협의회를 이끌어가는 역량있는 리더로서, 남일을 내일처럼 여기는 이웃으로서, 규모있는 밭을 직접 일구는 당찬 농부로서, 자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으로서 올들어 너무도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영자 회장을 취중토크 여덟 번째 손님으로 초대해 단체장으로서의 포부와 개인적으로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들어본다.


Q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요, 특별히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으십니까?
몇 년 전에 제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요,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던 분들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고 병원에 오실 때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저를 대신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뵈면서 막연하게나마 건강한 몸으로 그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분이 저에게 봉투를 하나 주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봉투를 보는 순간 '아, 내가 이렇게 누워 있을 때가 아니구나, 얼른 일어나서 이분들과 함께 해야겠구나, 열심히 일하다 보면 건강도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4개월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에서 2개월간 자활치료를 한 다음부터 아직 성치 않은 몸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꼐 하다 보니 그 좋은 기를 받아서 그런가 봅니다.

Q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다들 금메달감이라고 하시던데요, 1남 2녀를 두고 있습니다.


Q 혹시 나중에 며느리가 여성단체협의회장을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은 다 느끼시겠지만 남을 위해 일한다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오히려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더 많습니다.

Q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과연 몇 점이나 받으실 수 있을까요?
아이들한테는 70점 엄마, 남편한테는 50점 밖에 바라지 못하겠는데요. 오히려 식구들에게 소홀한 점이 너무 많아서 가족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입니다. 가족들이 믿어주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지난 생거진천문화축제 때 여성단체협의회에서 본부식당을 운영하지 않으셨습니까? 총매출과 순매출, 사용처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여성단체협의회는 총 11개의 여성단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축제기간 3일 동안 교대로 운영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2400만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재료비 등을 제하고 나니 1200만원이 남더군요. 각 단체의 회장님들과 많이 고민했습니다. 300만원은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나머지는 11개 단체에 기금으로 분배했습니다. 회원들 모두 너무 고생 많으셨고 저의 일방적인 결정에도 기꺼이 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단순히 이익을 남긴 수익사업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회원들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행사입니다.

Q 저도 그 때 본부식당에서 직접 서빙하시는 모습을 뵈었습니다만 방금 회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저희가 그 행사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입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힘을 모으면 여성단체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지요. 또한 이런 계기를 발판으로 내년에는 각 단체별로 다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여성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개개의 단체가 빛을 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여성단체협의회장직은 무보수 아닙니까? 협회에서 별도로 하시는 수익사업이 있나요?
축제기간 중 운영했던 식당 이외에 큰 수익사업은 없습니다. 액젓판매사업 같은 소소한 것들이지요. 협회 차원이 아닌 단체별로 수익사업을 벌입니다. 그 수익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사용합니다. 사실 여성단체들은 남이 알아주기 이전에 숨어서 하는 행사가 많습니다. 알게 모르게 11개 단체가 움직여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보니 다 참석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금도 절실하지만 내년에는 각 단체장들과 좀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Q 이전에는 계속 새마을부녀회에서 활동하셨는데요, 협의회장이 되면 원칙적으로 단체장직을 내놓게 되어 있나요?
올해부터 협의회장직에 선출되면 단체장직을 내놓기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사실 저도 새마을부녀회에서만 16년을 활동했습니다만 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회원들이 제가 회장이 된 이후 일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하십니다만 제가 일을 따로 벌린다기 보다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고 봅니다. 실제 이전에 없던 행사도 많아졌구요. 단체장직을 내놓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욕심을 부리다 보면 오히려 한 가지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요.


Q 농사일을 직접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무슨 농사를 얼마나 하십니까?

사과농사를 주로 합니다. 규모는 7000평쯤 되구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사과가 얼어가는데 일손이 딸려 큰일입니다. 오늘도 사과를 따다가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일찍 마무리를 하고 왔습니다. 남들은 꽃놀이다 단풍놀이다 하지만 저는 집에서 사계절을 느낍니다. 가끔 힘들고 우울할 때면 과수원에 나갑니다. 식물들도 사람의 마음을 읽습니다. 눈길 한번, 손길 한번 더 갈때마다 그만큼의 보답을 해줍니다. 간혹 저에게 왜 직접 농사일을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농사일은 저의 본업입니다. 이앙기와 콤바인을 제외하곤 웬만한 농기계도 다 다룰줄 압니다.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합니다. 그래야 저 자신이 더 떳떳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Q 진천군의 여성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지만 여성정책 업무가 실상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다가 제가 욕심이 원래 많아서 이것저것 부탁드리는 일이 많다보니 실무자들께 늘 죄송할 따름입니다. 안그래도 주어진 업무가 많은 분들인데 여성단체 일까지 봐주시느라 밤늦은 시간까지 근무하십니다. 이런 자리를 빌어 너무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한가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저희 여성단체협의회도 간사를 채용해서 여성단체가 체계적으로 자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만 군청의 여성계 담당자들도 수월하게 일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Q 결혼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중매결혼이신가요?
예. 아버님의 이종사촌 되시는 분이 중매해 주셨습니다. 함께 시골에 놀러 갔다가 지금 시어머님 되시는 분이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처음 시집왔을 때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서울 새댁이 농촌에 시집 와서 얼마나 버티겠냐구요.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지금도 가끔 그런 말씀 하십니다. 걱정 많이 하셨다구요. 지금은 오히려 더 기특해 하시고 고맙다는 말씀까지 하십니다. 제가 더 감사하지요. 저도 진천으로 시집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Q 여성단체에서 결혼이민자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데요, 아직은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적응은 잘 하나요?
현재 관내에 결혼이민자 가정이 300가구 있습니다. 저희 여성단체에서는 일시적인 행사보다는 직접적인 결연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나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이민자들의 적응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맹목적 물질적인 도움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좀더 신중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현재 진천군에서도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열어 결혼 이민자 가정을 지원하고 있고 사회단체별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고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우리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개방적인 가정에 시집온 경우는 그 소외감이 덜 하지만 남편이나 시부모가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주여성들과의 접촉도 쉽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들이 제대로 적응해야만 2세들도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포용하지 못하면 이후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Q 진천시 건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신지요?
개개인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천이 사통팔달의 도시 아니겠습니까? 믿음을 갖고 온 군민이 협조해 추진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다만 일이 추진되기 전에 너무 소문만 무성했던 사업들이 종국에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는데 내실있게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10년 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우리 군민들의 바램이기도 할겁니다. 10년 후엔 우리 진천이 대한민국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날이 오겠지요.

Q 남편에게 한말씀 하신다면요?
저 때문에 남편이 할 일을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할 따름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동안 만큼만 참고 기다려 주면 노후에 더 큰 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남에게 하는 만큼 가족에게도 해야 하는데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믿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Q 저희 진천자치신문사에서는 진천상권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진천사랑상품권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혹시 여성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있으신지요?
지역상품권의 필요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예전에 저도 단체에서의 활용을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다만 우선은 제도의 보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사기도 힘들고 쓰기도 힘든데 누가 상품권을 사용하겠습니까? 저도 늘 생각을 해오던 터라 이번 연말에 우리 여성단체의 힘을 발휘해서 다시 한 번 상품권 활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 전에 개방적인 사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천사랑 상품권이 제대로만 정착된다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회원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시지요.
사실 저는 우리 단체장님들이 다 가족같습니다. 언니고, 동생이고, 이모 같구요. 제가 실수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보듬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저 역시 포함되는 이야기지만 각 단체의 회장님들과 회원들 간에 더 많은 대화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회원들께서 회장님들을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서로 공조해서 진천군 여성단체들이 빛나는 큰 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군민들께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여성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폄하하지 말고 가정에서도 여성의 인권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일이든 서로 의논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의 올곧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가셨으면 합니다.

Q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시는 사업이 있다면요?
올 한해는 제가 여성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진천군 여성계에 굵직한 행사들이 많습니다. 여성단체 한마음 체육대회라든가 걷기대회 등 큰 행사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우리 여성단체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날 취중토크에는 늦은 시간까지 진천군청 여성계 실무자들을 포함해 이회장과 실질적으로 단체를 이끌어가는 부회장, 총무가 동석하여 여성단체가 단순히 봉사단체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 향상을 꾀하고 아울러 군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내실있는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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