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 진천상공회의소 회장
이승진 진천상공회의소 회장
  • 정선옥
  • 승인 2008.11.28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중 토크 아홉번째 손님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말문을 여는 이승진 회장에게 그만 질문할 틈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손에 들고 간 질문지 석장이 무색해질 만큼 그는 서두 한 시간 삼 십분을 여느 저명인사 못지 않은 명강의로 채우고 있었다.
연신 술잔을 비우며 열변을 토하는 그에게서 젊은 사람이 부끄러울 만큼의 삶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느껴졌다. 더불어 태어난 고장에 대한 그의 맹목적인 사랑과 지역 발전에 대한 신선하고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어 고향 후배로서는 진정 가슴 뜨거워지는 자리였다.

Q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많이 좋지 않으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지병인 당뇨가 악화되어 발등이 다 헐어 다리를 잘라내야 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건강합니다. 고혈압에 당뇨, 협심증, 관절염까지 있었지만 지난 6년 동안 약을 먹지 않고 살았습니다. 인간에게는 자연치유능력이 있습니다. 내게 있어 최고의 명약은 마라톤입니다. 죽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지만 결국 이렇게 살았습니다.

Q 좀 전에 죽기 위해 달렸다는 말씀도 하셨고 마라톤에도 꽤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마라톤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까 하던 이야기의 연속입니다만 당시 운영중이던 진천관광호텔에 안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호텔은 집사람과 제가 손끝 발끝으로 일궈낸 소중한 사업체입니다. 게다가 환갑의 나이에 의사에게서 사망선고까지 받았으니 처자식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지요. 그러던 차에 마라톤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달리다가 죽으면 보험금이라도 타서 식구들 먹고 살게는 하고 가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죽자하고 달렸습니다. 그랬더니 죽기는커녕 이렇게 건강을 회복하고 삶에 대한 의욕도 생겨 잃었던 사업체도 되찾고 2003년 보스턴마라톤대회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生卽死 死卽生이라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시작했다면 아마 죽었을 겁니다.

Q 보스턴마라톤대회라면 세계적으로 가장 유서깊고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달려보고 싶은 대회 아니겠습니까? 출전자격이 어떻게 됩니까?
국제공인대회 기록 3시간 40분 이하여만 합니다. 저는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세운 3시간 30분 12초의 기록으로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2003년 제107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는 3시간 41분 53초로 완주를 했습니다. 만 환갑나이였습니다. 충청북도에서는 처음으로 출전한 사람입니다. 남들은 저에게 달리기에 미쳤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 말이 듣기 좋습니다.


Q 정말 대단하십니다. 보스턴마라톤대회에 큰 애착이 있어 보이시는데요, 그 대회가 회장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이 대회는 세계2차대전 때에도 열렸을 만큼 보스턴시민들의 지지와 사랑 속에 존속되어 왔습니다. 보스턴은 인구 400만의 도시로 그 안에 우리도 알고 있는 MIT공대나 하버드를 포함한 47개 대학이 소재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도시에는 울타리나 담장이 없다는 겁니다. 범죄가 없다는 뜻이지요.
더 놀라운 게 뭔지 아십니까? 대회 당일이 되면 연도가 시민들로 꽉 차 있습니다. 가족단위로 야유회 겸 나와서 함께 응원하고 즐깁니다. 보스턴 시민들의 꿈이 있다면 대회 때 자원봉사자로 일해보는 것입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얼마나 감동적이고 보기 좋습니까?
'아! 여기 오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Q실질적으로 진천상공회의소의 산파 역할을 하셨는데요, 당시 이야기좀 해주시지요
허허, 그것이 참 실제 진천상의를 만들기 위해 시도한 것은 제가 아닙니다. 진천상의화 발기인대회를 저희 호텔에서 했는데 저는 그사실을 알지도 못했거니와 그날 일이 있어서 출장을 갔다가 들어오면서 보니, 아니 몇 사람이 무슨 회의를 하고 있는데 의사 진행이 전혀 안되더라 이겁니다. 저녁식사도 하지 않고 시간은 여덟시가 다 되가는데 이러다가는 우리 직원들이 퇴근도 못하고 밤을 지새우게 생겼습디다. 그러니 어쩝니까? 또 아는 얼굴도 있고 해서 들어가 앉았다가 회의 진행이 영 안되니 몇 마디 거든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진천상공회의소 출범시 청주상공회의소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는데 현재는 어떻습니까? 업무협조는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현재는 전혀 문제없이 업무협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창립당시 청주상의회 쪽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발기인의 자질이 부적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큰 제조업체 대표는 한 사람도 없고 소규모 업자들만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는 이유였습니다.

Q 상공회의소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합니까?
상공회의소 정관에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자동적으로 가입됩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든 연회비를 내고 가입할 수 있습니다.


Q 평소 약주를 즐기지 않으시는 것으로 아는데 주량은 얼마나 되십니까?
소주 14병은 마십니다. 독한 술 마시는 중국 사람들도 나 하나를 못 당해 냅니다만 사실 진천에서는 이렇게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Q 현재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충북지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듯이 특별히 관광산업에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지역에 추천할 만한 관광지가 있을까요?
이 천혜의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선은 인적 자원이 많은 곳에 홍보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외부에 지속적으로 생거진천을 어필해야 합니다. 카톨릭 신자들이라면 한번쯤은 찾아오는 배티성지, 불교의 신비를 간직한 보탑사, 고려시대에 축조된 농다리, 백곡이나 초평호, 공예마을 등 구석구석 둘러볼 곳이 많습니다.

여기저기 낭비되는 돈으로 정년퇴직자나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외국어 능력을 갖춘 문화유적 해설사를 양성하고 서울지역 관광업체 가이드들을 초청해 관광코스를 답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산촌마을 체험행사를 연계시킨 관광벨트를 조성하고 쌀밥집 같은 지역 특산품의 적극적인 상품화와 홍보를 통한 수익사업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진천은 도로망이 좋아 여건만 조성해 준다면 얼마든지 타지역에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세심하게 신경써서 준비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외국인들이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인접도로 재정비도 필요하고 여담이지만 청주 우암산에 가면 등산로에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찾는 이에 대한 배려지요.


Q 우리지역에도 농다리축제나, 쌀축제, 생거진천문화축제 등을 개최하고 있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서는 지역축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그리고 관광지와의 결합상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신지요?
신생 지역축제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함평나비축제는 이제 중국이나 일본뿐만이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올 만큼 유명해졌습니다. 관광이란 것이 별게 아닙니다. 관광객은 큰 걸 바라는게 아닙니다. 관광지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이 세가지 욕구만 충족시켜 주면 되는 겁니다. 애초에 관광객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파고들어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자, 진천에 볼거리 뭐가 있습니까? 많지요. 아까 이야기 했던 지역 말고도 충분합니다. 먹거리 뭐가 있습니까? 사람 사는 곳이니 먹을 것이야 다 있겠지만 우리만의 특화된 먹거리가 없다 이겁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 중 수차례 대통령상을 수상한 쌀이 있습니다. 단지 생산해서 상품으로 팔기만 하는 특산품이 아닌 쌀밥집이나 쌀을 원료로 한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즐길거리. 이 시골에서 뭐가 있겠습니까? 도시사람들이 시골에 올 때는 물론 좋은 경관과 맑은 공기를 찾아서도 오지만 시골 자체를 느끼러 오는 겁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해야 하는 것이지요. 진천은 아직 물이 맑습니다. 가재잡기나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낚시 등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 풍성한 곳입니다.

한국 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3박4일 기준으로 쓰고 가는 돈이 106만원입니다. 일본에 가서는 얼마나 쓰는지 아십니까? 542만원입니다. 단순히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발을 묶는 관광지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세대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우리 후손들은 편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Q 진천시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인구문제 아니겠습니까? 대학이 들어온다 해도 대부분 통학을 할 것이고 기업체 유치에도 한계가 있을텐데 걱정입니다.


Q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진천에 인구유입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꼽으신다면요?
가장 먼저 진천에 특목고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최우선으로 칩니다. 교육문제, 주거문제, 문화·의료 혜택.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진천도 희망이 있지요.

Q 자치신문 나름대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진천사랑상품권 사용을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진천상의회에서 따로 활용방안이 있으신지요?
얼마전 열렸던 외국인잔치한마당에서도 경품으로 진천사랑상품권을 지급했습니다. 이제 연말도 다가오고 하니 기업체에 연말연시 사은품으로 지역상품권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부터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Q 진천상공회의소나 회장님 개인적으로 추진하고 계시는 큰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작게는 진천군민 나무한그루 심기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고 또 크게는 우리 지역에 상설 마라톤 전용코스를 건설하는 겁니다. 우리 지역에 얼마나 좋은 자원이 많습니까? 백사천을 따라 초평호, 농다리 등 기존에 있는 자원들을 십분 활용한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입니다. 금년 내로 뜻있는 인사들을 모아 발기인 대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우리 고장을 살찌우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치있는 유산이 될 겁니다.

Q 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진천군에서 출생하고 배운 인재들을 우리 군민들이 키워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점은 칭찬해 주고 나쁜 점은 일깨워 바람직한 정의사회 구현을 이룩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그런 말씀을 하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저희 자치신문사에서는 우리고장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 교육신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잠시 중단했던 출향인사 소식을 다시 게재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역 출신 인사들을 보고 진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끔 하고 싶어서입니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진천군 화수회 분원장을 맡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역의 젊은이들과 뜻깊은 행사를 하신다면서요?
올해는 못했지만 매년 관광버스를 빌려서 집안의 젊은이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다닙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몸으로 직접 깨우치게 해주고 싶어서입니다. 본인들도 보람있어 합니다.

Q 우리지역 상공인들에게 한말씀 해 주시지요.
우리상공인들이 이익만을 추구하기에 급급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업은 첫째, 무분규 직장 둘째, 종신 직장이 되어야 합니다. 저도 노조 생활을 16년 했습니다. 고용인과 회사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인들도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지역에 환원하고 지역을 살리는데 우리 상공인들이 앞장서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서울 지하철 광고에 “내 생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거진천”이라는 광고를 내고 싶다는 이승진 회장. 그 한 마디에 고향에 대한 사랑의 깊이와 나름대로 사랑하는 방식이 다 표출된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