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
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
  • 한인수
  • 승인 2013.11.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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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샘’으로 유명한 아랫개미실

▲ 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은 일명 아랫개미실이다. 개미실은 마을을 둘러싼 골짜기 모양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개미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은 일명 아랫개미실이다. 개미실은 마을을 둘러싼 골짜기 모양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개미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덕산면 구산리는 옛날 진천군 산정면(山井面)으로 불렸다. 산정면은 '개미실' 또는 '구산(九山)'이라고 지금까지 불리어지고 있다. 마을 이름의 유래는 분명치 않다. 마을을 둘러싼 골짜기 모양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개미형국의 골짜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허리가 잘록한 것처럼 '개미실 골짜기'도 '웃개미실'과 '아랫개미실' 마을의 경계선이 잘록하게 생겼다. 웃개미실을 하구(下九)마을, 아랫개미실을 상구(上九)마을이라고 한다. 아랫개미실이 상구마을이 된 연유는 옛적부터 세도가(勢道家)들이 많이 살아 그리 정했다고 한다. 상구마을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를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꿀샘이 있다. 꿀처럼 단 맛이 나는 물이라고 유명세를 타 지은 이름이라고 추정한다. 샘에서는 물이 하루도 쉬지 않고 샘솟듯 나온다. 이 물은 마을 주민의 식수로 사용되고 옥토를 기름지게 해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짓게 돕는다. 꿀샘으로 소문난 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을 찾았다.

무학대사, 꿀샘보고 '귀한 물'
상구마을 입구에 개미낚시터가 있다. 산언덕과 평지밖에 보이지 않는 마을에 낚시터가 있다. 낚시터 물줄기를 더듬어 가보니 마을 안쪽으로 연결된 물길 뒤로 정자 아래 샘물이 나오는 곳이 있다. 개미실이라는 마을 이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꿀샘 주변 터를 개미 형상을 본떠지었다. 고대원 이장은 “올해 군청에서 1억 2000만 원을 지원해 지난 8월 정자를 짓고 샘터를 정비했다”고 한다.
개미머리 모양에서 꿀샘이 솟아 나온다. 물이 맑고 투명한 것이 신성하다. 솟아 넘친 물은 개미가슴부위로 흘러 고이고 다시 밀려 개미엉덩이에서 고여 흐른다. 조선 건국공신 무학대사가 길을 가다 이 곳 마을 주막에서 한숨 돌리며 쉴 때 이 꿀샘을 보고 귀한 물이라고 했던 유래가 있을 정도다. 여름이면 얼음보다 차고 겨울이면 따뜻해지니 귀한 샘물은 틀림없다.

정월대보름 초이튿날 '정오제'
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의 자랑거리 꿀샘. 맑고 투명한 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꿀샘은 진천군청이 1억 2000만 원을 지원해 개미 모양으로 정비됐다.
덕산면 구산리 상구마을의 자랑거리 꿀샘. 맑고 투명한 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꿀샘은 진천군청이 1억 2000만 원을 지원해 개미 모양으로 정비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마을에서는 샘물을 귀하게 여기고 신성시해 '정오제'라는 고사를 지낸다.
고 이장은 “정월 대보름 초이튿날, 전 마을은 고요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정갈해져요. 상서로운 말도 하지 않고 추한 것은 보지 않고, 해로운 것은 먹지 않으며,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몸을 청결하게 목욕재계한 후 고사를 샘물 앞에서 드린다”며 “겨울이면 샘물에서는 김이 나고 따뜻해진다. 그 물로 깨끗이 목욕재계를 한다”고 말한다.
동서남북으로 밤과 대추와 떡 등 제물을 정성스럽게 차린다. 1년에 한번 올리는 고사에 마을주민들은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한다. 허투루 제물을 바치거나 정성이 부족하거나 주민 간 갈등이 있으면 그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란다. 주민들은 이 꿀샘에는 요왕(妖王)이 있다고 믿는다. 요왕은 토지지신(土地之神)과 곡물지신(穀物之神)을 다스린다. 마을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고사를 정성스레 지내고 나면 한 해 농사가 풍요롭다”고 한다. 생거진천 문화축제가 이 꿀샘에서 시작된다. 매년 축제 하루전날 밤 축제의 성공을 위한 고사를 지내는데 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꿀샘에 모여 제를 올린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성대하게 치러지길 기원한다.

“물 걱정 없으니 인심도 좋아”
꿀샘의 물은 상구마을 옥토를 기름지게 하고 농사를 풍요롭게 한다. 마을 주민들이 농사에 필요한 물은 거의가 꿀샘을 이용한다. 마을에서는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는 일이 없다. 거북이 등짝같이 가물어도 꿀샘은 물이 마르지 않고 일정량 계속 나온다.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평안하다.
심수웅 노인총회장은 “농사철 물 걱정 없으니 동네 인심이 좋아 늘 주민들 화합이 잘된다”며 “옥토가 기름지고 농작물 품질이 좋다”고 자랑한다.
꿀샘 물은 아주 맑고 투명해 생명력 있게 보인다. 고 이장은 “매년 수질검사를 실시하는데 모두 기준치에서 최하로 나오고 음력 정월초하루 전날 KBS 6시 내고향 팀에서 나와 하루 종일 촬영을 해 갔는데, 음식 준비, 목욕재계, 고사 지내기, 제사음식 나눠 먹기 등이 다음날 방송에 30분이 나가고 나서는 방송을 본 전국 각지 사람들이 몰려와 물을 떠가려고 꿀샘 앞에서 줄을 길게 늘어섰다”며 껄껄 웃는다.
물이 아주 좋아 장수하는 사람도 많다. 상수도가 있기 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꿀샘 물을 마셨다.
김용희 새마을지도자는 “마을 주민들이 평균 85세 이상을 사는데 꿀샘 덕이라고 생각한다”며 “97세 되신 할머니가 마을에 살아 계신데 지금도 건강해 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꿀샘이 보통 물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꿀샘 물 먹고 아들출산
“옛날부터 꿀샘에서 제사를 마친 후 정성스럽게 올린 음식을 꿀샘에 살짝 담가 꺼내서 아들 못 낳은 여자에게 줍니다. 이 음식을 먹고 아들을 낳는 유래가 많아 지금도 아들 못 낳은 집 여자에게 제사 음식을 꿀샘에 담가서 주는데 마을 주민 고씨네, 권씨네가 딸자식만 낳았는데 이 음식 먹고 아들을 낳았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 사람들 거의가 아들이 많다.
김순진 부녀회장은 “꿀샘은 우리 동네 자랑이자 보물이다. 김장철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물을 다 쓴다. 물이 넉넉하니 마을 사람 인심이 훈훈해 친절하다. 늘 꿀샘에게 감사하며 산다”고 웃으며 말한다.
물은 생명이다. 물이 없으면 모든 생명은 멈추고 만다. 꿀샘에서 끊임없이 생명이 솟아나 옥토를 기름지게하고 가뭄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고 농작물을 살찌워 무병장수와 아들까지 선물해 준다. 꿀샘이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평안한 마음에서 감사한 마음이 끝없이 나온다. 감사한 마음이 기쁨이 돼 꿀샘을 더욱 맑게 빛내주고 있다.


우/리/동/네/사/람/들

고대원 이장
고대원 이장
“마을 땅 되찾는데 최선”

“올해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주민들이 협조를 잘 해줘서 늘 고맙다. 꿀샘 정비 사업을 위해 진천군청으로부터 1억 2000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마음이 흐뭇하다. 이장을 맡아 지난 1961년 군 땅으로 귀속된 2000㎡의 땅을 마을 땅으로 되찾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심에서 승소했고, 군에서 항소를 해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승소 한다고 믿는다.”


심수웅 노인총회장
심수웅 노인총회장
“무병 장수하는 사람 많아”

“꿀샘이 있어서 그런지 남자들이 많은 동네다. 40년 전 청년 50명이 힘들게 일을 해 번 돈을 내놓아 적립을 시작했다.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서 마을 사람들 관계가 매우 좋다. 서로 돕고 의지하고 힘들면 위로하고 격려하며 즐겁게 산다. 마을사람들이 착해서 무병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쓰는 주민 대표자들께 감사하다.”



김준영 노인회장
김준영 노인회장
“40년 전 이사와 지금껏 행복”

“윗개미실에서 살았는데 가뭄 들면 농사가 힘들고 어려워 아랫개미실로 이사 온지 벌써 40년이 됐다. 이곳에 이사를 온 뒤로는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농사도 잘돼 지금껏 잘 살고 있다. 물이 좋아 건강도 좋고 마음이 편하고 참 행복하게 산다. 이사 오기를 잘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마음 편히 못 살고 건강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김용희 새마을지도자
김용희 새마을지도자
“이웃 간 마음이 넉넉하고 친절해”


“이사 오신 분들이 마을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다고 말한다. 이런 마을 처음 봤다고 한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누가 이사 오거나 이웃집에 일이 있으면 지나가면서 들러 인사하고 물어보고 말을 걸고 서로 나눠주고 재밌게 산다. 이웃 간 배려가 좋고 양보심이 좋아 정이 아주 깊다. 꿀샘에 사람들이 모이니 자연스레 친해진다.”





김순진 부녀회장
김순진 부녀회장
“서로애틋하게 아끼며 돕고 산다”


“옛날에는 꿀샘에서 모여 빨래도 했다. 꿀샘이 발래터요 시장터였다. 깔깔대고 웃고 이야기하고 물 마시며 속 풀이도 했던 곳이다. 이웃 아줌마들이 다 친하고 서로 돕고 산다. 꿀샘이 우리를 도와 주듯이 이곳 마을 사람들도 서로 애틋하게 아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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