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필 진천고등학교 교장
송승필 진천고등학교 교장
  • 강성진 기자
  • 승인 2009.03.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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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취중토크 열다섯번째 손님



평소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던 송승필 교장이 오히려 이 날 취중토크에서는 작심한 듯 거침없이 소주 한 병을 비우면서 청주권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도 진천고등학교 학생들을 경쟁상대로 인식하는데 정작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과거의 뒤떨어진 진천고를 생각하는 선입견에 억울했던 그간의 서운함을 토로했다. “금년도부터 우리 진천고 학생들이 명문대에 대거 입학하는 큰 일 한 번 내보겠다”는 교사와 학생들의 당찬 각오를 이야기하는 송승필 교장의 사뭇 진지한 얼굴에서 그들을 향한 굳은 신뢰와 지지가 전해진다.

송승필 교장과 최광제 교감이 진천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송승필 교장과 최광제 교감이 진천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Q 원래 술을 못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실제 주량이 얼마나 되십니까??

사실 소주 반병 정도는 마시는데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아 거의 마시는 일이 없습니다. 이전에 인터뷰 하신 분들을 보니 몇시간씩 하시던데 안그래도 걱정이 앞서네요. 주량을 살짝만 넘어도 술잔을 들고 잠이 들어버리거든요. 30년 쯤 전에 친구 부모님께 세배를 갔었는데 외출중인 부모님을 기다리며 동동주를 조금 마셨지 뭡니까? 마침 외출했다 돌아오신 친구 아버님께 세배를 드리는데 절을 하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Q 주무시면 모셔다 드릴테니 그런 걱정은 마시구요, 고향이 진천이신데 교직에 몸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무자년 여름 삼복더위에 신정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손이 귀한 집이라 아들 아홉 명을 달고 태어나라는 뜻에서 필구(必九)로 불리다가 노승의 선견지명으로 큰 학자가 되라는 뜻인 승필(承弼)로 호적에 등재했다 합니다. 예전에 아버님이 빚보증을 서주셨는데 일이 잘못되어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제가 진천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수업료를 면제받기 위해 공부를 했었습니다. '공부가 아닌 것은 내 인생에 사치다' 라는 마음으로 밤을 새웠지요. 하지만 형편이 너무 어려워져 공무원 시험도 생각했습니다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제 꿈을 접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주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촌놈도 해보니 한번 붙어볼만 하다고 할까요? 소화제를 수북히 쌓아놓고 책상에 앉아 공부해 결국 교육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집안이 어려웠기 때문에 학비를 벌기 위해 중학생 과외며 ISCS, PSSC 연구물 번역일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참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뚜렷한 목표의식이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지요.

Q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이야기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1970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청원군 오창초등학교 4학년 3반 담임으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매월 실시하는 월말고사에 대한 중압감과 오르지 않는 성적에 쉬는 시간도 퇴근시간도 잊은채 아이들을 지도했습니다. 그러다가 교사 2년차가 되던 해 4년제 대학진학의 병행을 결심하고 법학과에 편입했지요. 그러나 고시공부와 교직을 병행하는 것이 과욕이었는지 고시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간 대학원 진학을 유보 하다가 1976년 중등학교로 전직을 하면서 무극 중고등학교, 증평공업고등학교, 청운중학교, 충북고등학교, 청주여자고등학교, 증평상업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입시지도 교사시절 최고의 절정기는 충북고등학교에서 한 한급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를 9명 합격시켰던 때도 있었습니다. 교사 시절에 아이들이 제게 준 별명이 '코브라'입니다. 한번 물면 안놓는다고 그렇다나요.

Q 특별히 기억나는 제자들이 있으시지요?


네. 기억나는 제자들이 몇몇 있습니다. 하사관으로 임관한 제자에게 통닭을 사들고 면회를 가서 공부를 계속 할 것을 격려했더니 그 제자가 제 앞에서 엉엉 울던 모습, 해병대를 제대하던날 우리집에 먼저 와서는 제대기념발간앨범을 선물로 주고 갔던 제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교육중에 빨래감을 가지고 와서 묵어 갔던 제자 등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무척이나 보고 싶고 찾고 싶은 제자들입니다.

Q 사모님은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청주고 재학 시절 처음 여자친구를 만났지만 주소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때'인연은 따로 있나보다'생각했는데 몇 년이 흐른 뒤 낯선 발신인으로부터 편지 한 장이 제 앞으로 온 겁니다. 수신자 주소도 틀린 편지는 돌고 돌아서 저에게 도착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고등학교때 헤어진 여자 친구였죠. 청주 서문동 고속터미널 명신다방에서 답장을 적어 보냈죠. 그렇게 인연이 되어 재회한 지 1년만에 약혼하고 1974년 3월에 결혼했습니다. 그사람이 지금의 제 아내(백금순여사) 랍니다.

Q 특별한 자녀교육 비법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교육의 단계에는 생략이라는 게 없고 한 단계씩 오르는 것이 상책입니다. 제 아버지가 주신 가르침이기도 하고 저의 인생관이자 교육관이기도 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고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솔직히 고하며 있어야 할 곳에 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리를 분별토록 지혜를 주시되 저희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리고 하루를 짓는 생활 속에서 늘 기쁨과 기도와 감사를 찾을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Q 2006년 처음 부임해 오셨을 때 진천고는 어땠나요?

도약을 위한 준비중이었다고 할까요? 외국어 과정이 설치되고, 웅지관이 건립되었지만 운영 시나리오가 미비했습니다. 기숙사 입사생의 수준도 220~230점대로 미달되는 상태였고, 전국 모의고사에서 380~390점대가 유일한 희망이었으니 학부모들의 회의 참석률은 저조했습니다. 학교와 학부모가 간극 상태였다고 봐야죠. 그러다보니 자연히 교사들의 근무 의욕은 저하될 수밖에 없었고 해마다 타지역으로의 이직 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Q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 졌지요?

네.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 입학생 미달에 잠시 머물다가는 학교, 대학진학률 저조, 성의 없는 수업, 기회만 되면 전출 가려는 교사, 학습 환경 미비, 관리자의 관심부족 등으로 대표되던 학교의 이미지를 벗고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교육환경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습니다. 지금은 50% 이상의 선생님들을 학교장 권한으로 초빙해 올 수 있어 정말 일할수 있는 선생님, 가슴이 따뜻한 선생님을 모셔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학교 학생들의 실력은 30%가 270점대이고 커트라인이 250점으로 청주 인문계고 학생들의 실력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또한 의욕적인 선생님의 가르침에 학생들도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학교를 방문해 보신다면 “진천고가야 공부한다”라는 말이 실감나실 겁니다.

Q 최근 공교육의 저력을 보여주는 우수학교들의 성공사례가 연일 언론에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우리와는 환경 자체가 많이 다르겠지요?

저도 지역적 특성과 정서를 고려한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동고의 사례를 보면 우선 동문회와 지역사회, 기업체 지원이 매우 큽니다. 6억이 넘는 장학재단을 1년만에 설립하고 우수학생 유치에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협조와 함께 내고장 학교 보내기에 중학교가 적극적인 동참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도 장학재단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관내 초중고교와 연계해 진학하는 우수학생에게 장학혜택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영동고의 경우 우수교사의 해외연수 특전까지 주고 있으며 자치단체의 교육비 지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와 심의기관, 의결기관의 이해가 한 목소리를 낼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Q 지난해 10월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진천군의 성적이 하위권으로 나타났는데, 진천교육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과 해결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학교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깊이 반성하는 마음입니다. 우선 교사의 교육관이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든 내 학생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식이 부족하여 잦은 이동과 담임 기피현상이 생기고 이에 불만을 느끼는 지역의 학부모들은 경쟁의식 약화와 학습환경 미비를 이유로 도시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러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담임이나 교과 배정을 위한 관리자들의 개별 면담을 통해 아이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훌륭한 교사를 유입하는 차원에서 장기 근무교사 우대, 학력평가 우수교사 우대 등 교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적 배려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Q 진천지역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지역에서 고착되어 버린 청주로의 진학이 최선이라는 인식부터가 문제입니다. 청주에서 출퇴근하는 선생님들도 '있다가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땡'하면 '칼 퇴근'하는 책임감이 상실된 교육풍토에서 학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무너지는 신뢰감에 방황을 하게 되는거죠. 교사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학생들이 사회를 독립적으로 살아갈 20년 후를 내다보고 진학 정보분석 및 상담이 절실한 시점이고 담당과목의 지도 전문가가 되어 여느 학원강사의 수업보다 밀도 높은 수업을 위해 스스로도 항상 연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교사는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을 갖고, 지역사회도 학교에 대한 애정을 쏟아야 하며 학생들에게 애향심을 가슴깊이 새겨줄 수 있는 정서적 토대가 마련될 때 상생하고 발전하는 진천교육이 될 것입니다.

Q 교장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참교육의 의미는 뭘까요?

참교육의 기준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잣대로 흐를 염려가 있습니다. 교육은 그 자체가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결과 깨달음이란 효과를 확산시켜 내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입니다. 즉 겉으로 나타나는 한시적인 효과보다는 무언중에 가슴 밑바닥을 흔드는 감동을 줄 수 있어야 교육의 진수라고 할 수 있지요.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것을 알도록 가르치고, 입으로 전하는 교육이 아닌 몸으로 보이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기숙사 건립이 한창인데 기숙형 학교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면 진천고에 어떤 변화가 올까요?

기숙형 공립학교는 사회복지의 개념을 수반하는 것으로 학생의 성적보다 학습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방과후 학교와 연계지도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진천고는 일정 비율의 학생에게 희망이나 환경을 고려하여 성적 우수자를 입사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사감과 보조사감을 두고 학습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안정된 학습환경에서 학업에 정진할 수 있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공부하는 분위기 조성으로 학습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진천고등학교의 미래가 밝은 것도 이런 분위기의 전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진천고 진학을 희망하거나 청주지역 인문계고교로의 진학하려는 관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자랑을 좀 해주시죠.

우선 작년부터 대입수능고사가 진천고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시험을 편한 마음으로 치를 수 있어서 긴장해서 놓치는 점수가 줄어들게 되지요. 또한 진천고는 대학 진학시 균형 선발과 특기 우수학생 전형에 유리하고 여러 종류의 장학혜택이 주어져 안정적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소 술을 안마시는 제가 오늘 소주 한병을 마시면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요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진천지역 학부모들은 그래도 청주소재 인문계고가 낫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계시는데 실상 유학생들의 학업 성공률은 지극히 낮아 다시 본교로의 전학을 희망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오히려 본교가 정원초과문제로 그 학생들을 받아주지 못할 때 안타깝습니다.

Q 일류대 진학이 명문고를 가름짓는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향후 진천고의 운영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서울대를 간 친구가 충북대를 간 친구보다 반드시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과정이 중요한 것임은 인정합니다. 3년전만해도 26%를 꿈으로 여겼던 진천고등학교의 국립대진학률이 70%를 뛰어 넘으며 청주의 여느 인문계 고교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학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 진천고등학교의 목표는 미래를 열어갈 실력 있고 당당한 인재육성에 있습니다. 웅지관 운영에 있어서도 입사생의 선발·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사의 지도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우수교사를 확보하고 교과별 최적 수업모형을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9월이면 증축되는 웅지관 운영에 있어 증가한 64명의 학생들에 대한 운영비와 수업경비의 담은 학교가 당면한 큰 현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학부모들의 진학관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저와 교사들, 사회단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서울대 및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고 그 명맥을 이어 가는데 총력을 기울여 금년에는 “큰 일 한번 내 보겠다”라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각오와 열망이 그 어느때 보다 대단합니다.

Q 학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의 건강만 책임져 주십시오. 매일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체력소모가 많은 아이들의 체력관리만 신경써 주신다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주십시오. 부모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겠습니다.

“처음처럼 달려왔나?”
송승필 교장은 늘 스스로에게 이 물음을 던진다고 한다. 교육자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님의 뜻을 거스를 만큼 교사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그 열망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오늘에 이르러 이제 더 많은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더 전진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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