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면 신월리 물미마을
이월면 신월리 물미마을
  • 안창규
  • 승인 2014.11.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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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금슬 좋고, 효행심 깊은 동네

18가구 주민 47명 거주하는 작은 마을
시내버스 하루 2차례 운행…증회 '바람'

▲ 18가구 47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이월면 신월리 물미마을은 동네 규모는 적지만 조용하고 평화롭다.
▲ 18가구 47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이월면 신월리 물미마을은 동네 규모는 적지만 조용하고 평화롭다.

진천군 이월면 신월리 상신초등학교 인근 중미로(군도 11호)에서 물미길(물미마을 진입도로)로 들어서는 세 갈래 길목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 있다. 산과 언덕 사이로 넓은 논과 밭, 작은 하천 등이 펼쳐진 전형적인 시골 풍경과는 너무 다르다. 양복 입고 삿갓을 쓴 것처럼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중미로에서 물미길을 따라 물미마을 표지석을 끼고 언덕 내리막길을 벗어나니 세속을 떠난 듯 아늑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시야에 펼쳐졌다. 이월면 신월리 물미마을이다.

'마흘'·'물미' 마을명칭 2개

그곳은 설국이었다. 마치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설국(雪國)'의 첫 문장을 떠오르게 하는 마을이다. 이월면사무소에서 차로 15분이면 이 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에 '신월리 마흘(馬屹) 물미'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서있다. <사진>

'물미'라는 마을이름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물미'의 '물'은 '물(水)'의 뜻이고, '미'는 '뫼'의 '山'의 뜻이다. 즉, '물미'는 '물이 많은 산'으로 해석된다. 옛날 이 마을 앞에 향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나무 옆에 있는 우물의 물맛이 대단히 좋다. 어느 날 원님이 말을 타고 이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물을 청해 맛을 보니, 그 물맛과 향내가 너무 좋아 '물미로다'라고 해 그리 불리었다고 한다.

또, '마흘'은 한양에서 원님이 말을 타고 미잠리를 거쳐 물미고개로 넘어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마을 뒷산은 말이 고개를 숙여 미잠리의 개울물을 먹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마흘'과 '물미'의 두 명칭이 있었지만, 4년 전부터 '물미'로 행정지명이 정해졌다. 신석방 마을 노인회장에 따르면 이외에도 칼쌈부리, 목원고개, 수례명당 등 마을이름에 관한 유래는 더 많다.

90세 이상 어르신 4명

물미마을은 18가구에 47명의 주민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령의 주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90세 이상 어르신 네 분이 계신다. 이마을 오세환(57) 씨 부부는 연세가 많은 노모와 아들 부부, 손자까지 4대가 한 지붕아래 살고 있다. 주민들은 수년간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이 한 집도 없을 정도로 부부금슬이 좋다고 한다.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등 효행심이 깊은 것도 이 마을의 자랑이다. 경주 이 씨 종산(宗山)이 마을에 있지만, 현재의 주민들은 경주 이 씨와 관련 없는 각성(各姓)바지이다.

마을의 주된 생활기반은 다른 마을과 같이 논농사이며, 적은 규모이지만 참깨, 들깨 등 밭농사도 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특용작물에 대한 계획은 없다.

인근 기업체도 마을 후원

물미마을은 진천군과 이월면에서 각별한 지원을 받고 있다. 마을에 공공상수도가 공급되고 지난달 7일부터 시내버스가 마을안까지 운행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10분과 오후 3시 20분 등 하루 두 차례 들어오는데, 중간에 한 번 더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다.

1992년에 준공된 마을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여가선용 및 휴식뿐만 아니라 주민화합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마을에 소재한 협동산업과 유일판테크도 주민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주민 대다수가 70세 이상 고령이어서 마을에 대동계나 청년회 등 활동적인 모임은 없다.

지난달 28일에는 고령인 노모를 모시고 생활하는 주민 서정옥(59) 씨가 사랑의 집짓기 사업을 펼치는 진천봉화로타리클럽의 도움으로 새 집에 입주를 했다. 36㎡ 크기의 서 씨 주택은 봉화로타리클럽 후원과 회원들의 재능 기부는 물론, 지역의 기관과 업체들도 후원과 재능기부를 했다. 진천군청, 봉화로타리클럽, 현대모비스 등으로부터 2000여 만 원이 후원됐고, 대한지적공사 진천지사, 충북측량설계 등도 재능 기부에 참여했다.

주민이 적다 보니, 세 사람이 마을 대소사를 전담하고 있다. 김예곤 이장, 신석방 노인회장, 박오현 부녀회장 등이다.




우/리/동/네/사/람/들

신석방  노인회장
신석방 노인회장
마을의 역사 잘 아는 어르신

신석방(75) 노인회장은 4살 때 인근마을인 되마루 도종부락에서 이 마을로 이주해왔다. 70여 년간 물미마을에 거주해 마을의 유래 등을 가장 잘 아는 분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진천군과 중원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진천군 지명유래'를 발간할 때 내가 정리한 마을의 유래가 그대로 책에 실렸다”고 말했다.
그는 “10년간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다 현재의 김예곤 이장에게 역할을 넘겼다”며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마을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예곤  이장
김예곤 이장
“주민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28년 째 물미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예곤(51·여) 이장. 그는 4년간 부녀회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1월부터 이장을 맡았다.

마을 대소사와 궂은일을 무리없이 처리해 주민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각종 예방접종에도 고령의 주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앞장서 모신다. 주민을 위해 배송된 맞춤비료를 가가호호 필요한 장소까지 운반해 준다.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일일이 보살피고 있어 칭찬이 자자하다.

김 이장은 “주민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하고 말했다.




박오현  부녀회장
박오현 부녀회장
“주민 단합 잘 돼 부녀회 운영 활발”

박오현(68) 부녀회장은 5년간 노인회 부회장을 맡아오다 2년 전에 부녀회장이 됐다. 마을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친부모처럼 챙긴다. 동절기에는 경로당에서 음식을 대접하고, 이장과 함께 치매나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직접 노래도 하면서 친딸, 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진천군노인회로부터 '모범상'도 받았다.

박 회장은 “주민들의 협조가 잘돼 부녀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마을의 모든 일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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