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신척리 홍개마을
덕산면 신척리 홍개마을
  • 안창규
  • 승인 2015.01.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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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김 씨가 수백 년 살아온 집성촌

300년 수령의 향나무·숭모사 '자랑거리'
마을도로 확포장·저수지 수질 개선 절실

▲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주 김 씨 집성촌 홍개마을. 주민들은 인근에 신척산업단지가 들어서 먼지와 소음 공해를 우려하고 있다.
▲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주 김 씨 집성촌 홍개마을. 주민들은 인근에 신척산업단지가 들어서 먼지와 소음 공해를 우려하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미잠육교 아래로 이월면과 덕산면을 잇는 이덕로(587번 지방도)가 지난다. 이월면 쪽에서 미잠육교 아래를 통과해 왼쪽 신척서길로 가면 홍개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진천군 덕산면 신척리와 음성군 대소면 미곡리 경계지역인 홍개는 마을입구 신척산업단지의 삭막한 모습과는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운 농촌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 마을은 신라시대 김알지를 시조로 하는 경주 김 씨 문중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마을이름부터 경주 김 씨로부터 유래한다. 충북대학교 중원문화연구소가 발간한 '진천군 지명유래'에 따르면 고려에 충성하던 경주 김 씨들이 고려 패망 후 벼슬을 버리고 '홍포(弘布, 붉은 관복)'를 입고 이곳으로 낙향했다고 해 홍포로 불리었다고 하는데, 홍포를 입고서가 아니라 '홍포를 벗고 살았다'는 설명도 있다. 이 '홍포'가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을 하면서 '홍개'로 변했다고 한다.

40가구가 경주 김 씨 문중
마을입구에 있는 '숭모사(崇慕祠)'는 경주 김 씨 문중의 김상(金尙)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김상은 조선 인조 때 육부승지(六部承旨)와 경연참찬관(經筵參贊官), 강원도관찰사와 충청도관찰사를 지냈다. 숭모사는 입구에 솟을삼문이 있고 정면 3칸 측면 1칸 맞배지붕 기와집 형태인 사당은 돌담장으로 둘러져 있다. 사당 앞에는 팔작지붕 기와집 형태의 재실이 있고, 사당 왼쪽 공터에 사적비와 김성회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 62가구 가운데 경주 김 씨 문중이 40가구인 집성촌이다. 지척에 신척산업단지가 조성됐지만 마을에 별 혜택이 없다. 주민 누구도 신척산단 입주 기업에 취업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주민들이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주민 대다수는 벼농사를 짓는다. 일부는 무, 인삼, 엽연초, 화훼 등을 재배한다.
마을 가운데 지난 2002년 완공한 건평 100㎡ 규모의 아담한 노인정이 있고 그 뒤로 자리한 가옥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마을회관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수령 약 300년으로 추정되는 향나무가 서 있다. 진천군이 지난 1982년 11월 11일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다. 높이 8m, 나무 둘레 2.3m 크기의 향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거나 잎이 잘 피지 않는 해엔 마을에 액운이 있다고 한다.

타지 출신 이장 신뢰도 높아
▲ 마을에 있는 숭모사는 조선시대 강원도관찰사와 충청도관찰사 등을 지낸 김생과 예조참의를 지낸 선조 신잡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 마을에 있는 숭모사는 조선시대 강원도관찰사와 충청도관찰사 등을 지낸 김생과 예조참의를 지낸 선조 신잡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주민 62가구 150명의 주민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4∼50명이고, 젊은 세대 가구는 12∼3가구에 불과하다.
주민 대다수가 경주 김 씨인 마을에서 지난 2006년 귀촌한 타성바지 외지인-김병설(70) 씨가 이장을 맡아 마을 살림을 꾸리고 있다. 그가 이장을 맡기 전에는 40가구였는데, 지금은 62가구로 증가했다고 한다.
김 이장은 “이장을 처음 맡았을 때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모두가 신뢰하는 것 같다”며 “주민 모두가 화합하면서 살기 좋은 마을이 되도록 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홍개마을 주민들은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 마을입구에 신척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조상대대로 경작해오던 농경지가 잠식되고 자연환경이 훼손되면서 상실감이 컸다. 또한, 산업단지 공장을 드나드는 컨테이너 차량과 중대형 화물차들이 뿜어대는 매연과 소음으로 인한 정서적인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직·간접 인과관계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까지 낚시터로 이용되던 홍개저수지도 수질오염이 심각해 군에서 낚시터를 폐쇄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진천군이 신척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환경오염 방지대책과 마을에서 음성군 경계 간 도로 확·포장 등을 약속했으나 이행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마을 도로 확·포장과 홍개저수지 오염문제 만이라도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령의 어르신들 건강 '양호'
다른 마을처럼 이곳에서도 대동계가 조직돼 1년 1회 모임을 갖는다. 매년 봄·가을에 단합여행도 갖는다. 봄에는 마을에서 비용을 염출하고, 가을에는 노인회 주관으로 다녀오고 있다. 이 마을도 다른 마을처럼 고령의 어르신이 많지만 모두가 치매나 우울증 없이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마을부녀회원들은 매일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식사제공 재원은 외부기관의 성금과 주민들이 십시일반 거출해 마련한다. 이는 단순한 점심 한 끼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박영희 부녀회장은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웃으며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주 2회 마을을 방문하는 '건강백세 운동교실'도 주민의 건강한 일상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동/네/사/람/들


12대째 마을 지키는 경주 김 씨 문중

김낙경 노인회장
김낙경 노인회장
올해 76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2000평의 인삼밭을 경작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경주 김 씨 문중으로, 12대 째 이 마을에 살아오고 있다.
김 회장은 “'경주 김 씨 조상의 위패를 모신 송모사가 마을에 있어 자랑스럽다”며 “보통 산소에 가서 제사를 모시지만, 굳은 날에는 사당에서 제사를 모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서로 화합하면서 편안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6년째 마을대소사 원활하게 처리

김병설  이장
김병설 이장
김병설(70) 이장은 지난 2006년까지 서울에 살면서 한국방송공사 제작팀 조명감독으로 일했다. 지난 2007년 10월까지 방영된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제작에 참여했다. 방송일을 그만두고 낚시를 좋아해 인근 덕산낚시터에 자주 내려왔고, 오가며 눈여겨 보아두었던 홍개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홍개마을에 정착한 그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이장을 맡아 마을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김 이장은 “마을에 자랑거리는 별로 없고, 현안만 많다”며 “무엇보다 신척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면서 군수가 주민과 약속한 마을도로 확·포장과 홍개저수지 수질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 생활과 건강 챙기기 앞장

박영희 부녀회장
박영희 부녀회장
지난 2009년부터 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박영희(65) 씨는 어르신들의 일상생활과 건강을 챙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매일 마을회관에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면서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박 회장은 “부녀회원 모두가 잘 해줘 어려운 점 없이 잘 운영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부녀회가 하는 일에 마음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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