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백면 봉죽리 어은마을
문백면 봉죽리 어은마을
  • 안창규
  • 승인 2015.02.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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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鄭澈)의 유적 간직 … 나들이 가볼만한 곳

환희산 자락 정송강사(鄭松江祠) 마을의 자랑
정송강사 정화사업 때 30가구가 이주해 정착

▲ 정철의 향기가 묻어나는 어은마을. 송강과 관련된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한 전통 있는 고장이다.
▲ 정철의 향기가 묻어나는 어은마을. 송강과 관련된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한 전통 있는 고장이다.


진천군 문백면과 충청남도 천안시 동면의 경계에 402m 높이의 산이 있다.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를 30여분 걸어 정상에 서면 청주시와 진천읍·천안시 등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어느 자료의 글과 달리 그저 답답한 정상 조망만이 있을 뿐이다. '기쁨을 안겨주는 산'이라는 뜻을 담은 '환희산'이다. 이 산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의 유적을 품고 있다. 환희산 아래 깔끔하게 조성된 정송강사는 정철의 위패를 배향한 사우(祠宇)이다. 정송강사에서 남쪽으로 500m 떨어진 곳에 어은마을이 있다.

24가구 52명 거주하는 작은 동네
▲ 350년 수령의 은행나무. 정송강사 입구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 350년 수령의 은행나무. 정송강사 입구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어은마을 30가구 원주민은 진천군이 지난 1979년부터 1981년까지 3년에 걸쳐 환희산 자락에 소규모이던 정송강사를 신축정화 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주했다. 나머지 20가구는 타지로 떠났다. 지금은 마을 안쪽의 작은은골 5가구를 포함하여 24가구에 52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어은마을 토박이는 14가구이고, 나머지는 외지에서 이주해온 가구이다. 영일정씨는 송강의 종손인 정구성 씨 등 4가구이다.
연령적으로는 90세의 할머니가 가장 고령이고, 남 24명, 여 28명, 이중에서 고교생 3명, 중학생 3명, 초등학생 1명이다. 주민의 직업은 다른 농촌마을과 달리 공무원(3가구), 회사원(3가구), 개인사업(4가구) 등 다양하고, 전업 농업종사자는 이장, 노인회장을 포함한 4가구 뿐이며, 주로 논농사를 하고 있다. 마을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축사 한 곳과 자원재활용센터 한 곳이 있을 뿐 공장 같은 산업시설은 없다.

물고기가 숨어 있는 지형
▲ 정송강사 서쪽에 위치한 정철의 묘. 조선 현종 6년에 송시열 선생이 묘 자리를 정해 정철의 후손이 이장했다.
▲ 정송강사 서쪽에 위치한 정철의 묘. 조선 현종 6년에 송시열 선생이 묘 자리를 정해 정철의 후손이 이장했다.
어은마을은 지명에 대한 유래도 재미있다. 진천문화원이 지난 1982년에 발간한 '내고장 전통 가꾸기'에 따르면 “어은마을은 일명 '은골'이라고 한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정철 선생의 묘지를 정할 때 이 곳 지형을 보고 어은지형(漁隱之形)이라고 했다고 한다. 고기가 숨어 있는 형국이라고 하여 고기 어(魚) 자와 숨을 은(隱) 자를 써서 '어은'이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 마을에는 우친계, 고향계, 대동계의 3대 계모임이 있다. 이중 우친계는 상조의 목적이며 마을주민 전원 참석을 위해 해마다 12월 24일에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고향계는 지난 1979년 정송강사 신축정화사업 당시 마을을 떠났던 30가구 주민들과의 해후를 위해 1년 1회 6월에 회합을 갖는다. 대동계는 다른 마을처럼 주민의 단합을 위한 모임으로 매년 말 결산을 위해 모인다. 부녀회원은 18명으로 마을의 힘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충북기념물 제9호 '정송강사'
▲ 환희산 자락에 조성된 정송강사.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 환희산 자락에 조성된 정송강사.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무엇보다 이 마을의 자랑거리는 '충청북도 기념물 제9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정송강사(鄭松江祠)'이다. 원래 송강의 묘소는 경기도 고양에 있었는데 지난 1665년(현종 6)에 송시열(宋時烈)이 묘소를 환희산 자락으로 정하고 후손 정포(鄭浦)가 이장하고, 사우를 창건했다고 한다. 그 뒤 여러 차례 보수했으나 규모가 작고 퇴락해 지난 1979년부터 1981년에 걸쳐 전면 중건하고 정화했다. 현재 경내 건물은 사당·내삼문·외삼문·홍살문으로 돼 있다. 내삼문과 외삼문 사이 좌측에는 송강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는 송강의 유품인 은배(銀盃)·옥배(玉盃)·서간첩(書簡帖) 등이 보관돼 있다. 사당의 남쪽에는 묘소가 있으며 석물이 갖추어져 있다. 외삼문 바깥에는 1968년에 세운 송강시비(松江詩碑)가 있다.
정철은 정치사적인 면에서 강직-청렴-원리원칙에 입각한 정치가이면서 문학사적으로도 시인으로의 천부적인 재질을 나타내 '관동별곡', '사미인곡', '성산별곡', '훈민가' 등 주옥같은 가사와 많은 단가를 남겼다.
이곳에는 지난해 10월12일에 개관한 '온시숨터'도 있다. 송강사당 내 작은 도서관인 '온시숨터란'는 '모든(온) 시가 살아 숨 쉬는 터전'이란 뜻으로, 1만권의 시집 등 문학서적을 갖추고 있다. 정송강사를 찾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환희산 자락에서 시와 문학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이 되고 있다.
진천지역의 급속한 개발 속에서도 전통의 향기가 묻어나는 어은마을은 정철의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우/리/동/네/사/람/들

마을 대소사 살피는 순수한 농업인

한상열  이장
한상열 이장
한상열(64) 이장은 지난 2013년부터 이장을 맡고 있다. 순수한 농업인 한 씨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마을의 대소사를 살피고 있다.
그는 “다른 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을 어려움이 없는 동네라고 하지만 작은은골 안마을 비포장도로가 조금만 비가와도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라며 “행정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조속히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축산분뇨 등을 수거해 유기질퇴비를 생산하는 진천광역친환경농업단지 경축순환자원화센터에서 발생되는 악취 문제도 시설보강 등을 통해 해결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게이트볼에 심취한 마을 원로(元老)

한상인  노인회장
한상인 노인회장
한상인(83) 노인회장은 연세에 비해 무척 건강한 모습이다. 그는 게이트볼에 심취해 군 단위 게이트볼대회 등에 참가해 동호인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한 노인회장은 “작은 마을이어서인지 주민 화합과 단결이 잘 되는 화목한 동네”라며 ”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결속이 잘 돼 마을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지에서 이주해왔지만 어은마을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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