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불편하지만 탁구 치며 스트레스 날려요”
“몸은 불편하지만 탁구 치며 스트레스 날려요”
  • 이승훈
  • 승인 2015.05.2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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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군장애인탁구동호회

대회 다수 입상 · 장애인생활체육 우수사례 선정
회원들 충주시 · 이천시 동호회와 교류전 가져

▲ 진천군장애인탁구동호회 회원들이 강습을 마치고 자유롭게 연습을 하고 있다.
▲ 진천군장애인탁구동호회 회원들이 강습을 마치고 자유롭게 연습을 하고 있다.

▲ 회원들이 장애인복지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사랑의 장애인 어울림 탁구대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회원들이 장애인복지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강력한 스매싱, 사각을 찌르는 크로스코트 등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목발에 의지한 채 서서 라켓을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린다. 비장애인보다 몸은 불편하지만 테이블, 라켓, 공 하나도 비장애인들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곧추세우며 지름 4㎝의 공을 쫓는 사람들. 승부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며 탁구를 즐기는데 온 힘을 쏟는 장애인 탁구 동호인들이다.

매주 2회 강습 진행
지난 15일 오전 진천읍 벽암리 소재 진천군장애인복지관 2층 다목적실에는 진천군장애인탁구동호회 회원들의 탁구공을 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이곳은 동호회 회원들의 연습실이나 다름없다. 진천군장애인복지관에서 동호회 회원들을 위해 특별히 개방해준 곳이다. 넓지 않은 공간에 탁구대 2개가 놓여 있으니 꽉 찬 느낌이다. 회원들이 몰릴 때는 오래도록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 기다림조차도 이들에게는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또 다른 즐거운 시간이다.

이곳에서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씩 강습도 진행된다. 진천군장애인체육회 소속 체육지도자들이 재능기부 일환으로 강의를 맡아주고 있다.

노규헌(45) 장애인탁구동호회장은 “우리에게 탁구는 단순한 취미와 운동을 넘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진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천군장애인체육회, 진천군장애인복지관 등 주변에 마음 써주는 분들 덕분에 회원들이 탁구를 즐길 수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탁구는 삶의 활력소”

이 동호회는 장애인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재활에 도움이 되고자 지난 2006년에 출범했다. 당시 탁구에 관심이 많았던 10여 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3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층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경증·중증장애인 모두가 함께하고 있지만 중증장애인이 많은 편이다.

이 동호회의 최고 실력자도 중증장애인이다. 지체장애 1등급의 김성배(43)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탁구선수로 활약하며 전국체전까지 출전했던 실력자다. 10여 년 전 뇌경색으로 인한 반신마비로 장애인이 된 후로 탁구동호회에서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의 핑계일 뿐”이라며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유정현(43) 씨의 경우는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정신지체장애 1등급이다. 10년 동안 탁구를 치고 있지만 겨우 공을 주고받는 것이 전무다. 그래도 그는 탁구를 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최인호(39) 총무는 “탁구는 우리 회원들에게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주는 삶의 활력소”라며 “그래서인지 재활효과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매달 1회 정기교류전

이들은 승부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매년 열리는 장애인생활체육대회도 기량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참가할 뿐이다. 어울림 탁구대회는 비장애인과 함께 하면서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는 연습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제5회 청주시장배 장애인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는 김 씨와 김대규(60) 씨가 뇌병변부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적장애부에서는 윤태용 씨가 1위, 이재민·박정균 씨가 각각 3위에 입상했다. 또한, 청각장애부에 노 회장은 2위, 휠체어 부문에서 이창호 씨가 2위, 이규회 씨가 3위에 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장애인생활체육사업 우수운영사례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충청북도 장애인체육 우수단체상을 수상하면서 진천군장애인생활체육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충주장애인전용탁구장에서 충주·이천지역 장애우와 정기적으로 교류전도 갖는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교류전을 통해 타 지역의 장애인탁구동호인들과 만나면서 정보도 나누고 친분도 쌓는다.

좋아하는 탁구를 칠 수 있다는 것에 마냥 즐거워하는 이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탁구를 즐기고 탁구를 통해 만나는 세상에서 자신감 있게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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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규 헌 회장
노 규 헌 회장
“장애인전용탁구장 조성 절실해요”

노규헌(45) 회장은 “장애인들의 탁구는 일반인들과 달라서 공을 치는 것보다 공을 줍는 것이 더 힘들어 많은 공을 사용하고 나중에 잠자리채 같은 망으로 공을 줍는다”며 “일반인들은 바닥에 공이 널려 있으면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탁구를 즐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이어 “언젠가는 장애인전용탁구장이 생겨서 많은 장애우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2대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열심히 동호회 활동에 참여해 준 이성열 초대회장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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