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관 진천중학교 교장
박시관 진천중학교 교장
  • 정선옥 기자
  • 승인 2009.03.1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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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취중Talk! 열여섯번째손님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말문을 여는 박시관 교장 덕에 첫 질문까지는 30분이 걸렸다. 모교인 진천중학교에 부임해 이루고 싶은 일만큼 그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그이기에 평소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쏟아낸다. 주량이 고작 소주 반병이라고 못박았던 그인지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한 취중토크가 오늘은 일찍 마무리될 수 있겠구나 했던 기대는 열두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계바늘과 이미 비워진 소주병들에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Q 모교인 진천중학교에서 근무하시는 감회가 남다르실텐데요.
사실 오래전부터 고향인 진천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군요. 감사하게도 교육감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모교인 진천중학교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고향이자 모교라서 보람도 있지만 제가 욕심이 많은 탓인지 뜻대로 되질 않아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Q 그만큼 고향과 모교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진천이 발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한 가지만 제시해 주시지요.
우선은 '생거진천'에 대한 정의를 내려줘야 합니다. 말로만 생거진천이라고 떠들지만 실상 그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명칭에 대한 인지도는 전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아이템이든지 연계된 테마가 없다면 브랜드로서 발전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제는 특정한 테마를 가진 '생거진천'을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시작이 늦다고 해서 완성하는 시점이 늦다고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Q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교장선생님 같은 분이 우리 고향을 변화시킬 겁니다. 2006년 진천중학교에 부임하셨는데 처음 오셨을 때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진천중으로 발령받았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제게 했던 주문은 '가서 진천중학교의 명예를 되찾아라'였습니다. 저도 기대가 많았구요. 그런데 첫날 부임사를 하는데 학생들이 너무 떠들어서 도저히 인사를 할 수가 없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중간에 말을 끊고 1분간을 서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잠잠해지더군요. 이 날 제가 교단에 선 이래 아이들에게 처음 거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의 교장이기 이전에 선배입니다. 솔직히 그 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Q 아시겠지만 저희 신문사에서는 '교육문제 해결없이 진천지역 발전없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0부에 걸쳐 교육특집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교육관계자들의 이야기나 타지역의 성공사례를 들어보더라도 교사의 열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만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수시로 바뀌었지 않습니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나요?
부임 첫 해에 스물 두 분의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면단위 지역과 달리 읍단위의 교사들은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청주 등지에서 온 선생님들이 1년만 되면 바로 전근을 가버리지요. 그래서 첫 해부터 교사들의 복지를 위해 애썼습니다. 1차적인 목표는 '선생님이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환경 자체도 80년대의 학교를 연상할 만큼 열악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내심 화도 나고 안타까워 교육감님을 찾아가서 현실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지원을 약속해 주셨윱求�. 교육감님 배려로 첫 해에 20억을 지원받아 환경정비와 교사들의 복지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 되니 떠나는 선생님이 줄더군요. 둘째 해에는 열여섯 분이, 올해는 열 분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래도 많이 안정된 셈이지요. 지금은 5년째 근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Q 아직까지 학업성취도 결과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가지고 아직까지도 왈가왈부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학기가 시작되었는데 그 일에 매달려 있는 실정입니다. 교과부 입장에서야 재 채점과 중복 감사로 확실히 매듭을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저희들로서는 좀 더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금년까지는 웬만큼 학교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질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마음껏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도록 조회대를 옮기고 운동장을 넓혀 인조잔디를 깔 예정입니다. 올 동문체육대회가 끝나는대로 바로 공사를 시작할겁니다.

남은 건 학력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진천고를 명문화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연한 이야깁니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초등학교부터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올해도 중·고등학교 입학생을 기준으로 100여명의 우수한 인재들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교육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Q 고향 후배로서, 학교 후배로서, 선생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역과 학교에 대한 사랑이 있으니 교육감님을 찾아가셔서 예산을 끌어오신 거 아닙니까? 혹시 어렸을 때부터 꿈이 교육자이셨습니까?
아닙니다. 어릴적 꿈은 엔지니어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서울공고의 원서를 사왔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반대를 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때였으니까요. 결국 담임선생님께서 어머니를 설득해 청주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에 아직도 그 선생님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만큼은 서울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집안이 어려워 어머니의 권유로 교대에 입학하여 '그 때 조금 더 욕심을 부릴 걸…' 하는 생각에 단순히 어머니의 의사를 따랐던 자신에게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교직에 몸담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Q 교직에 계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신다면 언제였을까요?
검정고시로 기술과 사회과학 교사 자격을 받아 중학교 사회교사로 부임했을 때였습니다. 학교 환경정리부터 시작해서 중간체조도 체육교사를 대신 할 정도로 열심히 했지요. 돌이켜 보면 가장 보람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Q 선생님께서야 언제나 열정적이지 않으셨습니까? 괴산에서 오래 계셨지요?
괴산 읍내에서만 13년을 재직했으니 제 고향이 괴산인 줄로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괴산고에 부임해서 6년을 있었는데 그 중 5년을 고3 담임을 맡았습니다. 사실 고3 담임이라면 봉사활동이나 마찬가집니다. 아이들 자습도 거의 혼자서 도맡다시피 했으니까요. 아이들 공부할 때 영어책 펴놓고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 때의 아이들이 지금도 해마다 세배하러 찾아옵니다. 물론 보람도 크지요.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제자식들이 초등6년, 중3년으로 가장 아버지의 손길이 필요할 때인데 정작 그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너무 학교일에만 열중했던 나머지 우리 아이들 뒷바라지를 충분히 해주지 못해 지금까지도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있습니다.

Q 교장선생님의 교육방침이라고 해야 할까요,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시는 사항이 있으시다면요?
엊그제도 한 선생님이 찾아와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러나 저는 교사가 잘 하려다가 잘못된 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도 야단을 치기 이전에 의도를 물어 봅니다. 그리고 불평·불만을 하기 전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를 꼭 합니다.

Q 사모님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연애하실 시간도 없으셨을 텐데요. 중매결혼이신가요?
3년이나 연애를 했으니 반반이라고 봐야겠지요. 초등학교 담임을 맡았던 학생의 누나였습니다. 학부형들 소개로 만나게 되었지요. 마침 아버님 회갑이 다가왔는데 아버님께서 저 혼자 하는 절은 받지 않으시겠다고 하셔서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Q 사모님께서는 가장으로서의 점수를 얼마나 주실까요?
당연히 0점이겠지요. 학교밖에 몰라 가정에는 소홀했으니까요.


Q 현재 진천중학교에 재직중인 선생님들 중에 관내에 거주하는 분이 몇 분이나 되나요?
서른여덟 분 중에 관내에 거주하는 분이 두 분 계십니다. 옛날에는 거의 관내에 거주하셨지요. 읍단위 교사에 대한 혜택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명감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만 있다가 가면 된다는 식이지요. 방과후 교육활동에 참여를 권유해도 희망교사가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급인데도 요즘 선생님들은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작년부터는 선생님들이 자진해서 자습시간에 순회도 하는 등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Q 우수한 교사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는 겁니까?
예. 그리고 교직은 너무나 투명합니다. 점수가 공개되어 있지요. 우리 지역에도 우수한 교사들이 많이 오지만 문제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겁니다. 열심히 하는 교사는 더 대우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학교장의 권한이 없습니다. 교육과정의 편성에도 전혀 참여할 수가 없구요. 구조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Q 현재 진천중학교에 장학재단이 없지 않습니까?
예. 하지만 그 말씀을 하시니 동문 한 분이 생각납니다. 재작년 청소 시간에 남루한 옷차림을 한 분이 교장실을 찾아왔었습니다. 신문지로 싼 600만원의 현금을 내놓으며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하셨습니다. 성함을 여쭤봐도 대답을 안 해 주시고 차도 학교 밖에다 세워놓고 걸어오셔서 차량조차도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전해에도 어떤 분이 300만원을 주고 가셨답니다. 그 돈으로 학교 울타리에 나무를 심었답니다.

그런데 작년에 그 분이 또 찾아주셨습니다. 그래서 처음 주신 300만원은 나무를 심었고 지난해 주신 600만원으로는 학생 60명에게 장학금으로 지급을 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해 선배님 뜻을 희석시킨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도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계속해서 돈을 기부하는 연유를 물었더니 학교 다닐 때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서라고 답하시며 1200만원을 내놓고 가시더군요. 그래서 장학재단 설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그 분이 다섯 번은 기부를 하려 했는데 건강이 따라주지를 않는다고 말씀하시더니 올해 다녀가실 때가 지났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으셔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분으로 인해 저를 비롯한 우리 선생님들과 아이들까지도 진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진천중학교가 명문이 되기 위해서는 동문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일전에 진천자치신문 김경회 진천중학교총동문회 신임회장님의 취중토크를 읽었는데 그분도 기숙사 건립과 장학재단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저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아이들이 마음놓고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앞으로 동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또한 진천의 미래를 생각하는 군민들이 적극 협조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Q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이야깁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운동이라고까지 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중학교까지라도 내 고향에서 보내야 그 아이가 애향심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떠난 아이들과 중학교를 졸업하고 떠난 아이들은 아무래도 고향을 지키려는 마음의 크기 자체가 다를테니까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애향심만을 강요하기에는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너무 높습니다.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지자체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Q 평소 스트레스해소는 어떻게 하십니까?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안되는 일은 저의 부덕으로 돌리니 집에 가서도 이야기 안합니다. 하긴 집사람은 그게 또 불만이지만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으시겠죠?
선생이라면 누구나가 그런 제자가 있을겁니다. 예전에 야학을 2년 정도 열었던 적이 있습니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었는데 지금도 해마다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 제자가 늘 하는 말이 “그때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들 제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라고 합니다. 선생이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지요.

Q 우리지역 학생들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우리 아이들이 전국 규모의 대회에 나가면 상위에 입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청주 지역에서 오는 선생님들도 우리 아이들이 예절바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야망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지역의 구조상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진천여중과 진천중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만들어서 경쟁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경쟁해 살아남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우물 안의 개구립니다. 각성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Q 진천중학교의 경우 체육이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지요?
진천중학교는 체육학교라고 해도 학생들의 실력이나 시설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레슬링, 핸드볼, 육상, 검도, 태권도를 지정종목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모두 우수한 성적들을 거두고 있습니다. 전국 규모의 대회에 출전해 우리 아이들이 우승하면 진천이 부각되는데 사실 우리 군은 다른 군에 비해 너무 인색합니다.

Q 775명의 학생들을 진천중학교에 보내주신 학부모님들께 한말씀 해 주시지요.
우선 아이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단 보내셨으니 학교를 믿고 교육에 관한 모든 일을 학교에 일임해 주십시오. 저희를 믿고 지원해 주시면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치겠습니다.


Q 진천군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교육은 백년지대계입니다. 교육산업이 발달하면 당연히 지역이 살아납니다. 중·고등학교가 명문학교로 부상하면 당연히 타지역에서도 이사를 오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진천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교사들에게 소신 있는 학생지도를 주문하는 박시관 교장. 남들이 몰라줄 지라도 진심을 가지고 대한다면 언젠가는 본심을 알아줄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수많은 의미 없는 말들로 눈을 가리고 있을 때 박시관 교장은 묵묵히 자신의 소신대로 무언의 전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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