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상산초등학교
이규태상산초등학교
  • 정선옥 기자
  • 승인 2009.03.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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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상훈의 취중Talk! 열일곱번째 손님


누구나 그렇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박식하고, 힘도 세고, 심지어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만 같은 고결한 존재라는 환상을 가졌었다. 더구나 교장선생님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대통령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동안 취중토크에 진천을 대표하는 인사를 여러분 모셨지만 오늘처럼 자리가 어렵지는 않았었다. 평소 이 자리의 초대 손님에게 편하게 생각하시라고만 이야기하던 내 입장이 오늘은 반대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처음 부모님 품을 떠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이시자 그 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인 탓도 있으리라. 평소 강직함과 세심함으로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진천교육 1번지 상산초등학교의 중심축인 이규태 교장을 청해 생생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Q 상산초등학교라고 하면 진천교육의 1번지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재 재학생이 얼마나 됩니까?
현재 44학급에 특수반 1학급, 4개 학급의 병설유치원 원아들까지 1500명 정도 됩니다.

Q 엄청난 인원입니다. 교장선생님 능력이 뛰어나시니 그 자리에 계시겠지만 워낙 챙겨야 할 식구가 많아 힘드시겠습니다.
제가 능력이 뛰어나서 이 학교에 온 것은 아닙니다.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니 교육감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 주신 거지요. 솔직히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지요.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큰 법입니다.

Q 진천이 고향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럼 고향이 어디십니까?
태어나기는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만 어린 시절부터 외가인 이월 갈미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곳이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가끔 아이들이 불쑥불쑥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교장선생님, 우리 할머니 아세요?, 우리 할아버지 아세요?'하고 물어보곤 한답니다. 체육대회 때도 일부러 할머님을 모시고 와서는 인사를 시켜주지요. 그리고는 어깨가 으쓱해져서 돌아간답니다. 그럴 땐 아이들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도 느낍니다.

Q 늘 아이들에게 인자하게 대해주시니 그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교직에 몸담으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거지요?
이제 40년 하고 3개월 되었습니다. 상산초등학교에 근무한 지는 14년 3개월 되었습니다.

Q 40년을 외도 한 번 없이 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요, 그만큼 하셨으니 오늘 이 자리에 계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별히 교직에 몸담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저의 외삼촌이 교직에 계셨는데 외삼촌을 뵈면서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 것이지요.

Q 자고로 '孟母三遷之敎'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동안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지 못했는데 얼마 전 창간한 교육신문을 준비하면서 많은 교육관계자들을 접하고 고견을 듣다보니 '내가 잘못 하고 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이들에게 시간을 좀 더 할애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자녀들은 아버지로서의 점수를 몇 점이나 드릴까요?
저는 아이들 키울 때 같은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 일부러 인근의 다른 학교를 보냈지요. 한 학교에 있다보면 저도 그렇지만 아이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요. 물론 다른 이들의 이목도 신경이 쓰이고요. 아이들에게는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니 착하게 살라고만 했지요. 아이들은 70점정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나는데 큰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학교가 멀어서 제가 등하교를 시켰었는데 '공부 열심히 해라' 하고 이야기 했더니 아들 녀석 하는 말이 '남들도 다 해 준다'라고 말하더군요. 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생각엔 100점짜리 아빠는 아니었나 봅니다.

Q 사실 상산초등학교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는 학교 아니겠습니까?
예. 그렇지요. 진천군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시겠지만 진천상산초등학교는 일백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교육 일번지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학교입니다.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사회에 교육의 근간을 이뤄왔다고 할 수 있지요. 역사나 규모, 실력 면에서 충북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저력 있는 학교입니다.

Q 요즘 늦은 시간에도 학교에 불이 켜져 있던데요. 선생님들이 남아 계시는 건가요?
예. 학년 초라서 업무가 많아 10시까지 야근하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교육청에서 상산학교에 무슨 일이 생긴것 아니냐고 전화를 할 정도니까요. 그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시는 우리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물론 업무가 많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열의가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교육신문 창간 이전에 선생님들께 학생기자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너무 호응을 잘 해주시더군요.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더 넓은 안목과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지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라서 진천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재목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아이들도 반응이 아주 좋구요.

Q 치맛바람이나 촌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던 때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거의 사라졌겠지요? 사실 저도 아이를 상산초등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담임선생님께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거든요.
아이를 맡기셨으니 당연한 마음이시겠지만 행여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선생님들께 자제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Q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신가 봅니다. 하긴 워낙 불신의 골이 깊었으니까요. 그런 분위기가 교권의 추락을 부추긴 것 아닙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의 수장이신 각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이 지역에서 어른으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지역에서 각종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가더라도 학교장들의 자리는 맨 뒷자리거나 아예 준비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지요.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학부모님들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교원들도 더 노력해야겠지만 아이들 앞에서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의 권위를 지켜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선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탁드리는 겁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시간은 부모님보다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부모님들이 교사를 무시하면 아이들도 당연히 교사의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Q 선생님 평소 주량은 어떻게 되십니까?
많이 마셔야 소주 반 병 정도 마십니다. 오죽하면 명절날 가족들이 다 모여도 술을 즐기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 집사람이 이 집 식구들은 참 재미없다고 하더군요.

Q 40년 넘게 교직에 계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했을 땝니다. 특수학급을 맡았었는데 청각장애를 가진 3학년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부친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모친이 딸의 교육을 위해 청주에 나와 계셨지요. 제가 있는 동안 3년을 꼬박 아이 옆에 앉아서 수업을 들으셨습니다. 제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갈 때 어머님이 저를 잡고 얼마나 우셨는지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고맙다고 시골에서 농사지은 농산물들을 선물로 싸주셨는데 가끔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Q 또 어떤 제자가 기억에 남으시나요?
진천에서 근무할 때 생활이 무척 어려웠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사랑도 받지 못해서 물질적인 도움을 조금 주었었는데 이번에 대학원 졸업하고 기간 제 교사로 나간다고 합니다. 요즘은 전화도 자주 합니다. 이럴 땐 정말 이 직업을 택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학생이 더 많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필테니까요.

Q 오늘로 선생님을 두 번째 뵙습니다만 한 눈에도 학자 스타일로 보이십니다. 성격도 빈 틈 없고 가정적이신 것 같은데 사모님께 남편으로서 몇 점이나 받을 자신 있으십니까?
식구한테는 잘 한 일이 없어서요. 고생만 많이 시키고 풍족하게 못해줘서 늘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남편인데 50점은 주지 않을까요?

Q 저는 아이들의 훈육을 위한 체벌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만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저 역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체벌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잘못된 습관이나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잘못을 일깨워 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이들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입니다. 제2의 부모와 같은 특별한 관계지요. 교사가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격이나 나아가 인생이 달라지게 되어있습니다.


Q 요즘은 자녀수가 적어서 과잉보호를 많이 하는 편이지요. 자칫 선생님들이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못한다거나 부족하다고 하는데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다면 허심탄회하게 쓴 소리, 단 소리 말하고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나쁜 건 고쳐주고 좋은 건 더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Q 요즘은 학원에서 대외적인 대회를 많이 유치하던데요, 일각에서는 너무 상을 남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만.
학원의 경우 대외 행사를 많이 치릅니다만 어떤 때는 학교도 모르게 학생들을 동원해 가서는 트로피와 상장을 학교로 보내주는데 몇 박스씩 보내옵니다. 아이들이 정말 잘해서 상을 주는 것인지, 학원 홍보를 위해 주는 것인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정말 옳은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그 트로피 값은 부모들에게 또 부담을 시키겠지요. 오히려 이런 처사는 자녀의 진로를 지도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Q 얼마 전 졸업식도 있었지만 교육문제 때문에 대도시로 전학가는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가끔 상담을 하러 오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만 저희는 권장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굳이 보내시겠다면 졸업 후에 보내시라고 말씀드립니다만 간혹 담임선생님께 말도 없이 아이를 전학시켜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 학교에서 아이 생활기록부를 보내달라고 연락이 오면 그제서야 전학 사실을 알게 되는 거지요. 그럴때면 정말 교직에 회의가 느껴집니다. 재학 중에 나가는 아이들은 10명 정도 되고 졸업하면서 50여명 정도 타 지역으로 나갑니다.

Q 앞으로 진천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비단 진천교육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초등학령기의 아이들은 가장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 점을 우리 선생님들께서 조금씩만 각성하고 열과 성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해 주셔야 합니다. 아울러 학부모님들께서는 학교를 믿고 자녀를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육은 초·중·고가 연계되어야 만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명문화도 필요하지만 초·중학생들에 대한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Q 학교 발전기금은 부족하지 않나요?
학생 수가 많다 보니 도움 주시는 분 또한 많아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물질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 외의 것을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관내 21개 초·중교가 1교1사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정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연 1회씩 5학년생들을 견학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현장에서 부모님들이 이렇게 고생하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경영자들의 현장감 넘치는 강연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 경제 교육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장학금까지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지난 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다면요?
학예회 때죠. 전교생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고민 많이 했습니다. 학생 수가 1500명이나 되다 보니 실수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았겠지만 그날 학생과 학부모를 합해 4500명이 화랑관을 채워 주셨습니다. 화랑관 관계자들이 진천에서 이런 큰 행사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저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 교직원들 모두가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그 날 연홍길 교육장님께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 주셨는데 저녁에 상산초교의 전 교직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도 아직까지 교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관계자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연히 우리 진천교육의 미래가 밝지 않겠습니까?


Q 16000명이 넘는 상산초등학교의 동문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역사가 긴 만큼 우리 동문들이 전국 각지에서 여러 종류의 생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문체육대회 때 훌륭하신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을 둘러 보시고 도움도 많이 주십니다. 지금까지도 도움을 많이 주셨지만 우리의 자라나는 후배들을 위해서 더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 상산의 교직원들이 후배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Q 신입생들의 부모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겠지요?
예. 무엇보다 학교 방침을 잘 따라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막 엄마 품을 떠난 아이들인 만큼 아이들이 부모님께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학교와 아이들을 믿어주십시오.

Q 재직 중인 선생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지역민과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남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천교육 1번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
늘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상산초등학교다 보니 그 수장인 이규태 교장의 어깨에 놓인 짐의 무게가 적지 않을 터다. 5시간이 넘는 대화에도 지칠 줄 모르고 오히려 교육에 대한 열의가 불타는 이규태 교장이야말로 상산초등학교의 숨겨진 저력의 일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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