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고 편안함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동네
포근하고 편안함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동네
  • 이석건
  • 승인 2015.12.31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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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혜원면 월성리 ‘월성마을’
산 등지고 물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
용재 선생 가르침 따라 미풍양속·경로효친 고양

▲ 노인회관 쪽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장산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 노인회관 쪽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장산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지은 담안정과 상선약수.
▲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지은 담안정과 상선약수.

▲ 마을 어르신들과 이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이 오후 휴식을 즐기고 있다.
▲ 마을 어르신들과 이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이 오후 휴식을 즐기고 있다.

진천에서 광혜원면 쪽으로 국도 17호선을 따라 약20여 km를 가다보면 장산 줄기 아래 풍광이 아름다운 월성마을이 있다. 월성마을은 본래 '담안'이라 한다.

진주봉 아래 장산줄기가 남북으로 길게 반달 같이 마을을 둘러싸 성을 이룬 안에 마을이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다. 담안은 1914년 일제강점기 때 행정구역 통폐합 정책에 따라 일부 지역을 병합해 월성리가 됐다.

마을 어귀에 은행나무와 함께 서 있는 담안마을 자랑비에는 '먼 옛날 마을 앞에 반월성의 큰 담을 치고 대문을 세워 담안에 모여 살게 되니 예가 바로 월성리요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담안이라 이름 하였다. 예로부터 넓고 비옥한 토지를 소유하고 기와집이 많아 지나는 길손들이 여기가 한양이냐고 묻기고 했다는 부촌으로서 도의를 숭상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이웃 간에 화목하니 뉘라서 살기 좋은 마을이라 아니 할 손가 또한 용재(勇齎) 오순근(吳舜根) 선생의 가르침으로 나라의 동량을 많이 배출하였고 월파(月波) 박광국(朴光國) 선생이 금상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하여 광혜원중고등학교로 발전하는 모태가 되었음은 우리 마을의 큰 자랑거리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월성마을은 현재 65가구 125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8가구가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약60% 정도이다. 논농사와 축산업을 주요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가까운 공단에 입주한 기업체에 종사하기도 한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옻샘'


장산줄기 북쪽에는 고무래처럼 생긴 '고무래봉'이 있고, 서쪽에는 산봉우리가 '구슬'과 같다고 해 '진주봉'이 있다. 진주봉 줄기 마을 중심에 '옻샘'이 위치해 있는데 깊고 맑은 물이 흘러 나와 주민들의 공동 샘터로 이용하고 있다. 옛날 피부병으로 고생할 때 이 물을 받아 씻어주면 낫는다 해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정순자(66) 부녀회장은 “대보름 때면 샘굿을 해 마을 주민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는데 몇 년 전부터 샘굿을 하지 않아 마을 전통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인근(68) 이장은 “사업비 2500만 원을 받아 담안정과 '상선약수'라는 이름의 옻샘정자를 지었다”며 “옻샘은 월성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정자 이름을 '담안정'이라고 지은 것은 후세에 '담안'이라는 마을이름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옻샘정자의 이름을 상선약수(上善若水)로 한 것은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해 '선은 물과 같아서, 포용과 겸손, 이웃들이 서로 배려하는 마을을 갖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 이장은 “옻샘 바로 위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은행나무가 물을 맑게 정화시켜 안심하고 마실 수 있고, 이 샘물이 담안마을 주민들을 무병장수하도록 하는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순근 선생 등 유능한 인재 배출

서당이 유일한 교육기관이었던 시절 선농 오진영 선생의 둘째 아들인 한학자 용재 오순근 선생은 효친사상과 미풍양속의 가르침으로 마을 주민의 무지를 일깨웠다고 한다.

담안마을 출신으로 1952년 5월부터 1959년 10월까지 광혜원면장을 지낸 박광국 선생은 1951년 한국전쟁 중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지들과 뜻을 모아 '금상보통공민학교'를 설립, 초대교장을 지내며 가르침에 앞장서기도 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국가의 도움을 받아 광혜원으로 터를 옮겨 지금 광혜원중고등학교가 되었다고 한다.

박태용(73) 노인회장은 “박 선생은 교육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깨달아, 관련기관 등을 찾아 고등교육을 역설했다”며 “선생이 세운 학교가 오늘의 광혜원중·고등학교로 발전하게 돼 많은 후배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 줬다”고 말했다.

배산임수의 명당 지형

옛 부터 옻샘의 물줄기를 보고 서입동유(西入東流)라 하였다. 뒤편으로는 장산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앞에는 미호천이 흘러 배산임수(背山臨水)로 마을전체가 명당이다. 주민들은 명당 지형인데다 물맛이 좋아 마을 어르신들이 무명 장수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인근 이장은 “서입동류라 물이 좋다. 차를 마셔도 차 맛이 더 좋다. 차도 좋고 물맛이 좋아야만 차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웃었다.

박태용 노인회장은 “뒤에 산이 높고, 앞에는 개천이 흐르는 마을은 잘 없다”며 “옛날에는 산에서 뛰어놀다 더우면 개천에서 멱을 감고, 고기도 잡고 그렇게 살았다”고 말했다.

다른 마을과 달리 주택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어 포근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월성마을은 배산임수의 자연환경을 직접 체험하며 생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동네다.



우 / 리 / 월 / 성 / 마 / 을 / 사 / 람 / 들



“아픈 주민 없이 모두가 건강하길 바란다”

오인근 이장은 “동네가 편안하고 주민들이 선해서 목소리 높일 일이 없다”고 했다. 5년째 이장을 맞고 있는 그는 “내년에 마을사업으로 마을앞길 배수로 공사, 마을 안길 확장 공사 등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 이장은 “몇 년 전에 물난리가 나서 집과 농작물이 피해를 본적이 있다”며 “마을 인근 산이 높아 비가 많이 오면 불안한데 내년에는 물난리로 마을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건강이다”며 “아픈 사람 없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노년층과 젊은층 어울려 마을발전 위해 노력”

박태용 노인회장은 마을 어르신의 건강을 무엇보다 걱정한다. 박 회장은 “올해는 돌아가신 분이 없어 마을이 평온하게 한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 같다”고 하며 “보건소나 복지회관 등 관계기관에서 잘 보살펴 주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988프로그램, 한글교실, 율동교실 등을 통해 율동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면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잘 다듬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요즘 농촌은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우리 마을 여러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 부모를 봉양하면서 잘 살고 있다”며 “노년층과 젊은층이 어울려 화합과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보기 좋다”고 했다.


“마을 어르신 위해 점심·저녁 식사 제공 보람”

정순자 부녀회장은 30여 명의 부녀회 회원들과 힘을 합쳐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살림을 꾸리고 있다. 부녀회원들이 노인회관 어르신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챙겨 준다.

정 회장은 “부녀회가 10여명의 어르신을 위해 식사봉사를 하는데 비용은 노인회나 대동계에서 부담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안마을의 좋은 전통은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반찬거리를 가져온다”며 “어르신들의 점심과 저녁을 챙겨도 비용은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일 대동계를 열어 부녀회원과 노인회원 등이 한 해를 잘 마무리 했다”며 “올해 고생한 부녀회와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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