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 정착지’서 ‘살기 좋은 마을’로 재탄생
‘피난민 정착지’서 ‘살기 좋은 마을’로 재탄생
  • 이창복
  • 승인 2016.04.2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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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면 중산리 중정마을

주민들 남다른 교육열 … 인재 배출 많아 곳곳서 활약
가구의 절반 담 없이 생활 '범죄 없는 마을' 지정 희망

▲ 중정마을 전경. 이월면 중산리 중정마을은 주민들의 행복한 삶의 터전이다.
▲ 중정마을 전경. 이월면 중산리 중정마을은 주민들의 행복한 삶의 터전이다.


▲ 마을회관에 모인 중정마을 주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포즈를 취했다.
▲ 마을회관에 모인 중정마을 주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포즈를 취했다.



▲ 주민들이 범죄없는마을 지정에 앞서 표지석을 세웠다.
▲ 주민들이 범죄없는마을 지정에 앞서 표지석을 세웠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부락 단위의 대부분 동네는 긴 역사와 독특한 유래 그리고 자연적·사회적 환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고 그것을 후손에게 잊혀 지지 않는 마을의 전통으로 이어가기 위해 애쓴다.

그렇지만, 마을 형성의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는 마을, 특히 마을 형성의 이유가 역사적 상처로 인한 마을이 있다. 바로 이월면 중산리 중정마을이 그렇다. 민족의 아픈 상처로 생겨났지만, 그 상처를 딛고 남부럽지 않은 마을로 우뚝 선 중정마을을 찾았다.

지난 1957년 형성된 마을

중정마을은 마을 형성의 역사가 다른 여타 동네에 비해 상당히 짧고, 형성과정에 민족의 비애를 담고 있는 독특한 마을이다. 중정마을은 6.25전쟁으로 인한 피난민 정착지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중정마을은 6.25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전쟁을 피해 북한에서 남하한 북한 피난민들과 인근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헤매던 남한 피난민들을 위한 정착지로 1957년 40여 가구 500여 명의 주민들로 형성됐다.

중정마을에는 처음 정착했던 피난민들 중 많은 주민들이 외지로 떠나고 지금은 25가구 7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현재 북에서 피난 온 주민들 중 김명진 씨 가족이 유일하게 중정 마을 형성의 산 증인으로 남아 있다.

중정마을 주민들은 피난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갖고 마을을 형성했기에 남다른 교육열로 너나없이 자녀들을 열성으로 교육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환경과 처지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중정마을 주민들의 자녀들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자녀,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녀, 또한 다수의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육사출신 장교 등을 배출했다. 이는 가난과 궁핍을 자녀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중정마을 주민들의 교육열에서 기인했다.

끈끈한 신뢰와 정으로 '단결'

중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19일 모든 주민들의 참여와 기쁨 속에 마을 표지석을 설치했다.

진천에서 이월로 이어지는 진광로에서 중정마을 입구 맞닿은 곳에 반듯한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다. 표지석 앞뒤 면에는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 '범죄 없는 마을'과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중정마을 주민들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 없이 수십 년을 살아왔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더욱이 피난민들로 이루어진 마을의 특수성을 놓고 보면 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마을 가구 중의 절반은 담이 없다. 거기에 있는 담도 다 허물면 좋겠다는 말들을 스스럼없이 한다. 그만큼 주민들 간의 끈끈한 신뢰와 정을 바탕으로 살아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상원 노인회장은 “우리 중정마을은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건사고는 물론 주민들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었던 자랑스런 마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중정마을의 자랑이자 후대에 물려줄 마을의 큰 자산으로 '범죄 없는 마을'을 들기에 주저함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표지석에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이종구 이장은 “군과 경찰서 등의 협조를 얻어 우리 중정마을이 하루 속히 '범죄 없는 마을'로 정식 지정되기를 모든 주민들이 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이장으로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단합으로 마을회관 건립

중정마을의 또 다른 자랑은 화합과 단합이다. 중정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관을 지을 때, 온 주민들이 힘을 합해 하나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군의 지원을 받아 마을회관을 건축할 당시, 마을회관을 지을만한 부지가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온 마을 주민들이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과 혼연일체가 되어 십시일반으로 기금 3천만 원을 마련해 300평의 부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결국 지금의 2층으로 된 마을 회관을 지을 수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중정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 진광로에 과속 방지턱을 설치하는 것이 숙원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을 주민들이 진천이나 이월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진광로를 이용해야한다. 특히 진천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도로 건너편 버스 승강장까지 가기 위해 도로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중정마을 입구 진광로를 통행하는 차량 수도 많거니와, 과속하는 차량들이 많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로 구성된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앞뒤에 과속 방지턱을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 터 뷰


이 종 구  이장
이 종 구 이장
“범죄 없는 마을 지정 위해 팔 걷어야죠”

“마을 이장을 맡은 지가 채 1년이 안 돼 아직은 낯선 면이 없지 않다”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어 보이는 이종구(61) 이장.

이종구 이장은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은 역시 수십 년 동안 범죄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이라며 “주민들이 서로 믿어주고 도와주면서 살아 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이장은 “범죄 없는 마을로 지정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며 “마을 주민들과 면과 군 그리고 경찰서 등과 긴밀히 협조해 하루 속히 '범죄 없는 마을'로 정식 지정되는 일에 팔을 걷어 부치겠다”고 말했다.



이 상 원 노인회장
이 상 원 노인회장
회원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조성 앞장

80세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정하신 이상원(80) 노인회장은 “우리 중정마을 노인회는 65세 이상 정회원과 50세 이상 자원해 노인회에 보탬을 주고 있는 준회원 등 총 30여 명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노인회장은 “진천노인복지관과 협력해 3년 전 자원봉사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매년 8-11월 마을 곳곳의 오물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마을의 환경지킴이 역할을 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마을을 위한 꽃길 가꾸기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홍 숙 부녀회장
김 홍 숙 부녀회장
마을화합의 중심 부녀회 이끄는 리더

김홍숙(58) 부녀회장은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부녀회원들이 있어 든든하고 고맙다”며 부녀회원들의 수고와 희생을 먼저 언급했다.

김 부녀회장은 “여느 부녀회처럼 마을 어른들을 섬기고 주민들을 위해 수고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수박철에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수박 심기, 순치기, 따기 등의 이웃집 일손 돕기를 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년 1회 실시하는 마을 대동계와 겨울철 김장담그기 등의 마을 행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조직이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김 부녀회장은 “앞으로도 우리 중정마을이 서로 화합하고 하나 되어 단합된 마을이 되는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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