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활동으로 웃음 이어지는 ‘건강장수마을’
건강 활동으로 웃음 이어지는 ‘건강장수마을’
  • 이혜민
  • 승인 2016.05.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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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백면 봉죽리 봉암마을

지난 2012년 전국 시범마을 실천 경진대회 대상 수상
채지홍 선생 기념관 등 '마을역사 바로 세우기' 계획

▲ 봉암건강장수마을 전경. 쌍둥이 언덕이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
▲ 봉암건강장수마을 전경. 쌍둥이 언덕이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


▲ 봉암마을 주민들이 마을 입구 정자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촬영을 위해 김부원 이장이 마을방송으로 주민들을 불러 모으자 일하던 도중 손 놓고 오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등 마을단합이 잘 되는 모습이었다.
▲ 봉암마을 주민들이 마을 입구 정자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촬영을 위해 김부원 이장이 마을방송으로 주민들을 불러 모으자 일하던 도중 손 놓고 오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등 마을단합이 잘 되는 모습이었다.

“만년에 다행히 즐겁게 지낼 곳을 얻었고(晩年幸得從遊樂) 은골과 한천이 상하로 연했구려(慇洞閑川上下連)”

조선 영조 때의 성리학자 채지홍이 고향 봉암마을을 예찬한 시 '봉암정사(鳳巖精舍)'의 한 구절이다. 복잡한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삼아 즐겁게 살아가는 생활, 봉암건강장수마을 주민들의 삶이 그렇다.

봉암마을의 이름은 채지홍 선생의 호 '봉암(鳳巖)'에서 따온 것이다. 채지홍 선생은 당대 뛰어난 성리학자로 이름을 날렸고 왕자의 스승까지 지냈지만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에 염증을 느껴 낙향, 봉암정사(鳳巖精舍)를 지어 후진양성에 힘썼다. 현재 마을에는 그의 사당인 봉암향현사(鳳巖鄕賢祠) 터에 후손이 살고 있다.

친환경 흑미 단지 유명

문백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100M 가량 동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봉암건강장수마을'이라는 마을 표지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야트막한 쌍둥이 언덕이, 남쪽으로는 연곡저수지로부터 흘러나오는 성암천으로 감싸인 이 마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정경이다. 과연 채지홍 선생이 감탄했을 만하다.

봉암마을에는 70년대까지만 해도 꽤 많은 수의 주민들이 살았다. 김부원 이장은 “과거 주민이 663명까지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출향해서 200명이 채 안 된다”고 했다. 예전엔 마 씨·김 씨 집성촌이기도 했지만 이들 역시 출향을 많이 해서 현재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현재 마을 가구 수는 85호로 이 중 60호 가량이 농업에 종사한다. 봉암마을의 유명 작물은 흑미이고 친환경단지로 유명하다. 마을회관 앞에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선정하고 농림수산식품부가 인증한 무농약 '대한민국 스타팜' 현판이 걸려있다.

농촌건강장수마을로 탈바꿈

봉암마을은 건강장수마을답게 고령 어르신이 여러명 살고 있다. 97세가 1명, 95세가 3명, 90세가 1명 계신데 모두 정정하시다.

마을은 2010년에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됐다.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은 우리나라 농촌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농촌가족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농촌노인들의 생활향상 및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농촌진흥청이 주관하여 실시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단순히 신청만 한다고 다 선정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중요했다. 선정된 후 3년간 1억5천만 원의 예산을 받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이후 실시한 사업은 크게 교육, 환경, 수익, 체육 사업이다.

먼저 교육은 한자·한글·원예·풍물·노래교실·미술 등을 실시했다. 한자는 김부원 이장이 직접 지도했고 현재까지 65세 어르신 중 한자자격증을 취득한 분이 8명에 총 24건에 이른다. 한글은 퇴직교원인 조근수 노인회장이 문맹해소를 목적으로 지도했다. 환경사업으로는 마을에 쉼터, 벚나무 산책로, 화단 등을 조성했다. 수익사업으로는 마을 공동경작지에서 도라지, 옥수수, 들깨를 공동으로 생산해 그 수익금은 100% 교육 사업에 재투자했다. 체육 사업으로는 국궁과 어르신 체조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국궁은 노상일 사범이 지도하고 어르신 체조는 보건소와 건강관리공단에서 연계해서 실시했다.

전국적인 모범성공사례로 선정

이런 사업들이 성공리에 진행돼 봉암마을은 2012년 전국 시범마을 실천 경진대회에서 전국 186개 마을 중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진천군 선정 평생 학습마을로 지정됐고 전국 각지에서 성공비결을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

건강장수마을사업은 마을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먼저 주민들의 생활을 바꾸었다. 조근수 노인회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아주 건강해지셨다. 매일 체조를 거르지 않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자랑했다. 생활이 바뀌면 생각과 마음도 바뀌게 된다. 주민들 간 싸움이나 다툼이 없어지고 단합이 잘 되게 됐다. 김부원 이장은 “마을 주민 중 우울증이 심했던 분이 있었는데 건강장수마을 활동을 통해 우울증이 회복됐다”고 했다.

건강장수마을 6년차인 봉암마을은 이제 스스로 학습하는 마을이다. 사업은 3년으로 완료되었지만 한자는 각자 혼자서 계속 공부하고, 풍물과 국궁도 자체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지금 마을의 당면 과제는 '마을역사 바로 세우기'다. 김부원 이장은 “채지홍 선생의 사당인 봉암 향현사 터 앞에 채지홍 선생 기념관을 지어서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후세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며“현재 문중과 협의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건강장수마을에 이어 역사교육마을이 될 봉암마을의 다음 모습이 기대된다.

인 터 뷰


김 부 원 이장
김 부 원 이장
“우리 마을이 자랑스럽다”

김부원 이장은 봉암마을이 건강장수마을 경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데 가장 역할이 컸던 인물이다. 그가 꼼꼼하게 사진 찍고 정리한 앨범과 문서, 각종 자격 증서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봉암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도시의 유명가구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1992년에 낙향했다. 2015년 이장을 맡기 전 7년간 새마을지도자를 역임했으며, 어린이 한자 지도 및 진천군 선거관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를 좋아해 진천주민자치회에서 후원하는 '시울림'에서 시낭송을 배웠고, 지난달 전국 시낭송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현재는 조명희 문학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있다.


조 근 수 노인회장
조 근 수 노인회장
“1대1로 문해교육 해드려요”

항상 긍정적인 태도와 미소가 인상적인 조근수 노인회장은 봉암마을에서 태어나서 쭉 이곳에서 살아왔다.

진천군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했고 마을에서 6년째 한글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글을 모르는 분들을 찾아서 1:1로 맞춤형 교육을 해주는 노인회장의 바램은 그저 마을의 발전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서로 더 협조해서 좋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윤미화 부녀회장
윤미화 부녀회장
“어르신들께 너무 고마울 뿐”

마을에서 공공연히 '보배회장님'이라고 일컬어지는 윤미화 부녀회장이 가장 많이 듣는 칭찬은 '어른 공경을 잘한다'는 것이다. 낙농업에 종사하는 윤 부녀회장은 “저에게는 모든 분들이 언니고 그렇게 부른다. 사실 저는 별로 하는 게 없고 언니들이 다 돌봐주신다”며 마을 어르신들께 공을 돌렸다.

그는 “어르신들이 협조 잘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항상 밝고 단합이 잘 되는 마을이다”라고 자랑했다.


마 상 석 새마을지도자
마 상 석 새마을지도자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할 것”

마상석 지도자는 올해 처음 새마을지도자를 맡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원래 봉암마을이 고향인 그는 청주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4-5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해 올해 봉암마을로 들어왔다.

“귀농하니 마음이 편하고 마을 분들도 잘해주신다. 새마을지도자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그는 백향과, 페피노메론, 열매마 등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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