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사람)생명의 소중함 사랑의 기쁨 권학도·이재순 부부
(여기, 이사람)생명의 소중함 사랑의 기쁨 권학도·이재순 부부
  • 정선옥 기자
  • 승인 2009.04.0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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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자제하고 생명을 지우는 일은 결국 부모의 이기적인 직무유기일 뿐


지난 2006, 2007년 반짝했던 신생아 증가를 놓고 쌍춘년과 황금돼지해 특수라는 웃지 못할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나마 지난해에는 가임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 수가 1.19명에 그친다는 통계가 나왔다.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 이혼율이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인식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보다 더 문제시되는 것이 바로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다.

얼마 전 높은 10대 임신율로 고민하던 영국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낙태에 대한 TV와 라디오 광고를 허용했다. 10대 임신은 미혼모 증가와 입양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연계되기 때문에 반대 못지않게 찬성의 목소리도 높다. 연간 낙태건수가 150만 건으로 추산되는 우리나라 역시 미혼모와 해외 입양이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지만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서 잉태된 생명마저도 무참히 희생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지난 3월 3일 10번째 아이를 출산한 권학도·이재순 부부는 이처럼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풍조를 걱정한다. 잉태된 순간부터 인간으로서 마땅히 그 생명을 존중받고 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명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또한 생명이 주는 기쁨과 보람을 너무나 쉽게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다. 목회자로서 느끼는 종교적인 의미 부여에 앞서 가장 기본인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임을 강조한다. 경제적인 문제를 들어, 혹은 육아 문제 등을 들어 출산을 자제하고 생명을 지우는 일은 결국 부모의 이기적인 직무유기일 뿐이란다. 또한 올해로 18년째 결혼생활을 맞고 있는 이들 부부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늦은 나이인 40세, 31세에 결혼했다. 세상에 어떤 부부도 상대에게 100% 만족할 수는 없다며 상대에게 서로를 낮추고 맞춰주는 것이 금슬 좋은 부부지간의 비결이라며 너무 쉽게 이혼을 결심해 버리는 부부들을 걱정한다.

1991년 결혼해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장녀 은진이를 낳고 이곳 백곡면 대문리에 정착한 부부는 그 뒤로 은찬이, 은정이, 정찬이, 영찬이, 강찬이, 은혜, 예찬이, 경찬이, 선찬이 10남매를 두고 있다. 노모와 부부, 아이들까지 13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다 보니 큰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하는 새벽 5시부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이 가족들은 화목하기만 하다.

워낙 오지이다 보니 유치원이 멀기도 하고 너무 어린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 안심이 되지 않아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켰다는 이재순씨는 '아이에게 엄마는 가장 좋은 교사'라고 말한다. 학교 공부 역시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예능 교육도 은진이와 은정이가 동생들을 맡아 가르치니 따로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해서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대가족 안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져 사회적응력이나 사교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수년 전 모 TV에서 엄마를 바꾸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당시 아기였던 아홉째 경찬이를 데리고 일주일간 아이들을 떠나 있었던 이재순씨는 아이가 하나뿐인 집의 생활이 너무나 힘이 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아침에 깨우는 일부터 밤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서너 군데의 학원과 학교를 졸졸 쫓아다니며 아이를 뒷바라지 하는 일이 아홉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보다 더 힘들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이 되어서야 그 아이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게 되어 어린 경찬이를 돌봐주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여덟명의 아이들을 맡았던 상대편 주부는 너무도 편했다는 말을 했었단다. 형제가 많다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땀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서로를 돌보는 일과 집안일에도 너무 익숙했던 것이다.

“우리 가정이 유별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재순씨는 열 남매 모두 자연 분만했고 모유를 수유했다. 열 번째라고 해서 출산의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만한 대가도 치르지 않고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얻으려 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친 이기심이라고 이야기 한다. 일곱째를 낳을 때까지 산아제한 분위기 탓에 보험혜택조차 받을 수 없고 아이가 많다는 이유가 한 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던 시절도 있었다. 다행히 여덟째를 가졌을 때부터는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여서 이제는 보험혜택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권학도 목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 되어주길 기도한다는 부부는 아이를 키우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보람이 세상의 어떤 재물보다도 값진 것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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