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곡면 사송리 지구마을
백곡면 사송리 지구마을
  • 이주영
  • 승인 2016.10.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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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누는 청정 약초 재배 적지

지황·백출·천궁·아마란스·인삼 등 약초작목반 조성
백곡 유일의 산신제와 출향인들 “지구상조회” 활동 유명

▲ 진천읍 백곡면 사송리 지구마을 전경
▲ 진천읍 백곡면 사송리 지구마을 전경

백곡면 사송리 지구마을은 만뢰산 쪽으로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며 북쪽 백곡면소재지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다. 마을이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어 다른 마을에 비해 면적이 두 배는 족히 되지만, 주변 산이 높고 골짜기가 많아 정작 들과 마을은 그리 넓지 않다.

매년 정월에는 산신제의 명맥을 잇고, 지황, 백출 등 청정약초단지를 운영하는 지구마을, 43가구 68명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다정하게 지내고 있으며 특히 마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출향인들의 고향마을 사랑이 남다르다는 지구마을은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돌담과 흙벽돌 건물
정겨운 경치 좋은 지구마을

만뢰산(612m)과 태령산(450m) 줄기 동북쪽 구릉지에 자리 잡고 있는 지구마을은 아홉 골짜기마다 연못이 있어서 지구(池九)머리라고도 불린다.

600여 년 전(조선초) 고씨와 정씨가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고 물이 많아 40여 년 전부터 이미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소하천 공사가 여러 번 이뤄졌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로 인해 집집마다 돌담을 쌓아 놓았으며 좁은 길을 따라 길고 짧게 이어진 돌담과 흙벽돌로 지은 오래된 부속건물들이 정겨움을 더한다.

김옥분(81) 어르신은 “마을에 흙벽돌로 지은 지 50년이 넘은 화장실과 백년은 됐음직한 초가집이 그대로 남아있다”면서 “길이 좁아 중장비가 들어가지 못해 그냥 두고 있다는데 나름 운치 있다”고 말했다.

지구마을에는 빈집이 없는 것도 자랑이다. 이장환(54) 새마을지도자는 “도시에서 정년퇴직하고 노년을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보내기 위해 들어온 가구가 10여 가구나 된다”며 “농사 안 짓는 빈 땅은 있어도 빈 집은 없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 지구마을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지구마을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정산간지역 백출·천궁 등 약초재배
조기환 이장에 따르면 지구마을은 만뢰산 동쪽에 위치한 준 산간지역으로 공기 맑고 물 좋은 청정지역이다.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어 겨울엔 마을이 진천읍 보다 3도 정도 따뜻하고 아늑하다.

마을 주민의 70%가 70세 이상 어르신들이지만 마을 밭에는 어르신들의 손길을 많이 받은 고추, 들깨, 파, 콩 등의 작물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50~60대 젊은 주민들은 시설 오이농사, 논농사와 더불어 지황, 백출, 천궁, 아마란스, 인삼 등의 약초를 주로 재배한다.

지난해 백곡면 청정약초단지 조성사업으로 23농가가 약초작목반을 구성했고 지황, 백출, 천궁, 아마란스 등의 약초가 잘 자라고 있다. 약초작목반 반장이기도 한 조 이장은 “백곡이 차령산맥 여맥이 미치는 곳이라 산이 높고 험하다보니 이런 지형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 청정 약초 재배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아직 시험 재배 단계지만 앞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젊은 농업인들을 육성해 더 활기찬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 마을회관 옆에 있는 정자에서 조기환 이장(맨 뒤)과 마을 어르신들이 취재 후 사진을 찍었다.
▲ 마을회관 옆에 있는 정자에서 조기환 이장(맨 뒤)과 마을 어르신들이 취재 후 사진을 찍었다.
출향인들의 고향 사랑 깊어
지구마을에는 “지구상조회”가 있다. 지구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타지로 나가 터전을 잡은 출향인들 모임이다. 출향인들은 지구상조회를 통해 마을의 모든 대소사를 함께 치르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마을에 상을 당했을 때는 물론 다양한 마을 행사에도 어김없이 자리를 채우고 살뜰히 마음을 보탠다. 지난 2010년에는 백곡초 34회 동기인 서정국· 김문회· 김성호·김종만·이호성·윤동오·하명오 씨 등이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달래줄 최신형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지금도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을 돕고 있다.

김윤묵(73) 어르신은 “마을잔치 할 때마다 하루 20만 원씩 내고 노래방기계를 빌려다 썼는데 노래방기기가 마을회관에 설치되고 편하게 이용하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을 안녕 위해 천신제·산신제 지내
지구마을 산신제는 백곡면에서 유일하다. 매년 정월 초사흘 갈미봉이 있는 마을 뒷산에서 남자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을 위한 천신제와 산신제를 지낸다.

조 이장은 “80년대에 산제당이 철거돼 현재는 과거 산제당 근처 평평한 터에서 약식으로 천신제와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원분(79) 어르신은 살기 좋고 놀기 좋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과거 동네에 젊은이들이 많아 8월 보름이면 수수껍질을 벗겨 만든 거북모양 모자를 쓰고 송편을 얻으러 다녔다”며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라는 노래를 부르며 농악대와 신나게 놀았다”고 했다. 또 임복순(78) 어르신은 “농악대가 “천금만금 벌어주소. 우리 거북님 벌어주소” 하면서 집터를 눌러주면 거북이들도 신나게 놀고, 주인은 술상을 차려서 놀이패를 대접했다”고 덧붙였다.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서운한 지구마을 사람들, 그들은 오늘도 서로서로를 바라보며 이웃 사랑을 체험하고 느끼며 살고 있다.

인/터/뷰


조 기 환 이장
조 기 환 이장
마을 도로공사 등 경관 개선 필요해
조기환(54) 이장은 “4년 전 이장이 되면서 추진한 상수도 배관 설치 사업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집집마다 연결이 완료되면 훨씬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어 마을 안 도로공사, 담장 보수 등을 통한 마을 경관 개선 사업도 추진 중이다. 아픈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효자라는 평이다.


정 숙 자 부녀회장
정 숙 자 부녀회장
“주민들과 마을회관 김장을 담글 계획”
정숙자(63) 부녀회장은 소를 키우고 농사일로 바빠 마을회관을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지구마을 부녀회원들의 평균나이는 약 70대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젊은 부녀회원들이 없어 추진이 잘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도 올해는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담글 계획이다. 그는 “어르신들이 많이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니 의욕이 생긴다”며 힘을 냈다.


이 장 환 새마을지도자
이 장 환 새마을지도자
“열심히 하면 모든 일이 잘됩니다”
이장환(54) 새마을지도자는 동네 어르신들이 회관 청소는 물론 주변 잡초제거와 쓰레기 잘 모아두기, 농사용 폐비닐 모으기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해 주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는 “힘쓰는 일이 필요할 때 기꺼이 힘을 보태고 있다”며 “오이농사든 마을 일이든 열심히 하쥬”라며 크게 웃었다. 그는 부모님을 대하듯 어르신들을 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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