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평 영구리 어은마을
초평 영구리 어은마을
  • 김미나
  • 승인 2018.03.1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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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자락 밑에 형성된 배산임수의 살기 좋은 마을
▲마을 뒤편에는 두타산이 자리하고 앞편으로는 초평천이 흘러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자랑하는 어은마을 전경.
▲마을 뒤편에는 두타산이 자리하고 앞편으로는 초평천이 흘러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자랑하는 어은마을 전경.


해발 598m, 진천군의 동쪽 방향으로 10㎞ 지점에 있는 명산으로 알려진 두타산. 그 두타산 자락 밑에 형성된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마을은 뒤편의 두타산이 병풍을 두른 듯 펼쳐지고 앞으로는 맑은 초평천이 흘러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자랑하며 예로부터 살기 좋은 마을로 불렸다.

마을의 형국이 마치 고기가 숨어있는 형국이라 하여 어은(漁隱)이라 불리는 곳, 살기 좋고 깨끗한 청정지역인 초평면 영구리 어은마을(이장 이태영)을 찾았다.

강화학파가 터 잡은 선비의 고장

어은마을은 초평면사무소에서 두타산 방면으로 금곡교를 지나, 초평초등학교 앞 영구교를 건너면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진천군 대표 관광 명소인 두타산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고 영구교 밑으로 흐르는 초평천에는 깨끗한 물에서만 볼 수 있다는 빠가사리, 동자개 등이 아직도 잡힐 정도로 청정지역임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이 마을은 구한말 문인학자들의 학맥인 강화학파가 터를 잡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마을의 어르신들은 조선 숙종시기 명곡 최석정(明谷 崔錫鼎)이 후학을 기르던 지산서원(芝山書院)이 자리한 초평초를 졸업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예로부터 어은마을은 머리가 좋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기로 유명했으며 공무원, 교육자 등을 다수 배출했다.

특히 올 해는 어은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지원(19) 양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에 합격해 마을에 기쁜 소식을 알렸다. 최 양은 마을 터주대감인 최덕환(77) 전 노인회장의 손녀다.

“어르신들의 말이 곧 법”

어은마을은 약 500여 년 전 경주 최 씨가 처음 터전을 잡고 살아 온 마을로 최씨 집성촌으로 불렸다.

최덕환 전 노인회장은 “초평면이 형성된 것이 최 씨들이라 처음엔 최평면으로 불리다 초평면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46가구에 70여 명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지내는 '화목마을'이다.

다른 농촌 마을처럼 30~40대가 거의 없고 70~80대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마을의 분위기는 언제나 밝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태영 이장은 “우리 마을은 어르신들의 말이 곧 법이다”며 “어르신들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마을의 대소사에도 투표할 일이 없을 정도로 단합이 잘된다”고 말했다.

어은마을 경로당에서는 매일 어르신들이 점심을 함께 나누고 냉장고는 늘 풍성하다. 타지에 사는 자녀들이 경로당 냉장고의 음식이 떨어지지 않게 채워 놓아 음식이 떨어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는 마을 주민들은 타지에서 새로 이사 온 이웃들에게도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간다. 때문에 텃세가 없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또한 마을 앞 영구교 밑에 흐르는 초평천에서 남자들이 밑물고기를 잡아오면 경로당에서 여자들은 어죽을 쑨다.

지난해 대동계 총회에서는 돼지를 잡아 마을잔치를 하며 화목과 친목을 다졌다. 솜씨 좋은 주민들이 많아 순대도 만들어 먹으며 한 해의 마무리를 풍성하게 보냈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들은 경로당에 모여 하루를 시작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두타산, 영수암 등 관광자원 풍부

두타산 자락에 위치한 어은마을에는 산 밑 마을 남방 약 1.5km 지점에 고려 태조때 (서기 918년) 증통국사가 창건했다는 영수암이란 사찰이 있으며 이 절에서 보관중인 충북도 지정 유형 문화재 제44호인 괘불(掛佛)이 있다.

또한 두타산 등산로 입구와 주차장이 마을에 위치해 있어 주말에는 등산을 하려는 관광객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이 밖에도 마을 경로당 인근에 아름드리 향나무 두 그루가 있어 수호신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오래된 이 향나무가 지정목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예로부터 꿩이 둥지를 틀면 명당이라고 말했다. 또한 토지에 석별이 섞여 있으면 배수가 잘 돼서 곡식이 잘 자란다고 했다. 음식이 풍부한 명당, 바로 어은마을의 모습이다.
이 이장은 “살기 좋은 환경으로 이 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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