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캐치 앤 릴리즈’성행 … 외래어종 퇴치 ‘공염불’
낚시인‘캐치 앤 릴리즈’성행 … 외래어종 퇴치 ‘공염불’
  • 박선호기자
  • 승인 2018.11.16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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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곡호·초평호 낚시인 배스, 블루길 등 잡아 사진만 찍고 방생 “방생 예방 위해 낚시터 수거함 설치·민관합동 수매사업 필요”
백곡호와 초평호를 찾은 낚시인들이 낚시로 생태계교란어종인 배스나 블루길을 잡아 휴대폰 등으로 촬영만 한 후 저수지에 놓아주는 이른바 '캐치 앤 릴리즈' 행위를 일삼고 있으나 지도단속, 수거 및 수매 등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특히, 생태계교란어종을 낚시로 잡은 후 다시 놓아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로낚시터 등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수매사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지만 진천군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사실상 외래어종 퇴치가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초평호와 백곡호 주변 주민과 어업인들은 예전에 많이 잡히던 새뱅이(토종 민물새우)가 수년전부터 거의 잡히지 않아 토종 치어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백곡호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49) 씨는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수지에 서식하는 새뱅이개체수가 급감해 할 수 없이 양식새뱅이를 사서 민물새우탕을 만들고 있다” 며 “양식새뱅이로는 저수지에서 잡은 새뱅이로 조리한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메뉴 변경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배스가 유어(幼魚)에서 성어(成魚)에 이르기까지 가장 선호하는 먹이는 새뱅이다. 따라서 생물학상 새뱅이와 배스의 서식량은 반비례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1960년대 후반 내수면 어업자원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한 배스와 블루길 등이 저수지에 서식하면서 새뱅이뿐만 아니라 토종 치어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어 생태계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곡호와 초평호를 찾는 낚시인들도 배스나 블루길을 많이 잡는다. 주말마다 백곡호에서 루어낚시를 하는 조모(29) 씨는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다보면 배스나 블루길을 쉽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낚시인들이 낚시로 잡은 배스나 블루길을 처치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SNS에 올릴 사진만 찍고 저수지에 놓아주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데다 수거도 되지 않고 있어 저수지 생태계 교란을 부추기고 있는 상태다.
생태계 교란 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을 방생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누구든지 생태계교란 생물을 방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시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적발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낚시인 조모 씨는 “설령 단속반이 뜬다 해도 잡은 고기를 물에 던지고 실수했다고 하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이민기 충청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 내수면산업과 주무관은 “외래어종 퇴치를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늘리고, 낚시인들의 무단 방생을 막기 위해 낚시터에 외래어종 수거함 설치와 민관주도의 배스·블루길 수매사업을 활발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천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배스를 잡고 다시 방생하는 낚시인들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아 올해 적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내수면생태계 교란어종 구제사업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저수지에서 낚시로 잡는 외래어종을 수거하기 위한 수거함 설치와 수매사업은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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