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평면 오갑리 영주원 마을
초평면 오갑리 영주원 마을
  • 정선옥
  • 승인 2009.06.30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의 비옥한 곡창지대 이룬 선조들의 피와 땀이 베인 곳


복잡한 시가지를 벗어나 이제 막 푸르름이 짙어지기 시작한 논 사이를 달려 넓은 평야가 끝날 즈음 만난 미호천은 수일 전 내린 비로 제법 불어난 물줄기가 한 여름 뙤약볕에도 나그네의 눈을 시원하게 한다.
그 물줄기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석탄, 원대, 영주원, 영신, 마두 다섯 마을이 줄서듯 물줄기를 따라 자리하고 있다. 이 다섯 마을을 가리켜 오갑리(五甲里)라 부르는데 지난 1930년 덕산면에서 초평면으로 재 편입되었다.

■ 다정한 이웃이기 보다는 한솥밥 먹는 편안한 가족으로
영주원이라는 키 큰 표지석이 우뚝 서있는 마을 입구를 들어서니 벌써 마을회관 쪽이 시끌시끌하다. 구릿빛 얼굴을 한 촌로들의 대화에는 매일 하는 농사일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어린 손녀 자랑까지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묻어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자주 마을회관 앞에 조성되어 있는 쉼터에 나와 담소를 즐긴다.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출생해 함께 자란 이들이니 만큼 다정한 이웃이라기보다는 편안한 가족 같은 느낌이 더 다가온다. 농한기 때 온 마을 사람이 함께 점심을 지어 먹는 모습은 다른 마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영주원은 영제원(永薺院)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
다섯 마을 중 규모가 가장 큰 마을인 영주원은 본시 영제원(永薺院)이던 것이 변하여 영주원(永酒院)이 된 것이다. 영제원은 시재원, 광혜원, 태랑원, 협탄원과 같이 공무로 여행하는 관원들의 편의를 제공하던 숙박시설이 있던 곳이다.
인근 원대마을이 원이 있던 터임을 생각한다면 옛날 원님이 지나가다 음주를 하며 피로를 풀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쉽게 수긍이 간다.

■ 선조들의 재치 가득한 질랑산 자락의 지명들
영주원 웃골을 병풍처럼 두르고 지나가는 질랑산 자락은 굽이굽이 성주봉, 광대봉, 마당바위, 할미바위, 도독골, 감투바위 같은 이야기 몇 자락을 품고 산다.
유래는 알 수 없으나 해맞이와 달맞이를 했었다는 멀리 진천군이 한 눈에 보이는 성주봉은 봉우리가 넓어 광대가 놀았다는 광대봉과 할미처럼 굽은 형상으로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할미바위, 마당처럼 넓어 나무하러 가다가 쉬어갔다는 마당바위, 감투모양의 바위 때문에 인근 지역 인재들이 출세하지 못한다 하여 누군가가 쓰러트렸다는 감투바위, 도둑이 숨어 살 만큼 깊었다는 도독골, 물이 아주 찬 옻샘이 있었다는 물탕골 등 골짜기마다 옛 사람들의 재치가 가득하다.

■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부촌의 명성
영주원 마을은 초평면 일대의 자연부락 중 경지면적이 가장 넓어 부촌으로도 이름이 높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주원 마을이 살림 넉넉한 마을은 아니었다. 미호천을 넘어 홍답이라 불리던 땅은 척박하여 농사가 되지 않던 지역이었다.
경지정리를 통해 토질을 개량하고 현재의 비옥한 곡창지대로 바꾸기까지 선조들의 피와 땀이 베인 곳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은 미질이 좋기로도 유명해 밥맛에 있어서는 이천 쌀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이 비옥한 땅을 일구어 온 선조들의 도전 정신이 주어진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오늘의 영주원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민들은 오늘 날 이만큼 부를 축적하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인식되기까지 조상들의 지난한 노고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를 대비하는 장수마을
질랑산과 미호천 사이로 길게 자리 잡은 마을은 86가구에 214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다른 마을에 비하면 젊은 사람들도 많은 편이지만 7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미 '중풍 제로마을'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이 마을은 앞으로 장수마을을 목표하고 있다. 일손이 바쁜 농번기에는 함께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농한기에는 아침마다 마을주민들이 모여 걷기 운동을 하고, 저녁마다 보건지소 앞마당에 모여 건강 체조에 여념이 없다. 마을 뒷산에 마련된 왕복 1시간 코스의 등산로는 가벼운 등산 코스로 인기여서 평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고령 인구가 많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중풍환자가 없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개소한 오갑 보건진료소 역시 마을주민들의 노인건강 증진사업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건강한 마을 가꾸기에 일조하고 있다.

■ 마을의 주축 부녀회와 영심회
영주원 마을은 부녀회와 더불어 청년회가 전신인 영심회가 활성화 되어 있다. 마을 인구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아 마을에서 발생하는 크고작은 문제의 해결은 물론 별도의 기금을 조성해 어르신들의 관광과 천렵 등도 주도한다.
뿐만 아니라 진천군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한 자원봉사 활동에도 열심이어서 관내에서도 적극성과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다.

■ 수익사업 창출로 어려운 이웃 돕는 것이 숙원
경지면적이 넓다 보니 농번기에는 일손이 모자를 만큼 바쁘고 농한기에는 그만큼 한가해진다. 주민들은 이러한 단점을 살려 마을 자력사업을 구상 중이다. 군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그 수익금으로 마을 기금도 마련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숙원이다. 또한 농번기가 되면 텅 비어버리는 2층 규모의 마을회관을 공부방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을을 나서다 보니 인근에서는 드물게 가로수로 버드나무 몇 그루가 심겨져 있다.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마을 앞에 오래 묵은 버드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나라에 어지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조상들은 천기를 살피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환경을 개척하며 살아왔다.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마을 입구의 버드나무 몇 그루가 유양(柳楊)나무 전설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동/네/이/장/님/

김태희 이장
김태희 이장

모두가 화목하게
잘 사는 마을…
짜임새 있는 계획과
배의 노력할 것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라면 주민 모두가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입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니 일이 있어도 따로 방송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랍니다. 모두가 화목하게 잘 사는 마을을 이끌어 가는 것이 이장으로서 할 일이겠지요.
그리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하실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마을의 크나큰 숙원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주민들도 짜임새 있는 사업 계획과 배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만 군에서 조금 뒷받침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광수 노인회장
김광수 노인회장
걷기운동·건강체조 등
프로그램 구성해
장수마을 '앞장'

우리 마을에서는 노인들이 보람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53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다음 학기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육체적인 건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신적인 자산을 쌓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노인회장을 맡았으니 임기 동안 어르신들을 섬기고 보살피면서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시 될 수 있도록 걷기운동이나 건강체조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장수마을을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최길귀 노인여회장
최길귀 노인여회장

고령의 어르신들
좀 더 편안한
노후위해 앞장설 것

우리 마을회관에서는 50명 이상이 매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유대관계가 더 돈독해 지지요. 부지런한 부녀회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준비를 해오고 있습니다.
평소 노인대학에서 풍물이나 가요, 문화 교실 등에 참석해 틈틈이 여가생활도 하고 마을의 환경정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여가생활은 물론 고령의 어르신들이 좀 더 편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김태윤 영심회장
김태윤 영심회장
앞으로도 모든
마을일에 영심회가
주축이 돼 일할 것

영심회는 마을의 애경사에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일해보자 하는 취지에서 결성된 단체입니다.
처음 청년회로 출발했지만 20년이 지나다 보니 회원들도 나이가 들어 명칭을 영심회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모든 마을 일에 영심회가 주축이 되어 일하겠습니다.
조상들께서 물려주신 정신적, 물질적인 자산을 우리 후대들에게 더 큰 값어치로 물려줄 수 있도록 마을 발전에 힘쓰겠습니다.



윤인순 부녀회장
윤인순 부녀회장
복지관이 건립돼
다양한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길…

우리 영주원은 예로부터 주민들 간에 우애가 깊고 인심이 좋기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한 마을입니다.
또한 마을 공동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도 뜨겁습니다.
구상 중인 사업계획이 잘 마무리 되어서 주민들의 오랜 염원인 마을공동사업이 하루속히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영주원은 오갑리의 중심지입니다. 600명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오갑리에 복지관이 건립되어 인근의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우리마을 가볼만한 곳 - 미 호 천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미호천은 진천군 광혜원 무제산 등과 음성군 가엽산 등지에서 흘러오는 지류가 만나 청주분지 등 곡창지대를 끼고 충청남도 연기군까지 가서 금강 상류에 합류된다. 금강에 합류하기 까지 백곡천·초평천·보겅천 등 수십 개의 지류를 모은다.
물줄기를 따라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는 미호천은 진천평야, 미호평야 등 충청북도의 곡창을 아우르는 젖줄로 미호천 유역, 청원군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는 곳곳에서 수 만년 전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인근 송두리 유적의 경우 그 시기는 중기 구석기인 약 5만년 전후에서부터 4만 3,100여년 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