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평면 신통리 용동(龍洞) 마을
초평면 신통리 용동(龍洞) 마을
  • 정선옥
  • 승인 2009.07.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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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 낮은 지붕 사이로 솟은 감나무들… 아늑한 고향마을


초평면 소재지를 지나서도 띄엄띄엄 자리 잡은 마을 몇 개를 더 지나면 '여기가 끝이구나' 할 만큼 먹먹해 지는 산자락에 다다른다.

보이는 것이라곤 양 옆으로 이어진 소로와 끝간데 없는 산봉우리뿐이다.

그 막다른 길에서 눈앞의 산을 왼쪽으로 돌면 삼선마을로 가는 길을, 오른쪽으로 돌면 용동마을로 향하는 길을 마주하게 된다.

나지막한 고개 하나를 넘어 작은 다리를 건너니 마을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녹음 천지에 길게 뻗은 도로만이 아득한데 잘 정리된 노변이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곳임을 짐작케 한다.

모퉁이를 돌아 드디어 만난 용동마을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과 마을 앞을 지나는 계곡, 낮은 지붕 사이로 비죽비죽 솟은 감나무들이 아늑한 고향을 연상시켰다.

◆ 용님이 고개에서 승천한 용(龍)의 전설이 살아있는 용동(龍洞)
용동(龍洞)이라는 이름은 마을 뒷산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붙여졌다는 설과 마을 입구에서 용이 등천(登天)했다는 설이 공존한다.
용이 승천한 그 장소가 바로 용동에서 신평으로 넘어가는 용님이 고개로 용너미 고개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용동마을은 본시 황골이라 불리던 곳이다. 넓은 골짜기라는 뜻의 한골이 변한 것으로 추정되는 황골은 이름만큼이나 넓은 골짜기에 위치한 전형적인 산촌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 년 전에 진천 송씨가 황골에 거주하기 시작해 이후 광산 김씨가 들어와 대성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현재는 17가구에 27명이 거주하는 단출한 마을이지만 나지막이 이어진 지붕마다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 삼태성(三台星) 바로 아래의 마을
마을을 들어서며 가장 의아한 것은 논 한복판에 심겨진 소나무들이다. 경작지에 있던 나무도 베어낼 판인데 오히려 흙을 돋우어 소나무를 심어 놓았다. 연유를 물으니 그 사연이 또 재미있다.
조상들은 이 마을이 삼태성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생각했단다.
삼태성은 북두칠성 아래에 마치 사슴이 뛰어간 발자국처럼 세 쌍의 별이 연이어 있는 별자리로 자고로 사람을 낳고 기르며 지키는 별이라 전해진다. 그래서 삼태성을 본떠 마을에 세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대대로 길조로 여겼던 학이 앉을 수 있도록 소나무를 심어 자손의 번영을 소원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그네를 뛸 정도로 육중했던 500년 넘은 소나무들은 1960년대 후반 병충해를 입어 고사하고 지금 있는 나무들은 이후에 다시 식재한 것이라 한다.

◆ 올갱이와 반딧불이, 기암(奇岩) 가득한 계곡
원남지에서 흘러내린 물은 용동마을 앞을 굽이굽이 돌아 초평천에 이른다.
기암이 지천인 계곡에는 지금도 바닥이 보일만큼 맑은 물속에 올갱이와 노란 민물조개가 손에 잡히고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서 반딧불이가 화등처럼 솟아오른다.
지금은 유량이 적고 원남지가 막혀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뜸하지만 머지않은 과거 이곳엔 매년 봄·가을로 골짜기를 따라 아이들이 소풍을 오고 여름철이면 맑고 시원한 물을 찾는 피서객들이 줄을 잇곤 했다.
예전의 분주함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이같은 호젓함이 좋아 마을을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와 정착하고 있다.

◆ 임꺽정(林巨正)의 전설이 살아있는 임꺽정굴
용동마을 동남방 2km 지점 벼루재 밑에는 임꺽정(林巨正)이 은신했다는 임꺽정굴이 있다.
6.25 전쟁 당시 무장공비를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굴을 폭파해 많이 훼손됐고 지금은 접근하기도 용이치 않지만 수몰 전에는 제법 넓은 모래사장이 있어서 천렵 장소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들었던 설화 속 임꺽정은 낮에는 비늘 달린 물고기로 변신해 물속에 숨고 저녁이 되면 커다란 날개를 달고 수백미터 높이의 동굴로 날아올라 잠을 잤다고 한다.

◆ 감나무 가로수 조성으로 황골감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마을의 숙원사업
마을에는 유난히 과실수들이 많다. 여기저기 감나무 가지가 울타리를 넘고 마을 입구에는 피자두 나무가 붉다.
예전에는 황골감 하면 인근 장에서도 알아줄 만큼 유명해 초가지붕마다 널어놓은 곶감이 즐비했다고 한다.
감나무는 한해(寒害)를 입기 쉬워 기후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자라기 어렵다.
그만큼 용동은 기온차가 크지 않은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주민들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마을에서 신통리 입구에 이르는 도로변에 감나무 가로수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이 사업이 용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제대로 보존된 자연이 있기에 가능한 두타산 한봉과 천마
노동력을 요하는 담배를 많이 재배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벼와 고추농사를 주로 하지만 이 고장의 특산품으로 토종꿀과 천마를 빼놓을 수 없다.
한봉은 양봉과 달리 꿀의 양도 적고 관리도 힘들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덕분에 야생에서 좋은 품질의 꿀을 얻을 수 있다.
두타산의 정기를 받고 자란 천마 역시 효능이 뛰어나 전국에서 주문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조상들이 이미 명당을 골라 자리 잡은 탓인지 이곳에서 나는 특산물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초여름 문턱에서 만난 용동마을에는 승천하는 용과 비상하는 학, 물고기비늘을 가진 임꺽정의 전설이 병풍 속에 그려진 화려한 민화처럼 살아 꿈틀대고 있었다.


/우/리/동/네/이/장/님/

임순자 이장
임순자 이장
마을의 숙원사업인
진입로 감나무 식재
관광자원 활용할 것

올해 처음 이장직을 맡아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만 마을 주민들이 한결같이 도와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 뿐만이 아니라 주민 모두가 마을 진입로에 감나무를 식재했으면 하는 숙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마을의 부흥을 꾀할 것입니다.



진긍수 노인회장
진긍수 노인회장
건강한 사람과 자연이
우리마을 자랑

우리 마을의 자랑이라면 건강한 사람과 건강한 자연을 우선 꼽을 수 있겠지요. 이처럼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늘 가까이에서 접하며 살 수 있는 것도 큰 복이지요.
앞으로도 주민 모두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 노인회부터 모범을 보여야겠지요.
이장을 도와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김영수 새마을지도자
김영수 새마을지도자
마을 수로정비
반드시 선행돼야

마을의 숙원사업이 몇 가지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수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미관상의 이유뿐만 아니라 적절한 유량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는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수로의 재정비가 마을의 안녕과 환경을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복남 반장
이복남 반장
미력한 힘이나마
마을 발전위해 헌신 할 것

노인회장님과 이장님을 성심껏 도와 마을의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돕겠습니다.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단합된 힘을 발휘해 어느 큰 마을보다도 눈부시게 발전하는 마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력하나마 마을의 일이 곧 내 일임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김갑수 노인회 총무
김갑수 노인회 총무
마을 대소사와 함께
주민화합 도모에 앞장 설 것

여느 농산촌 마을과 같이 우리 마을도 고령화에 들어섰습니다.
다행히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으니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노인회의 총무를 맡고 있으니 노인회장님을 도와 마을 대소사를 챙기고 주민 화합을 도모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김희분 부녀회장
김희분 부녀회장
주민 편히 쉴수 있는
쉼터 마련되길…

부녀회 일이라는 것이 찾아서 하다보면 끝이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장님과 노인회장님을 도와 힘껏 일하는 것이 소임이겠지요.
그리고 마을에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정자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을회관이 있기는 하지만 봄부터 여름까지는 오며가며 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마을 둘러볼 만한 곳 - 삼형제 바위

바위 세 개가 나란히 서 있어 삼형제바위, 혹은 감투 바위라 불리는 이 바위는 오랜 세월 동안 자손의 잉태와 번성을 기원하던 여인네들의 간절한 기원과 기구한 사연들을 지켜온 터주 대감이다.
신통리에서 용동으로 향하는 다리 직전에서 우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 계곡 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좌측에 위치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림이 우거지고 한동안 주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이곳은 얼마 전 벌목작업으로 인해 우연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건만 정갈한 제단에는 벌써 누군가의 염원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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