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번째 칭찬주인공) 이상록 진천상산초등학교 행정실
(스물여덟번째 칭찬주인공) 이상록 진천상산초등학교 행정실
  • 정선옥 기자
  • 승인 2009.08.13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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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섬세함으로 즐거움 찾아 일하는 ‘행복지기’


제법 뜨거운 날씨임에도 상산초등학교에 들어서니 잘 가꾸어진 수목이 여기저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짙어진 녹음은 보는 이의 눈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섬세한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교정은 흠잡을 데 없이 정돈되어 관리하는 이의 부지런함과 학교에 대한 애정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규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동료들이 최고의 파트너로 이상록씨를 지목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문을 지나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개교 100주년 기념탑이 학교의 유서 깊은 역사를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행정실 문을 조용히 밀고 들어서는 이상록씨는 작은 체구지만 다부져 보이는 강한 첫인상의 소유자였다.

내심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겠다 싶었는데 활짝 웃으며 먼저 아는 체를 해주는 바람에 잠시의 긴장감이 일순 풀려 버렸다.

지난해 3월 1일부로 상산초등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상산초등학교 근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이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대 초반 지금은 폐교된 신덕초등학교 분교 근무를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일하면서 관내의 학교 대부분은 다 거친 것 같다며 웃는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모교에서 꼭 일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추운 겨울 같으면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시간에 상산초등학교의 아침을 여는 이가 바로 이상록 씨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학교 안팎을 일일이 다니며 밤새 이상은 없었는지 보수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를 일일이 살피며 일과를 시작한다.

학생들이 편안히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그는 틈틈이 학생뿐만 아니라 내방하는 손님들이 잠시라도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화단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덕분에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언제든 예쁜 꽃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이 되면 고혹한 자태를 뽐내는 국화가 단연 돋보인다.

무슨 일이든지 누가 하는가에 따라 그 과정이나 성과는 사뭇 다르기 마련이다. 그가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학교일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딱히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끊임없이 일을 찾고 뭔가를 만들어 내는 그의 열정은 그를 아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타고난 성실함, 추진력, 섬세함, 배려심 등등 그를 표현하는 동료들의 수식어는 끊일 줄 모르지만 가장 부러워하는 점은 아마도 일하는 즐거움을 아는 그의 인생관일 것이다.

잠시 동안이지만 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에서 논어에 나오는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아는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갈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부친이 6.25 전쟁 때 전사해 유복자로 태어난 그가 보훈처의 소개로 학교 근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보릿고개라는 시기가 존재할 만큼 어려운 시절이었고 낙천적이고 인내심 많은 성격의 그인지라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는 이상록씨는 지난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 당시를 회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준비 기간도 짧았고 일이 광범위해 밤 10시 퇴근하는 날이 보통이었지만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고 한다. 오히려 행사가 끝나고 나서는 허전함이 밀려오더란다.
“나이는 못 속인다”며 가끔 일이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교장 선생님과 동료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며 생글거리는 1500명의 아이들을 볼 때면 힘이 솟는단다.

부인 안영숙씨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둔 이상록 선생님은 은퇴 후 부인과 함께 취미삼아 작은 식물원을 가꾸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자그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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