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혜원면 실원리 실원마을
광혜원면 실원리 실원마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09.08.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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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성품으로 단결하는 주민들… 조용하고 아늑한 무공해 청정마을


진천군의 가장 북단에 위치하고, 경기도 안성시와 도계를 이루고 있는 마을로 광혜원면 실원리가 있다. 칠현산과 칠보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싼 마을 실원리를 찾아가봤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여름 오후 광혜원면 면사무소를 올라가기 전, 왼쪽 다리를 지나자마자 검붉은 옷을 입고 커다랗게 버티고 서 있는 실원리 마을 표지 바위를 만났다.
이 표지의 안내를 받아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면 옛날 신라시대 화랑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했다는 '화랑들'이 산골짜기로 펼쳐져 있다.
표지석부터 화랑들로 이어진 1Km, 좁은 산길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보면 '큰 실원, 작은 실원 마을'로 갈라지는 작은 표지석을 또 볼 수 있다.
전봇대 옆 밭두렁에 심드렁하게 빗겨 서 있는 작은 표지석 지시대로 왼쪽 큰 실원 마을 방향으로 700여m 를 들어가면, 시원한 산그늘을 병풍처럼 두른 동네가 나온다.
마을을 올려다보는 마을 중앙 입구에서 시멘트 블록 마을회관이 오랜 세월동안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은 듯 빛바랜 채 자리잡고 있다.
여름철 농사로 한참 바쁠 시간에도 불구하고 마을 회관에 모여 들려주는 실원리 주민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 실안리와 동주원이 만난 실원리
실원(實院)리는 원래 실안(實安)리로 불렸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경기도 죽산면 동주원리(당시는 죽산군 남면 동주원리)가 실안리로 편입되며, 실안리의 실(實)자와 동주원리의 원(院)자를 따서 실원리(實院理)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동주원리는 현재 실원리와 달리 이장을 비롯한 마을 임원들을 따로 두고, 실질적인 행정 분리가 이뤄져 있다. 그래서 실원리는 큰 실원과 작은 실원마을 2개 부락으로 이뤄졌다 할 수 있다.

현재 실원리엔 55세대, 250명 인구가 현재 살고 있다. 큰 실원 마을은 모두 농사를 지으며 살아서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반면 작은 실원 마을은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큰 실원 마을엔 60세 이상된 노인이 200명 가량인 반면, 아이들은 유치원, 초·중·고생을 포함해 4~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실원리 주민들은 고랭지 배추농사를 주로 짓고 있으며, 축산이나 쌀 농사도 제법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고랭지 배추농사는 한성농협에서 지원하지만, 현금회전이 안돼 빛좋은 개살구 같은 형편이라고 주민들은 하소연 했다.

■ 온화한 성품으로 서로 단결하며 행정공무원 다수 배출
실원리가 자랑하는 유적으로는 '홍정명 지석'과 '홍우경 영정'이 충북도 유형문화제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천문대가 있다.

실원리 출신 인사 가운데는 과거 홍정명, 홍우경 공이 명성을 떨쳤다. 현재는 홍성로 씨가 국가 재경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충남도청에서 20년, 대전시청에서 인사과장 등으로 20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 후 낙향하여 고적회에서 활동하는 홍범석(80세) 할아버지가 있다.

이처럼 실원리 출신들은 공무원, 특히 행정공무원이 많다. 이들은 모두 고향에서 익힌 순박한 성품과 온후한 자질로 행정관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실원리 주민들의 단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민들은 모두 동네 공동작업을 비롯해서 동네 진입로 제설작업, 제초작업 등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돕고 있으며, 쉬는 때에도 화단을 가꾸는 등 저마다 자기 일처럼 마을 일을 하고 있다.


■ 조용하고 아늑한 무공해 청정마을을 꿈꾸며
실원리도 여느 마을과 같이 12월경 대동계를 하고 있으며, 정월대보름엔 대대적으로 윷놀이를 하고 있다. 또 온 주민이 함께 노인 효도관광으로 올해도 강릉 경포대로 갔다 왔다고 한다.

특히 실원리는 아직까지 배추농사를 중심으로 품앗이 전통이 잘 보존돼 시행하고 있다.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부녀회는 직접 마을에서 재배한 무공해 배추와 무공해 작물로 만든 각종 양념으로 김장을 담는다고 한다.

이때는 주민들이 다함께 모여 동네잔치를 하듯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부녀회장은 이야기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실원리가 조용하고 아늑한 무공해 청정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실원리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다. 그런데 그 도로 폭이 차 2대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고, 노면도 고르지 않다. 갓길도 확보되지 않아 주민들이 사용하는데 매우 불편하다.

이용선 이장은 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마을 진입로 확포장을 위해 백방 애쓰고 있지만, 토지 확보부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현재 회관 겸 노인회관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오래됐을 뿐 아니라, 가등기 상태로 서울 모 인사에게 도지를 내면서 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회관을 신축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어려운 점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마을 앞 배수로 정비공사도 재정부족으로 진척되지 못하는데, 무엇보다 행정기관의 임시방편식 행정처리가 원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마을 입구 산중턱은 ㅊ공장이 공사를 한다고 산을 파헤쳐 2~3년 넘게 방치된 채 있었다. 참 보기도 좋지 않을뿐더러 산사태나 재해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주민들은 어떻게 그런 곳에 공장허가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든다. 하루 속히 해결돼 실원리가 시원하고 조용하며 공기맑은 마을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런 형편 가운데도 주민 모두가 이장을 믿고 협력해준 것, 특히 홍충석 노인회장과 이석희 반장은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 도와줘서 마음 든든하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좁은 마을 길을 나서며, 기자의 머리엔 인류가 잃어버린 고향으로 가는 길이 떠올랐다.

도시화속에 고향의 품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기자는 조용하고 아늑한 광혜원 실원리의 정취를 소개하고 싶다.

“잃어버린 낙원으로 가는 좁은 길가/ 들꽃처럼 살아온 이들의 땀방울이 탐스럽게 열매맺는 마을/ 그렇게 고향은 아늑한 품을 벌려주고 있었다”

다음 마을은 초평면 화산리 사산마을을 소개합니다.

/우/리/동/네/이/장/님/

이용선 이장
이용선 이장

주민들에게 골고루
편의 제공토록 힘쓸 것


검붉게 그을린 피부와 넉넉한 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용선 이장은 부인인 부녀회장 이선옥 씨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큰 아들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작은 아들 부부는 공무원으로서 충주와 제천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장으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동네 주민들에게 골고루 편의를 제공하다록 힘쓰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마을 일에 잘 협조해주길” 동네 주민들에게 부탁했다.

홍충석 노인회장
홍충석 노인회장

회관 운동기구 이용해
노인 모두 건강 챙기길


실원리 마을 주민 대다수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밝힌 홍충석 노인회장은 “좁은 공간이지만 마을회관에 운동기구를 들여놓았다. 바쁘고 번거롭지만 자주 회관에 들러 운동기구를 잘 이용하며 노인들이 모두 다 건강도 챙기고, 친목도 다지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홍석구 마을총무
홍석구 마을총무

주민들 간 화합
단결이 자랑거리


홍충석 노인회장 4촌인 홍석구 총무는 동네 재정을 보고 있는데, 무엇보다 실원리가 산으로 둘러싸인 농촌마을이라 주민들 소득작물이 없고, 수입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원리가 홍씨 집성촌이지만 다른 성씨를 가진 주민들과도 잘 화합하고 있으며, 단합이 잘된다고 자랑하는 홍 총무는 무엇보다 주민들 소득이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강삼룡 새마을지도자
강삼룡 새마을지도자

동네발전과 어르신들
정성껏 모시고 싶어

현재 자녀들이 광혜원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강삼룡 새마을 지도자는 지병을 앓고 있어 몸이 불편하다.

몸이 불편한데도 그동안 보여준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다는 강삼룡 새마을 지도자는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동네 발전을 위해 힘쓰고, 어르신들을 정성껏 모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선옥 부녀회장
이선옥 부녀회장

화목한 마을 되도록
회원들 노력 부탁


서울에서 이용선 이장한테 시집왔다는 이선옥 부녀회장은 부녀회원들이 옛날엔 직접 공판장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자랑한다. 이 전통을 이어서 현재는 느티나무 쉼터 단장과 마을 길 청소 및 꽃길 가꾸기 등을 하는데, 이런 활동에 항상 내일처럼 참석해줘서 부녀회원과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한 앞으로도 화목한 마을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부탁했다.

이석희 2반반장
이석희 2반반장

마을 주민들 활짝
웃는 날 빨리 왔으면


청년회가 없는 실원리에서 실질적인 청년의 일을 하고 있다는 50대 청년(?), 이석희 2반 반장은 토끼와 소를 키우는 축산낙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작년 사료값이 올라서 많이 힘들다는 이 반장은 자기만 힘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힘들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 특히 실원리 마을 주민들이 활짝 웃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마을 유적지

홍우경 영정·지석

▣ 홍우경 영정(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45호)
홍우경 영정은 대상 인물의 풍모와 기품이 잘 나타나게 묘사하였고 전체적으로 화격이 우수해기량있는 화가가 그린 초본으로 여겨지며 조선 후기 전반 영정의 제작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회화작품이다.

▣ 홍정명 지석(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41호)
지석(誌石)은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 묘의 위치와 좌향(坐向) 등을 적어서 묘에 묻은 판석(板石)이나 도판(陶板)을 말한다. 이 지석 지문(誌文)의 주인공인 홍정명(1692∼1748)은 선조의 부마인 당원위(唐原尉) 홍우경의 4대손으로 숙종 18년(1692)에 출생해 숙종 41년(1715)에 상상(上庠)하고 영조 원년(1725)에 정시병과(庭試丙科)에 급제하였다. 지문의 찬자(撰者)는 외손(外孫)인 백곡(栢谷) 이득신(李得臣, 1742∼1802)이며, 필사자(筆寫者)는 시(詩)·서(書)·화(畵)의 대가(大家)인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이다.

제작연대는 지문의 찬자인 이득신의 직함이 홍충도관찰사(洪忠道觀察使)(1785년)로 나타나고 필사자 강세황의 품계가 '자헌대부(資憲大夫)'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1785∼1790년경으로 추정된다.

이 지석은 오석으로 제작된 것으로 조선시대 지석 제작양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문인 이득신의 글에 조선후기 시·서·화의 대가였던 표암 강세황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서지학(書誌學) 및 금석학(金石學)의 중요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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