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진천군지부
(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진천군지부
  • 이재홍
  • 승인 2019.03.04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과 동물 모두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회원들이 불법 포획장비 수거 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회원들이 불법 포획장비 수거 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건·사고 유발하는 살아 있는 야생동물 구조 활동
베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 퇴치활동 … 생태계 보호

요즈음 로드킬의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물들을 위한 길을 내어준다거나 공원을 만드는 일 등의 예방 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사고가 난 뒤 다치거나 혹은 죽은 동물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행정복지센터나 경찰에서 민원을 받으면 어떻게 처리할까? 이와 관련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진천군지부(지부장 최광호, 이하 진천야생동물보호협회)다.

야생동물과 관련된 민원 처리
진천야생동물보호협회는 지난 1998년에 처음 설립됐다. 동물에 대한 애정을 품은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로 발족했다. 가입 방식은 추천제이며 회비를 걷어 운영한다. 월 회비는 2만 원이고 임원들의 임기는 2년이다.
회원은 현재 28명이다. 한때는 48명인 적도 있었으나, 활동하지 않은 인원들을 정리한 결과라고 한다. 최광호 지부장은 “나이 많은 선배님들은 이제 힘에 부친다”며 “새로 들어오는 젊은 사람 중에 열정 있는 사람이 남아서 오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구성원들을 소개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도로까지 내려온 산짐승을 비롯해 사건·사고를 유발하는 살아있는 야생동물에 대한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다. 담당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이 접수되면 협회로 협조 요청이 가는 방식이다. 이미 죽은 동물들은 행정복지센터 민원팀에서 따로 처리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은 동물 이송을 위한 케이지 몇 대가 거의 전부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자체적으로 많은 일을 해결하고 있다.
최 지부장은 “가까운 거리면 상관이 없는데, 저 먼 끝 쪽에서 집 천장에 둥지를 튼 박새를 꺼내주고 다시 마감까지 해달라는 민원을 받았을 때는 난감했었다”며 “우리끼리 그냥 추가 비용과 인력을 감당해서 해결했다”고 일화를 소개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천연기념물 ‘수달’ 극적 구조 
지난 2015년, 진천읍 근교에서 속칭 ‘삐삐선’이라 불리는 야전선을 누군가 올무 놓듯 꼬아 놓아 수달이 걸린 사건이 있었다.
이 민원을 접수한 진천야생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이 수달을 구출하긴 했는데, 이후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유해종인 고라니 등을 안락사시키던 담당병원으로 이송할 수가 없어 오창에 있는 충북대학교 산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맡기려 했다.
하지만 마땅한 보호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수달을 받아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이 소식을 회원들이 SNS를 통해 알리게 되고, 이내 입소문이 퍼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제야 진상을 파악한 충청북도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고, 수달은 야생동물보호센터를 거쳐 치료시설이 있는 논산으로 후송돼 안전하게 치료받게 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최 지부장은 “이런 일이 있고 난 이후로 구조센터에 가면 엄청나게 잘 대해준다”고 미소를 보였다. 

지역 생태계 위한 다양한 활동
진천야생동물보호협회의 활동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최근에는 베스, 블루길 등의 외래어종 퇴치 활동을 벌였다.
최 지부장은 “베스 몇 마리가 들어서면 다른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는다”며 “우리 회원들이 가서 한 두어 시간 망을 펼쳐보면 떼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순찰을 돌며 밀렵꾼들을 단속하기도 한다. 소위 한탕을 노리고 뱀 수백 마리를 잡기 위해 수 km에 이르는 포위망을 펼친 밀렵꾼도 있었다고 한다. 관심을 두고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다.
이 뿐만 아니라 수리부엉이나 황조롱이, 삵 같은 희귀한 동물들을 발견하고 지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회원의 임무 중 하나다.
이처럼 협회는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지역의 자연은 오늘도 아름답다. 이들이 가진 부담에 비해 적절한 지원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는 건 우리 지역사회의 몫일 것이다. 
 

 

인터뷰

 

“힘들 때보다 뿌듯할 때 많아”

최광호 지부장
최광호 지부장

 

진천읍에서 알뜰매장을 운영하는 최광호(51) 지부장은 소탈하게 웃고 꾸밈없이 말하는 사람이다. 그의 팔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많다. 야생동물들과 부대끼면서 생겨난 상처들이다.
그는 생업의 현장 속에서도 언제 어디서 야생동물에 관련된 민원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대기상태다.
그는 “다들 그렇겠지만 뭔가 대단한 대가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뿌듯할 때가 더 많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사람과 야생동물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