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산다는 것
농촌에 산다는 것
  • 진천자치신문
  • 승인 2020.12.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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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인 중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우리나라의 전체 국토면적은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10만㎢이고, 이중 농촌은 91,780㎢이다. 전체 국토의 90% 정도가 농촌인 셈이다. 농촌에는 전국민의 20% 정도인 980만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농촌은 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소외된 지역이었다. 국민경제의 성장에 필요한 식량을 싸게 공급하고, 주택과 공장용지로 농지를 공급하고, 산업역군으로서의 인력을 공급해 왔지만 농촌은 국민경제에서,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삶에서 중심지가 아니었다. 지속적인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도시와의 삶의 질 격차의 확대 등으로 농촌은 활력을 잃었고, 농촌주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증가하였다.
누구는 농촌에서의 삶을 동경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누구는 농촌에서의 삶보다는 도시의 화려하고 바쁜 삶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단지 삶의 장소를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택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농촌 거주자의 27.2%가 5년 전보다 농촌에서의 삶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농촌의 전반적인 생활여건에 대한 만족도는 도시가 61.3점인데 반해 농촌은 55.8점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도시와 농촌의 삶을 비교할 때 농촌은 보건·의료,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고, 환경이나 경관, 안전성,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민경제의 성장, 기술의 발달 등으로 농촌에서의 삶이 개선되고 있으나 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상대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조사의 결론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국민들사이에 농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있는 삶, 여유있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농촌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인식조사에서도 장래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할 장소가 농촌이라는 비율이 42.6%로 도시지역(34.5%)에 비해 훨씬 높았다. 또한 국민 행복도 조사에서도 도시에 비해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이 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OECD에서는 농촌의 저밀도 경제(low density economy)를 주장하면서 농촌이 국가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혁신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인식과 상황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귀촌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6.25 전쟁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농촌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해에 대략 34만 가구가 농촌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고, 이중 1만 2천 가구는 농업을 새로운 직업으로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다가오는 새로운 사회에서는 농촌과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고, 산업화 과정에서의 효율성과 성장제일주의적인 사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이 함께 우리 농촌을 보다 깨끗하고 살기좋은, 아울러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삶터·쉼터·일터로 만들어 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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