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곡호와 식파정, 그리고 식파정시문집
백곡호와 식파정, 그리고 식파정시문집
  • 진천자치신문
  • 승인 2021.01.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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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 창  전 진천군의회 의장
이 규 창 전 진천군의회 의장

 

백곡호 수변에는 1616년(광해8년)에 지어진 정자가 있다. 식파정이다. 진천에서 태어난 식파정 이득곤에 의해 사방 2칸의 팔작지붕 목조 기와로 지어졌다. 맑은 시냇물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뛰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이득곤은 양성인으로 통정대부 호조참의를 제수 받았으나 광해조에 혼탁한 정쟁이 싫어 건송리 두건마을로 낙향하여 정자를 짓고 이를 식파정이라 했다.

식파정(息波亭)은 물결같이 출렁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이 마음의 욕망을 잠잠케 하자는 뜻이다.

그는 학문을 좋아하여 여러 제현 문인과 친교를 맺었으며 유유자적하고 청빈낙도하여 상산처사라 일컬었다. 백곡 김득신은 식파정기에서 ‘이 군은 혼탁한 세상에 아름다운 군자’라 호평했다. 당대의 제현 송시열, 최명길, 이시발, 김득신, 채지홍과 현감 남일성 등 지역의 유림과 문인들이 들러서 쉬며 풍류를 읊었다. 현재 이들 21명의 제영이 편액으로 걸려 증거하고 있다. 

식파정은 고 건축 정자라는 대명사 외에 ‘식파정시문집(息波亭詩文集)’이 함께 전해지며 역사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정자를 건축한 후 그 정자를 찾은 당대의 정계인사와 제현문인들이 한시(漢詩)를 써서 읊었던 시문이 지금까지 책자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진천 현감 김계영이 쓴 상량문도 있다. 그러나 그 원본은 찾을 수가 없다. 양성인의 후예가 1973년 필사된 개개의 시문을 정리하여 책자로 발간하고 붙인 제명이 식파정시문집이다.  

진천군에서는 오래전부터 식파정 소개와 아울러 시문집의 한시 일부를 번역하여 진천군지에 실었지만 전체를 번역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책자 전체를 한글로 번역하게 되었다. ‘식파정시문집 번역본이다.

식파정시문집을 번역한 청주대 산학협력단의 주임교수는 서문에서 ‘처음 식파정을 세운 두건리 앞 냇가는 최명길, 김득신 등의 묵객들에게 무릉도원의 절경을 연상하게 하는 독서지소로 이름이 높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백곡호 국가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이 국비사업으로 확정되었다. 주 사업은 군민들의 염원인 백곡호 둘레길 조성이다. 이 둘레길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생태공원이 만들어지고 자연경관과 어울려 명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억측이 아니리라. 

앞으로 조성되는 둘레길 건너편 수변, 소나무 숲속에 오뚝이처럼 우뚝 서있는 역사 깊은 식파정과 연계사업을 제안해 본다. 정자 주변을 공원화 하고 둘레길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건설하면 식파정 경관과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수변 관광지가 될 것이다. 

둘레길 조성사업을 하면서 광장이나 둘레길, 공원 등에 시문집에 있는 제현들의 한시(漢詩)를 큰 돌에 새겨 세우면 특별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관광객들이 보고 시문집도 전국으로 알려져 시문집의 한시를 통해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식파정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지역내 유림들의 염려가 있는 줄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식파정시문집, 제영, 현판 등과 종합적으로 고찰하므로 식파정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기를 바라고 군민들은 관심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관광사업은 정신문화가 선도할 것으로 본다. 우리 생거진천은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는 곳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고심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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