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읍 행정리 내동(內洞)
진천읍 행정리 내동(內洞)
  • 정선옥
  • 승인 2010.04.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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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닫아 두었던 묵직한 문을 열어젖히니 이미 성큼 와 버린 봄기운이 목덜미를 간질이고 봄바람에 묻어오는 축축한 흙냄새가 정겹다. 볕이 잘 드는 들녘엔 자그마한 소쿠리를 끼고 냉이며 쑥을 캐는 아낙들의 야문 손끝이 분주하다. 제법 소복해 뵈는 파릇한 봄나물은 오늘 저녁 저들의 소박한 밥상을 향긋하게 버무려 줄 것이다.

안쪽 터에 구색 좋게 자리 잡은 내동(內洞)

답답한 시가지를 벗어나 시원스럽게 트인 넓은 들판에 다다르니 곧게 뻗은 농로가 당연한 듯이 길손을 불러 세운다. 벼농사를 주로 짓는 지역이니만큼 봄기운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논을 대하는 농부들의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집들이 산 아랫자락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마을을 둘러싼 크고 작은 등성이들은 사철 마르지 않는 샘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풍성한 산물을 제공한다. 일찍이 500년도 훨씬 이전에 이 풍요의 땅을 골라 안착한 조상들의 안목이 놀랍다. 그 산의 기운을 따라 수로를 가운데 두고 남쪽으로 취적마을을 마주한 내동은 따스한 봄볕 아래 고향집처럼 아늑하기만 하다.

과거 길에 오른 선비에게 희망을 주던 위안의 살구우물

겹겹이 싸인 깊숙한 산자락 품에 구색 좋게 박혀있는 내동은 자연부락인 안테, 안골, 도람말, 주막거리를 아우르는 큰 마을로 중리, 취적과 함께 예로부터 살구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살구물은 살구우물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마을 동북쪽에 있는 이 우물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뛰어나거니와 옛날 한양으로 향하던 발길을 재촉하던 선비들에게는 과거급제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던 위안의 우물이기도 했다. 예로부터 이 우물물을 마시면 과거에 급제한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아마도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연유겠지만 이 때문에 선비들은 여의치 않은 여행길에도 이곳 살구물 마을에 들러 살구가 떨어진 우물물을 청해 마시길 잊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우물도 메워지고 실했던 살구나무도 사라졌지만 아직 우물이 자리했던 주막거리에는 우물가를 지키던 노부부의 반가운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다.

故이정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행화정과 추모비
故이정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행화정과 추모비

씨족 사회의 전통이 살아있는 마을

왁자지껄한 소리에 발걸음을 옮기니 마을회관 앞에 모여계신 어르신들의 유쾌한 입담이 주변의 공기를 끌어 모은다. 84가구에 234명이 거주하는 큰 마을이다 보니 주민들이 한 번 모이면 넓은 마을회관 앞마당이 생기로 가득하다.
500년을 넘게 대대손손 이어온 내동은 양성 이씨 집성촌이다. 지금도 마을 주민의 절반 이상이 양성 이씨로 아직까지 씨족 사회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마을은 요즘 보기 드물게 장유유서의 구분이 명확하다. 그렇다고 해서 위계질서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보듬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성심을 다해 모신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이 마을은 인근에서도 단합이 잘 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덕분에 새마을 사업부터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마을 공동시설의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 짓고 이제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자랑한다.

구관은 명관, 마을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전직 이장님들

내동에는 독특한 전통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전직 이장과 현직 이장의 돈독한 관계다. 이신환, 이규영, 이규호, 양환국 前 이장들과 임천희 現 이장은 아무리 소소한 일일지라도 함께 의논해서 공식적으로 처리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마을에는 해당이 없는 말이다.
임천희 이장은 전임 이장님들이 주축이 되어 마을을 이끌고 자신은 곁에서 보조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하지만 주민들은 임 이장의 배포와 추진력이 여느 이장님 못지않다고 입을 모은다. 거기에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단다.

조상의 숭고한 뜻과 함께 하는 대보름 명절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흥겨운 동네잔치에 앞서 마을에서 경건하게 치러지는 행사가 있다. 바로 故 이정환 선생의 기제사다. 생전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인색함이 없었던 故 이정환 선생은 주민들의 화합과 편의를 위해 500평이나 되는 땅을 마을에 희사했다.
이 자리에 마을회관이 세워지고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 행화정과 비를 세워 그의 깊은 뜻을 기리고 있다. 장례도 동장으로 치렀지만 아들이 없는 그를 위해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에서 그의 기제사를 지내며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던 이정환 선생을 기념한다.

내동 주민들의 풍물 실력은 인근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이다.
내동 주민들의 풍물 실력은 인근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이다.
또 하나의 가치,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대보름 같은 큰 명절이면 마을은 온전히 축제 분위기다. 오전의 경건한 일정이 끝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마을 회관에 모여 그날 하루를 즐긴다. 이 날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윷놀이는 인원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려 결승전까지 가는 일도 드물지만 결과 보다는 함께 윷가락을 던지며 웃음을 나누는 과정에 만족한다. 워낙 서로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는 이들이다.
또 한 가지, 내동 주민들은 본시 흥이 많다. 어디서 꽹과리 소리라도 날라치면 덩실덩실 어깨가 저절로 올라가는 이들이다. 주민들의 풍물 실력도 수준급이지만 무엇보다 이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그런 여유 탓인지 내동마을 주민들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쫓고, 또한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법은 소중한 교훈이다.

체력단련실 갖춰 건강한 마을 만드는 것이 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

이미 할 것은 다 했고 갖출 것은 다 갖췄다는 내동 주민들에게 그래도 아쉬운 것이 있다면 주민들이 사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이다.
지난 2001년 마을회관을 신축하면서 이전에 사용하던 마을회관이 비어 있다. 제법 넓은 규모여서 그동안 어린이집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용도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 체력을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기구를 설치해 마을 주민 누구나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운동시설과 함께 주민들이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마을회관 앞에 편히 쉴 수 있는 정자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있는 행화정은 계단이 높아 연로하신 분들이 오르내리기에 무리가 있어 오며가며 걸터앉아 담소할 수 있는 약간의 그늘을 가진 나지막한 정자를 원하는 것이다.

마을 서북쪽에 위치한 노루실 그림자가 길어질 때 쯤 짧지 않은 여정을 뒤로 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만난 주막거리. 34번 국도변에 위치한 이곳엔 광복 전후까지 술을 팔던 주막이 즐비했었다고 전해진다. 신작로가 나고 지금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하룻밤을 유하며 긴장감을 풀던 곳이다. 내동엔 아주 오래된 옛날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었나 보다.

/우/리/동/네/사/람/들/


임천희 이장
임천희 이장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공익을 위해 최선 다할 것”

임천희 이장은 고령화 시대를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60대 이상의 노인이 많은 마을 실정을 감안해 이분들을 주축으로 마을 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또한 이들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나 체력단련교실은 이분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반드신 필요한 사업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시설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란다.
올해 처음 이장을 맡은 임천희 이장은 마지막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이장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환 노인회장
이예환 노인회장
“후세들에게 모범 보이는 것이 노인들의 임무”

이예환 노인회장 역시 갈수록 고령화 되는 지역사회를 걱정한다. 내동의 경우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아 다른 마을에 비해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이 회장은 고민이 많다. 우선은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시란다. 비단 소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여가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한다.
또한 노인회 회원들에게는 모든 일에 있어 후세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노인들의 임무라고 강조하고 아울러 회원들의 건강을 당부했다.





최열규 여자노인회장
최열규 여자노인회장
“어르신들이 노후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는 것이 바람”

평생을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온 최열규 여자노인회장을 두고 마을 주민들은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끝난다는 표현을 쓴다. 일찍이 새마을사업부터 봉사의 첫 발을 내디딘 그녀는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숨은 봉사일꾼이다.
겨울이면 마을회관에서 식사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당번을 자처하는 최 회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영양 많고 균형 잡힌 식사로 노후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는 참 봉사자다운 이야기를 한다.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후손의 도리”

내동의 상조회인 동심계장을 맡고 있는 이호주 동심계장은 사실상 마을에서 가장 크고 어려운 일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오랜 공직생활에서 몸에 밴 꼼꼼함 덕에 차질없이 큰 일들을 치러내는 이호주 동심계장이 있어 내동 주민들은 든든하다.
500여 년을 이어 온 마을의 전통이 자부심이라는 그는 그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 또한 후손의 도리라고 이야기 하며 주민들의 화합이 마을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이끄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경순 부녀회장
이경순 부녀회장
“마을 어르신들이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이경순 부녀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바빠 마을 일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고 죄송스럽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아쉽고 죄송한 마음만큼 앞으로 마을 일을 좀 더 챙기고, 매사에 좀 더 노력하는 부녀회장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 회장 역시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최고의 소망으로 꼽고 그분들이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한단다.





조복준 새마을지도자
조복준 새마을지도자
“내 몸이 불편하더라도 마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봉사”

새마을지도자 일을 5년째 보고 있는 조복준 새마을지도자는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마을 일을 위해서라면 내 몸이 불편하더라도 내가 하는 데 까지 열심히 일 할 것이라며 사람 좋게 웃는다.
조복준 지도자처럼 자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고 공익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동이 오늘날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은기 2반 반장
이은기 2반 반장
“이장님을 도와 마을 위해 열심히 일 할 것”

이장을 도와 열심히 일 할 것이라는 이은기 2반 반장은 사실 내동에서 숨은 일꾼이다. 큰 마을이다 보니 마을 안팎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반장님께 부탁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로 시행된다고 한다. 그러니 주민들은 무슨 일을 맡겨도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이렇듯 솜씨 좋고 책임감 강한 일꾼이 있으니 어떤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주저함이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일 게다. 주민들은 귀찮은 내색 없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이은기 반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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