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수 대한민국 전통각자 명장
기재수 대한민국 전통각자 명장
  • 김미나 기자
  • 승인 2018.08.2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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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한땀 손끝으로 예술 혼 불태우는 서각작가
기재수 명장이 덕현갤러리 작업실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포즈를 취했다.
기재수 명장이 덕현갤러리 작업실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포즈를 취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덕현갤러리 운영

수십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 열며 국·내외 명성 날려

한땀한땀 장인의 손길처럼 한칼한칼 인내와 각고의 노력이 없으면 작품을 완성할 수 없는 각자. 각자란 나무나 돌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전통공예로 서각이라고도 불리는,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예술의 한 종류다.
대한민국 전통각자 명장, 나무랑 공예랑 대표, 덕현갤러리 관장. 그를 일컫는 말들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제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엔 4명 뿐인 전통각자 부문의 명장이다.
대한민국 현대서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진천군의 보물 같은 작가, 덕현 기재수(67) 명장을 만났다.

진천군청에 매년 현판 기증

진천군청에 들어서면 걸려 있는 군정운영의 사자휘호 '응변창신(應變創新·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한다)'이 새겨진 현판, 이것은 바로 기재수 작가의 서각작품이다.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 있는 서각작품을 우리는 군청을 오고가며 늘 접했던 것이다. 지난 해 군청에 걸려있던 현판인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나간다)' 역시 그가 기증한 작품이다.
나뭇결을 오롯이 살리는 기법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들은 대한민국 현대서각 분야에서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현대서각은 글씨만 새기는 흑백의 고전서각과는 다르게 다양한 그림과 색채를 디자인한다. 나무의 질감과 색채, 기법에 따라 작가의 예술적 감각은 물론 그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그는 2016년 한국미술아트뉴웨이아트페어 및 개인전, 제4회 남북통일기원전, 2016·2017년 대한민국 그랑프리 미술대상 초대작가전, 일본 오사카 국제교류전 등 수 십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통해 현대서각 작품을 국내·외에 알리고 인정받고 있는 명품 작가다.

아내는 가장 든든한 지원자

보물 같은 그의 현대서각 작품들은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덕현갤러리 작업실에서 이뤄진다. 그는 한 번 작품을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워도 모를 정도로 예술의 혼을 불태운다.
특히 지난 7월 개인전에서 대표작으로 선보였던 천노설송도는 소나무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전문가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가로 5m 세로 1m 30cm의 대형 작품으로 6개월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되다. 그의 인내와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작품에 열중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른다”며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이 허다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고 미소 지었다.
그가 이처럼 오롯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아내 김채봉(64) 씨의 공이 크다. 충북혁신도시 맛집으로도 유명한 덕현칼국수를 운영하는 아내는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다.
덕현갤러리는 덕현칼국수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데, 칼국수도 먹고 갤러리에서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손님을 모시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덕현칼국수에서 덕현갤러리까지 가는 벽면에 걸려 있는 그의 수려한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배고픔을 달래고 문화적 허기도 채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

그는 고전서각을 하던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서각을 접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며 취미삼아 이조공예, 고전서각 등을 즐겼지만 운명처럼 그는 결국 현대서각에 빠져들게 됐다.
처음 현대서각을 시작한 나이가 42세. 미술 전공자도 아니었지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손재주와 한 번 시작하면 놓지 않는 끈기가 그를 명장의 자리까지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의 호는 덕(德·큰 덕) 현( 顯·물깊고 맑을 현)이다. 크게 깊고 맑으라는 뜻으로 그의 스승이 직접 지어준 호다. 덕현이 마음에 새겨지는 순간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작품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는 군청, 관공서, 군부대, 학교 등 다양한 곳에 무료로 수많은 작품을 기증했다. 작품을 원하는 곳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예술의 혼을 불태웠다.
또한 진천·음성군 평생학습센터에서 무료로 서각 강의를 하며 명성을 날렸다. 현재 갤러리에서 서각을 배우는 그의 제자는 초등학생부터 75세까지 수십 여명에 이른다.
그는 “지역사회에 더 많이 봉사하고 싶다”며 “앞으로 갤러리 2층은 서각을 배우는 회원들과 무명 미술인들의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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