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 가득… "화훼장식동아리"
꽃향기 가득… "화훼장식동아리"
  • 정선옥
  • 승인 2010.11.12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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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여는 꽃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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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얼마나 정겹고 설레는 단어인가? 누군가를 가슴에 두던 사춘기 시절, 볼에 홍조를 띠고 꽃집 앞을 서성이던 추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코끝에 와 닿던 풋내가 지금도 선하다.

단언컨대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꽃은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 혹은 특별한 계층을 위한 장식품으로만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꽃 장식은 서민들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귀족문화의 산물일 뿐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을 나서면 지천에 색색의 들꽃이 그득하다. 우리에게 없는 여유란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꺾어 집에 꽂아 놓을 수 있는, 아니 그 이전에 들에 핀 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평생학습축제 한마당에서 토피어리를 만드는 부스 앞에 섰을 때, 그리고 그들이 화훼장식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다시 한 번 그들의 얼굴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중에 들으니 회원들이 2교대로 부스를 맡았어도 연일 이어지는 체험객 때문에 손톱이 다 닳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여성회관에서 다시 만난 화훼장식동아리 회원들은 여전히 손놀림이 분주하다. 차예순 강사의 지도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오늘 주어진 과제는 부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케는 프랑스어로 꽃이나 향기가 있는 풀들의 묶음을 의미한다. 기원 전 4세기경에는 결혼식에서 풍요를 상징하는 곡물다발을 들었으나 시간이 흘러 유럽에서는 남성이 프로포즈를 할 때 여성이 좋아하는 야생화를 꺾어서 만든 꽃다발을 사랑하는 여성에게 선물하고 여성은 결혼 승낙의 표시로 꽃다발 중에서 한 송이를 뽑아 남성의 가슴에 꽂아주었다. 이것이 바로 웨딩부케와 부토니아의 시작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쉽게 범하는 오류가 있다. 남성의 버튼 홀에 꽂는 부토니아에 흔히 리본장식을 곁들이는 것이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상 장식 없는 한 송이의 꽃은 부족한 정성을 나타낸다고 믿었다. 그러나 부토니아의 리본을 본 외국인들은 그 사람이 호모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리본 달린 꽃을 자신에게 달아주는 건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단순히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시대를 살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요즘 회원들은 내년 1월에 있을 화훼장식 기능시험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미 자격증을 획득한 수강생도 있을 만큼 열의가 대단하다. 모든 회원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 강좌를 수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것이니 자격증 하나쯤 따 두는 것도 좋을 법 해서다.

특히나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화훼장식 인구를 늘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취미생활로서 뿐만이 아니라 퇴직 후 창업에 대비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꽃방을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조건이다. 아직까지 과도기적인 과정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수년 내에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 된다. 최근엔 건조소재 생산과 가공, 정유추출, 포푸리 제조, 허브 가공 및 장식, 화훼장식 상품 제작, 화훼장식 관련 관광농원 등과 같은 신종 업종이 발전하고 있고, 요리사 자격증을 겸비해 파티 플래너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복지관이나 문화원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평생학습 강좌에 강사로 나설 기회를 얻거나 일부 시·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교 방과후수업, 공공건물 실내연출, 원예임상치료 등 그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화훼장식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집안에 꽃이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회원들은 자신들이 배운 기능을 이웃을 위해 쓰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아직 준비 단계에 있지만 어린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원예체험학습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에 있고 이미 개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회원들도 있다. 나눌 수 있는 것이 꽃 한 송이일지라도 그 속엔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뿍담겨있다.

만나면 얼굴만 보아도 기분 좋은 회원들이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짧은 교육시간이 그것. 사실 1년 이상은 공부를 해야 감이 오는데 4개월이라는 단기 과정은 자격증 취득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게다가 회원층이 두껍지 못하다 보니 단계별 학습과정이 없어 차예순 강사의 재량으로 개인교습이나 다름없는 수업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회원들은 신입 회원이 많이 늘어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 한다.


미니인터뷰

김인숙 회장
김인숙 회장
꽃 한송이의 행복이 진천사랑으로 …

3년 전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진천으로 이주했다는 김인숙 회장은 3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스스럼없이 언니라고 부르는 이 모임이 너무 좋다고 한다.

꽃을 알고 꽃을 좋아하는 회원들이니만큼 얼굴도 마음도 예쁘다며, 많은 이들이 꽃 한 송이로도 행복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안타깝기만 하다는 김 회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좋은 강좌를 접하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단다.

언제나 가족처럼 지내주는 회원들과, 누구보다 자신들을 꼼꼼히 지도해 주는 차예순 강사에게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는 김 회장은 자신을 '진천을 사랑하고픈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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