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 상신초등학교장
김창한 상신초등학교장
  • 강성진
  • 승인 2010.12.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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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등교육이 아니라 일류교육입니다"

▲ 레크레이션 강사로 기타 연주 실력이 수준급인 김창한 교장은 일등이 아닌 일류교육을 실현해 오고 있다.
▲ 레크레이션 강사로 기타 연주 실력이 수준급인 김창한 교장은 일등이 아닌 일류교육을 실현해 오고 있다.

최근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들의 좋은 점이 알려지면서 도시 부모들이 아이를 전학 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은 학교는 주변 환경이 친환경적이고 인원이 적으니 개인 지도가 가능하다. 한 학년에 한 학급, 전교생 60명 안팎이라 교장, 교감이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얼굴을 마주보며 지도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또, 학교-학생-학부모-동문이 공동체가 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우리 진천에도 내실 있는 작은 학교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최근 경북 청도교육청의 벤치마킹 대상학교가 됐을 만큼 소문난 전원 속 '작지만 강한 학교' 상신초등학교를 찾았다.

아침 8시 30분 농촌마을인 진천군 이월면 상신초등학교 앞. 야트막한 야산과 접해 있는 이 학교 정문 앞은 등교하는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가 학생들로 붐비는 이유가 뭘까. 이 학교 김창한(61) 교장의 창의적인 교육이 일궈 낸 성과다. 그는 우선 일반 학교에서와 같은 입시 위주의 경쟁을 지양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자연과 호흡하며 체험하는 특화된 교육방법을 고안해 실행에 옮겼다. 그리하여 김교장이 부임한 이래 3년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미달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고, 2008년 「기본이 바로 선 일류충북학생」 실천우수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2009년 농산어촌 연중돌봄학교에 선발돼 전교생에게 바이올린, 플룻을 보급 1학생 1악기를 배우는 등 17가지 프로그램을 전학생에게 무료로 실시하면서 퍼지기 시작한 입소문은 서울 경기 수도권에서도 전입학생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골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농촌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못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동문·교사들이 펼치고 있던 농촌 초등학교 상신살리기에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김창한 교장의 회고다.

1950년 경북 풍기읍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충북 단양읍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서울 경희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경영하던 운수업이 어려워지자 가세도 기울기 시작했다. 당시 고려대학교에 합격통지서를 받아 놓고도 학비가 없어 진학을 포기할 만큼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교육위원회 산하 행정직 공무원시험에서 60명 선발에 936명이 응시한 가운데 당당히 최상위로 합격한 그는 단양공업고등학교 행정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학업을 놓을 수 없어 청주교육대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단양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38년 동안 교직에 몸담아 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광혜원 만승초등학교에 5년간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만승초 본관을 신축하고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전국체전 첫 태권도 금메달 획득 등 성과를 거두며 그의 탁월한 지도력과 교무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08년 3월 상신초등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지금도 입버릇 처럼 "저도 상신초등학교 동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상신의 교육가족입니다. 함께 행복한 상신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그의 감동적이고 남다른 교육철학은 교직원뿐만 아니라 자모회, 총동문회가 함께 '교육가족'이라는 혈연의 개념으로 교육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 학생교육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특히, 학력향상과 인성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낙후된 학교시설을 크게 개선했으며 야간마을도서관 운영, 매월 1회 영화상영의 날 운영 등 참신하고 획기적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적 학교경영과 총 23개의 방과후 강좌의 운영 등을 무상으로 추진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오는 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되돌아오는 학교'로 탈바꿈해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등 각 종 경시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커다란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필리핀 현지의 원어민 교사와 학생의 실시간 원격 1:1 화상영어수업'의 운영으로, 고액이 필요한 어학연수 효과의 몇 배 높은 영어 구사력을 갖게 되었으며, 또한 학교도서관은 학교교육의 심장부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독서 교육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결과, 학생들의 독서능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학력의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학창시절인 1966년 제47회 전국체전 육상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고, 기타 연주 실력이 수준급으로 많은 제자들에게 건전가요를 보급하여 왔으며, 현재 연중돌봄학교 컨설팅 위원과 레크레이션 강사, 홈카페 '대한민국교육연구소'(http://cafe.daum.net/50kch)운영, 직장예절교육 지도자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1994년 교육부장관상, 2002년 교감 자격강습 성적 1위, 2009년 교육발전 기여 특별공로상, 2010년 '자랑스런 청람인' 선정 등 수 십여 가지가 넘는 수상이력도 38년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산물이다.

그는 “The present is a present.(현재는 선물이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중히 여기는 것” 이라며 "더욱 알찬 교육과정운영과 연중 돌봄학교, 방과후 학교의 내실 있는 추진으로 우수한 학력과 인성을 가진 행복한 상신인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선생님이란 지식을 파는 월급쟁이가 되어버린 요즘 선생님은 지식을 전해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삶의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는 상신초등학교의 김창한 교장의 스승관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스승을 찾기 힘든 시대이기에 그의 따듯하고 강한 마음은 더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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