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의 우주태권도체육관 관장
홍승의 우주태권도체육관 관장
  • 정선옥
  • 승인 2010.12.1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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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녹색어머니회의 청일점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은 것”

매일 아침 한천초등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는 홍승의 관장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 등교 시간에 맞춰 나와 수신호를 보내는 홍 관장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총총히 뛰어가는 학생들 보다 더 바쁘다. 마지막으로 교문을 통과하는 아이까지 보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뷰는 오후 시간대로 미뤄야 했다.

2006년부터 한천초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시작했다는 홍 관장은 한천초 인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우연히 등교 시간에 학교 앞을 지나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달리는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보았다고 한다. 자신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었던 홍 관장은 그 사건을 계기로 교통봉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함께 활동하던 방범대원들과 함께 아침마다 한천초등학교 앞을 지키게 되었다.

지난해에도 다가오는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길에 뛰어들던 아이의 옷을 잡아당겨 겨우 사고를 면하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는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시작한 이후로 한천초 앞에서 교통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음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한다.

“아이들이 방학을 해야 저도 방학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는 홍 관장은 이미 지역에서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한천초등학교 학교지킴이, 녹색어머니회 회원으로 봉사활동을 해 왔다. 인터뷰 중 '녹색어머니회'라는 대목에서 한 쪽 눈을 찡그리는 기자에게 “제가 전국에서 유일한 녹색어머니회 남자 회원입니다”라며 또 한 번 크게 웃는다.

교통봉사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느냐는 형식적인 질문에도 홍 관장은 참 진지하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대가 출근 시간대와 겹치기 때문에 과속 차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홍 관장에게 더 험악한 말을 퍼붓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한 이들이 바로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이다. 자신의 아이만 가까운데 내려주면 된다는 생각에 신호위반이나 불법 주·정차가 더 심하다. 다른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학부형들의 태도를 보고 홍 관장이 걱정하는 바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어른들을 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자기 위주의 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 남을 배려할 줄도, 양보할 줄도 모른다고 한다. 아이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정에서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아이들이 탈선할 확률도 높다. 학부모들이 좀 더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태권도 자체만 놓고 본다면야 대부분의 도장 프로그램들이 비슷하긴 마찬가지니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운동 외에 홍 관장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성교육이다. 태권도 자체가 예를 중요시 하는 운동이기도 하거니와 그가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 내가 하기 좋은 일은 남도 하기 좋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은 것”임을 강조한다.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홍 관장이 도장에서 쉴 새 없이 바쁜 이유가 또 있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주위가 산만한 아이들에게 별도의 학습지도를 하는 것이다. 따로 과제물을 내 주기도 하고, 학교에서 내 준 과제를 살펴 주기도 한다. 글씨체부터 마음을 다해서 집중해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거나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학부모에게 전화 해 필히 일러준다.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당장은 부모가 당혹스러워 할지라도 아이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학부형들이 아이에 대한 상담을 요청해 올 정도로 아이에 대한 정보 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홍 관장 역시 세 아이의 아빠로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먼저 태권도를 시작한 동생과 싸우다 흠씬 두드려 맞고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홍 관장은 우리 전통무예는 알면 알수록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강인함이 꼭 우리의 민족성과 닮아 있다며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한 그다. 지금까지의 삶에 후회는 없지만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박사과정까지 마쳐서 고향 후배들에게 좀 더 깊이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내 이현숙씨와의 사이에 승현, 승희, 승옥 남매를 두고 있는 홍 관장은 자신의 일이 바쁘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함이 앞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아이들이나 집사람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니 힘이 된다고. 예전에는 교통봉사를 위해 아침 일찍 나가는 홍 관장에게 “좀 더 쉬지 그래요?”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던 아내가 요즘은 조금이라도 지체할라치면 “얼른 나가요” 하고 등을 떠민단다. 학교 앞에서 아빠의 수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이 아빠와 눈이 마주칠 때 “아빠 최고” 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더 열심히 살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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