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의 불모지 진천에 탁구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
“탁구의 불모지 진천에 탁구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
  • 정선옥
  • 승인 2010.12.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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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군탁구연합회 김영호회장

불과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진천은 당시 관내 유일의 탁구장이던 상산탁구장을 제외하고는 달리 탁구를 즐길만한 공간조차 없는 탁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도시였다. 지역에 참피온 탁구대 한 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진천군 탁구인들의 바람이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현재 진천군탁구연합회에는 11개 클럽 500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충북 3개 시·9개 군 중에서도 청주시를 제외한다면 클럽 숫자 면에서 당연 최고일뿐더러 실력도 수준급이다. 가히 탁구의 중흥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탁구 열풍의 중심에 김영호 진천군탁구연합회장이 있다. 이제 임기를 불과 열흘 남짓 남겨 둔 김 회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어 보았다.

고향인 광주를 떠나 성남시에 있는 회사로 실습을 나간 것이 86년. 유남규 선수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하며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탁구장 출입이 가능할 만큼 대한민국에 탁구 붐이 일던 때였다. 그때부터 김 회장의 탁구 인생이 시작되었다. 별도의 레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사내에 있던 탁구장에서 회사 형들과 치다 보니 자연 실력이 늘게 되었다고 한다.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지금의 실력은 그 때 다져진 것이란다.

94년 10월 그가 다니던 회사인 선일다이파스가 광혜원으로 이전하면서 그도 진천군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진천에 내려와 결혼을 하고 그렇게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995년 진천에 탁구 동호회를 결성하고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여정이 시작되었다.

변변한 탁구장 하나 없으니 상산탁구장에서 몇 년, 문화원 2층에서 또 몇 년, 군청 지하 상황실로, 생거마트 2층으로, 주민자치센터를 거쳐 생거진천종합운동장 진천군탁구연합회 탁구장이 생기기까지 회원들은 수도 없이 탁구대를 날라야 했다. 그래도 문화원 2층으로 이사를 할 땐 당시 23만원짜리 참피온 탁구대 3대를 구입했다.

대부분의 시합용 탁구대 브랜드가 참피온이던 때라서 외부 경기를 나가면 공의 튕김이 달라 바운드를 맞추기 힘들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매번 시합 때 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탁구대를 나르고 세팅하기를 반복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기에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었단다. 그저 운동이 좋아 탁구를 시작한 이들이다 보니 진천군에는 지금도 큰 대회가 없는 한 일 년 열 두 달 내내 주말리그전이 열린다. 진심으로 탁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김영호 회장이 연합회장을 맡은 건 지난 2005년. 그간의 성과라면 탁구의 저변 확대와 실력 향상 등이겠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는 그가 탁구연합회장을 맡아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초창기 때에는 탁구연합회 일을 보느라 회사에서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사람을 만나도 퇴근 후인 밤에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고 낮에 시간을 빼야 할 때에는 새벽에 출근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한정된 시간이다 보니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었다는 그다.

김 회장은 연합회 일이건 회사 일이건 어디서나 솔선수범을 외친다. 그의 이런 성실함과 추진력이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까닭일 게다. 그는 회사에서도 말을 하기전에 먼저 움직이는 편이다. 팀장이 일을 하고 있으니 팀원들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연합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생거진천 전국오픈탁구대회, 도지사기대회, 도탁구연합회장기대회, 국가대표상비군 선발전, 중고교연맹전 등의 굵직한 행사들을 무리 없이 치러낸 김 회장은 탁구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에는 충북도생활체육유공자상 도지사상을, 15일에도 동호인육성부문 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회원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겸손해 하는 그이지만 사실상 그의 퇴임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껏 진천군탁구연합회장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활동해 온 시기에 진천은 사실 탁구의 중흥기를 맞았다. 탁구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진천군이 이제는 탁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충북 문화축제에서 19년만에 딴 첫 금메달이 가장 값지며 “이제 남은 건 우리 진천군이 도민체전에서 우승하는 일”이라며 웃는 김 회장에게 연합회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였는지를 묻자 “회원들이 단체전 우승기를 들고 올 때”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탁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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