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동아리 민속의 향연
민화동아리 민속의 향연
  • 정선옥
  • 승인 2013.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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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민중이 그린 가장 한국적인 그림”

「민속의 향연」은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 개설된 민화 그리기 동호회다. 동호회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민화를 그리기 위해 생거진천종합사회복지관 내 평생학습센터에 모인다. 동양화를 전공한 윤미라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에서 회원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기술만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 못지않게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실용화로서의 기능이 부여된 그림
강의실에 들어서니 곱게 물들인 한지에 화려한 색을 덧입히고 있는 회원들 틈에서 숨소리조차 내기 미안하다. TV 사극의 소품으로나 나올법한 알록달록한 화려한 그림들. 피식하는 웃음이 나올법한 익살스러운 그림이 한 가득이다. 얼핏 피카소의 입체주의(Cubism)가 생각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그림을 좋아해 실용화로서의 기능을 많이 부여했다. 주거공간을 장식하고 풍속과 교화의 목적으로도 그림을 이용했으며, 토속적 민간신앙인 벽사구복의 기원음 담아 무병장수와 부귀공명을 염원했다. 오히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요즘 이런 멋을 찾아보기 어려움이 아쉽기만 하다.

민중의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된 민화
조선 후기 서민층에 주로 유행하던 민화는 서민의 생활과 밀착돼 내용이나 발상에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내재해 있다. 궁중의 화원들이 그리는 정통회화에 비해 묘사의 세련도나 격조는 뒤떨어지지만, 해학적이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화려한 색조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양식은 오히려 한국적 미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민화에는 그리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의 염원이 담겨 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출세를 기원하는 잉어, 액을 막는 호랑이와 까치,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등 각각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현실세계와 접목시켜 각자의 염원을 발현한다.
또한 민화는 종이 위에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가구, 도자기, 옷감, 가마, 대문 등 실생활에 사용되는 물건 어디에나 그려졌다. 눈 가는 곳 어디서나 쉽게 그림을 접하고 생활했던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인 것이다.

창작과 소통의 공간으로 태어나는 민속의 향연
민속의 향연 회원들은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처음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 민화반이 개설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공부하고 있는 회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실력도 수준급이다. 지난해에도 진천군 평생학습축제에 참가해 작품을 전시하면서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흔히 구하기 힘든 민화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화려한 그림에 그리는 이의 마음까지 더해지니 그 가치는 돈으로 따질 바가 아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이국적인 우리의 민화가 인기다.

회원들은 작품도 작품이려니와 덧붙여 동호회가 갖는 순기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섬세한 작업인 민화를 접하면서 집중이 길러지고 화려한 오방색을 접하다 보니 우울할 새가 없다고 한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색깔치료가 초기 치매와 우울증에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무료의 시간이 창작의 시간으로 바뀌게 된 것은 물론 평소 집안일이나 직장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함께 하는 삶, 나누는 기쁨
우리 것을 지켜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회원들은 민화를 자신들의 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관내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인 민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한 달에 한 번씩 일본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민화강좌를 열고 있다. 섬세한 먹선 안에 화려한 물감을 채색하면서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이해가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서양의 것도 아름답고 좋지만 서양인이 그린 민화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우리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그림. 그것이 최고의 작품임을 회원들은 강조한다.

또한 진천군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민화에 더 많은 군민들이 빠졌으면 하는 것이 회원들의 생각이다. 수강을 원하면 진천군 평생학습센터(539-3896)로 문의하면 된다.

미/니/인/터/뷰

박경숙  회장
박경숙 회장
“더 늦기 전에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

벌써 2년째 민화수업을 받고 있는 박경숙 회장.
박 회장은 “민화는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는 민화 예찬론자다.
민속의 향연 회원들 중 우울증을 앓고 있던 회원 몇몇이 그림을 시작하고 나서 우울증이 말끔히 나았다고 한다. 워낙 꼼꼼함을 요구하는 작업이어서 치매에 걸릴 일도 없을 것이란다.

점차 우리의 옛것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는 박 회장은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때론 엄하게, 때론 인자하게 그림을 지도하는 윤미라 강사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함을 표한다는 박 회장은 더불어 무슨 일이든 자신의 뜻을 따라주는 회원들에게도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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