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한 번 망친 것’과 ‘공부를 못하는 것’은 다르다.
‘시험을 한 번 망친 것’과 ‘공부를 못하는 것’은 다르다.
  • 정선옥기자
  • 승인 2008.10.20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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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잘 못 봤다고 실망스러워 했을 때 자녀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어쩌면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과 같은 자녀에게 시험의 결과 만을 가지고 이런저런 지적을 하지는 않았는지? 또, 그것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렇게 공부하고 네가 시험을 잘 볼 리가 없지”, “네가 하는 짓은 왜 언제나 그 모양이냐?”,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혹시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요?

시험은 잘 볼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오늘 시험을 잘 못 본 것과 공부를 못하거나 멍청한 것은 별 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결과를 놓고 마치 그것이 자녀의 전부인 것처럼 몰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시험을 못 본 것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다음에 잘 보면 된다. 하지만 시험을 못 본 학생을 마치 인생의 실패자를 대하듯이 취급을 한다면 다음 번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화가 나서 던진 한마디의 말 때문에 단순한 결과가 고정된 성품이나 능력으로 강하게 굳어지게 될 수도 있다.

아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 기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그들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오늘 시험을 잘 못 봤구나. 다음 번에는 준비를 좀 더 일찍 하면 될 거야”, “일단 시험의 결과는 잊고 오늘은 푹 쉬자”
독자가 만일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시험을 못 봐서 정말 괴로워 하는 사람은 부모보다 학생 당사자이다. 안 그래도 괴로운데 거기에다가 비난이나 질책까지 더해진다면 정말로 공부가 싫어질 것이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난 공부를 정말 못 하나 봐' 또는 '난 공부체질이 아닌가 봐'
'수학과목은 정말 못 하겠어' 또는 '나는 수학적인 머리가 전혀 없나 봐'.
이러한 식으로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이번 수학시험을 못 봤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그리고 이번 시험을 못 보게 된 원인을 분석해보고 다음에 시험을 잘 볼 방법을 생각해보는 편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낫다. 만일 자신을 수학을 못하는 학생이라고 규정짓는 다면 앞으로 수학과목을 공부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자신이 말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앞으로 계속해서 수학시험을 못 볼 것이고 언제나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규정 짓지는 말아야 한다.

누구나 실패는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실패에서 원인을 찾고 다음에는 그러한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즉 실패 속에서 교훈을 찾았다면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한번 실패를 한 사람이 결코 인생의 실패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에 대하여 또는 자녀에 대하여 엄격할 필요가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좀 관대해 질 필요도 있다. 특히 어떤 결과를 놓고 '너는 이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매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얻는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시험 결과는 배우는 과정의 한 부분이며, 그 한 번의 결과가 안 좋았다는 사실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남긴 마지막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을 생각하며 크게 한 번 웃고 훌훌 털어버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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