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학 진천경찰서.양지현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수석 입학 부녀
양진학 진천경찰서.양지현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 수석 입학 부녀
  • 정선옥
  • 승인 2012.03.15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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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도전한다 … 父傳女傳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교장 최유호)에서 열린 전국 6개 마이스터고 합동 개교식에 참석하면서 이 학교가 다시금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45년 진천공립농업학교로 개교한 뒤 진천농업중학교(1947년), 진천농고(1950년), 진천농공고(1993년), 진천생명과학고(2009년)에서 올해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로 변신한 지금 지원 경쟁률이 4대 1을 넘는 명문학교로 발돋움 했다. 학교와 인력공급 협약을 맺은 기업체도 이미 20여 곳에 달한다. 개교식이 열린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표해 씩씩하게 입학선서를 마치고 내려 온 양지현 양과 부친 양진학 경위를 만났다.

“꿈을 가져라” - “나의 꿈은 54개”

올해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에 수석 입학한 양지현 양은 17세의 당찬 소녀다. 학업 성적도 좋았던 그녀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기술인을 키워내는 마이스터고를 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사실 지현 양도 처음부터 마이스터고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진천여자중학교에도 수석으로 입학해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또 지난해에는 진천군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1개월 간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을 만큼 영어회화 실력도 뛰어났다. 지현 양 자신도 그러했거니와 주위의 기대가 컸음은 물론이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인문계고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진학 시기가 다가오자 진로에 대해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연일 보도되는 취업난은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가 줄잡아 34만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청운의 부푼 꿈을 펼치려 대학에서 정진하던 많은 젊은이들이 졸업과 함께 실업의 고통에 좌절하고 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이제껏 당연 과정들이 불편한 진실로 다가왔다.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간다고는 하지만 정작 대학에 가서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어렵다. 오로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증에 도전하고 취업이 유망한 학과를 선택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찍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를 택해 공부할 수 있고 100% 취업 보장과 대학교육 연계가 가능한 마이스터고는 안성마춤이었다.

지현 양이 진로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그녀에게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를 추천해 준 이가 바로 부친인 양진학 경위다. 양 경위는 딸에게 앞으로는 학력이 아닌 실력이 존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선택은 딸의 몫이지만 딸이 좀 더 넓은 안목을 갖고 진로를 선택하게 해 주고 싶었다. 직접 견학한 학교는 시설이나 커리큘럼 등 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이었다.

백곡이 고향인 양 경위는 대학에서 토목을 공부했다. 직장 역시 전공과 무관치 않았다. 그가 경찰이 된 건 우연이었다. 동생이 경찰시험에 응시한다는 말을 듣고는 원서를 한 장 더 가져오라고 해서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덜컥 합격한 것이다. 그 때가 1989년. 정년을 7년 앞두고 있지만 이제껏 경찰의 길에 접어든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한다. 기초 체력이 좋아 수년 전에는 달아나는 성폭행범을 수백미터를 뛰어가 단 한 번에 업어치기로 제압한 일화는 경관들 사이에서도 두고두고 화제다.

요즘 딸 덕분에 동료들 사이에서는 양 경위의 자녀교육법에 대한 궁금증이 대단하지만 정작 본인은 특별한 것이 없다는 담담한 대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특별할 것 없다던 생활을 들여다보니 아버지의 생활 자체가 교육이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양 경위지만 집에 있을 때에는 주로 독서를 하면서 보낸다. 게다가 늘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서 이미 여러 종류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엔 그 어렵다는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을 준비하고 있다. 지현양이 학원 보다는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 건 바로 부친인 양 경위의 공부하는 모습을 늘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좋은 학원을 보내는 일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공부임을 알게 해 주는 부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 경위가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딸 셋을 둔 그는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과정이 있으면 반드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2, 3가지의 악기를 다루고 지현 양 역시 가야금, 바이올린, 드럼에 피아노는 수준급이다. 뿐만 아니라 언니들과 마찬가지로 지현 양 역시 어릴 때부터 캐나다나 중국, 미국 등에서 해외연수를 할 수 있었다.

지현 양이 나이답지 않게 당차고 주관이 뚜렷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졌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 척척 해내는 딸이 유일하게 못하는 것이 있다면 탁구라며 아쉽다는 양 경위의 얼굴에 딸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지현 양의 드림 노트에는 54개의 꿈이 있다.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양 경위의 익살스러운 질문에 정색을 하며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다.

양진학 경위는 부인 장유경 여사와의 사이에 지현 양 외에 어여쁜 두 딸을 더 두고 있다. 아침마다 부인과 함께 조깅을 하면서 세 딸의 미래를 점쳐보곤 한다는 양 경위의 얼굴엔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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