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김해 김씨 가락종친회 청년회장
김영환 김해 김씨 가락종친회 청년회장
  • 정선옥
  • 승인 2012.04.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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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역사 없이 나아갈 미래 없다 ”


매년 이맘때마다 흥무대왕 김유신 장군(595~673)의 위패와 영정이 모셔진 길상사(吉祥祠)에서는 춘계제향이 봉행된다. 문중일가는 물론이요 관내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과 지역 주민들이 이 제향에 참석한다. 당연히 제사를 준비하는 일손이 바쁘다.

지난해부터 종친회 일을 보고 있는 김영환(53) 김해 김씨 가락종친회 청년회장은 봄, 가을로 제향일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복잡하다. 그에게 있어 김유신 장군은 비단 조상의 의미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100% 김유신 장군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필자 역시 김유신 장군의 전기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삼국통일을 이끈 주역임을 국사책을 통해 배웠으며, 여러 드라마를 통해 역사에 선명히 남아 있는 그의 발자취를 보아왔다. 시대를 뛰어 넘어 김유신 장군은 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인이요, 또한 그가 태어나 자란 고향에는 김유신 장군을 기리기 위한 후손들의 노력이 있어 왔다.

현재 진천군에는 김유신 장군과 관련해 충청북도 기념물 제1호인 길상사 이외에도 인근 태령산에 김유신 장군의 태실 및 돌담(충북기념물 108)과 탄생지인 상계리 일대의 129필지가 사적 제414호로 지정되어 있다. 삼국통일에 혁혁한 공적을 세웠으니만큼 신라시대부터 태령산 아래에 사당을 짓고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왔고, 지금까지도 문중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찾고 있으며, 지자체장이 초헌관을 맡아 첫 잔을 올린다. 일개 문중의 행사가 아닌 지역 전체의 행사인 샘이다.

옛날에야 이런 날엔 종중에서 돼지를 잡아 찾아온 손님과 마을 주민들을 대접했지만 많게는 2~3백 명이 거뜬히 넘는 손들을 맞다 보니 장소도 장소려니와 일손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요즘엔 인근 식당을 이용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도 기념물인 길상사는 지자체에서 유지·보수 등의 관리를 도맡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큰 행사에도 지원이 전무하다 보니 제수비용부터 손님 접대까지 모두 비용을 떠맡아야 하는 문중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길상사에 관한 진천군 조례에는 제수비는 문중에서 부담하되 필요에 따라 군수가 예산의 범위 내에서 그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고는 명시돼 있지만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

문중의 재산은 지난 1926년 지금의 자리에 길상사를 재건하면서 거의 소진되다시피 한 터라 문중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문중에서만 지내는 제사라면 형편대로 검소하게 지내면 되지만 관행제로 지내지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회장과 문중이 단순히 비용만을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진천군에도 섭섭한 마음이 적지 않다. 제향과는 관계없이 김유신 장군과 인근 유적들에 대한 사후 관리와 기념사업에 군이 너무 무관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진천군은 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내외에 김유신 장군과 길상사, 태실 등의 유적을 홍보해 왔다. 그 과정에서도 김유신 장군의 충정과 업적을 기리고 전통을 보존하기 보다는 관광상품으로 치부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조상을 섬기는 후손들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지나온 역사가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미래 또한 없습니다.”

김 회장은 힘주어 말한다.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가 뿌리 없는 줄기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 회장 역시 젊은 시절엔 역사와 전통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 중 하나를 들라면 젊은 시절보다 현명해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러했듯 전통에 관심이 전혀 없는 젊은이들을 보며 김 회장은 걱정이 앞선다.

제향 하나를 예로 들어도 지금까지야 자신의 세대가 지켜가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었을 때 과연 누가 아이들에게 용맹한 조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을 기리며 또 후대에 전할 것인가. 사실 김유신 장군과 관내에 남아있는 그의 유적들은 문중이나 군이 아닌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이다. 지자체 입장에서 본다면 역사적 가치나 경관성, 인지도,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이만한 자원이 없다.

김 회장은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좀 더 신중히 역사를 고찰하고 전통을 지켜가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길상사가 단순히 벚꽃을 감상하러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관광지가 아닌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흥무대왕의 의기가 서린 유적지라는 것을 알게 하자는 것이다.

이제 곧 길상사에는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탐 낼 만큼 화려한 벚꽃이 만개한다. 거목에서 뻗은 풍성한 가지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은 진해의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 거목을 버티고 있는 힘이 바로 오랜 세월 단단한 땅을 디디고 자리잡아온 뿌리에 있음을 김 회장은 다시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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