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한·오대성 형제
오대한·오대성 형제
  • 정선옥
  • 승인 2012.08.0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크고 넓은 세상을 보라. 그리고 나의 길을 찾아라 ”

교육산업은 원자재가 필요 없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돈도 벌고 우수 인재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이런 교육산업의 최대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상부상조하며 거대한 교육산업 시장을 형성해 세계 각 나라에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미국을 '교육을 파는 나라'라고 말한다. 자칫 조소 섞인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지난해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 지불한 돈이 25조원에 육박한다 하니 미국 교육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더욱이 아직까지 우리 취업시장이나 사회적인 인식은 미국 학위를 국내 대학이나 대학원의 학위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학생활이 비단 학문을 연마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언어와 문화적 갈등, 경제적 부담, 가족의 희생 같은 내외적 요소들의 극복은 전제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어린 나이에 미국이라는 생소한 나라에 유학해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는 오대한, 오대성 군이다.

대한(23) 군과 대성(20) 군은 각자 진천고등학교 2학년과 이월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7년 부친인 오종필 씨의 권유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장학금까지 받으며 로체스터공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두 형제가 처음부터 유학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대한 군과 마찬가지로 대성 군 역시 태어나 자란 고향, 부모님, 그리고 영원히 함께일 줄로만 알았던 친구들과의 이별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더욱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은 청소년기의 형제에게 너무도 큰 부담이었다.
이런 그들이 미국행을 결심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 사람은 바로 아버지 오종필 씨다. 애초에 아들에게 유학을 권한 이도 그였다. 그는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기회를 갖기를 바랐다. 그래서 망설이는 아이들 설득했다. 너희들이 가질 수 있는 커다란 세상을 보라고 말해 주었다. 다행히 미국에 아이들의 이모가 거주하고 있었기에 여건도 어렵지 않았다.

각오를 하고 떠난 유학이었지만 만만할 리 없다. 한 학년을 낮춰 편입한 대한 군은 같은 학년 친구들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문화적 차이도 컸지만 모국어로 영어를 쓰는 친구들의 실력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엔 수업 내용을 놓치는 일도 많았다. 한국에서 생활할 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달리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꼭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좋은 대학은 가지 못했을 테고 대학을 졸업한다 한들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니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며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을 것이란다.

대한 군은 유학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우선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남은 고교시절을 성적을 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10여 개의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장학제도가 많은 로체스터 공대를 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대한 군은 항공 관련 산업에 대한 자신의 꿈을 구체화 해 가고 있다.
대성 군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소외감을 미국생활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워낙 성격이 활발해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대화할 때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과 차이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를 극복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고교 마지막 학년엔 의지가 되던 형도 대학에 진학한 터라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졸업할 즈음이 되어서야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시작했다. 대학은 형이 재학 중인 학교를 선택했다. 꿈도 생겼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전공도 그 쪽을 선택해 볼 생각이다. 우리와는 다르게 3학년이 되어야 전공을 선택하는데다 그 이전에 여러 분야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중학교 때 대성 군은 꿈이 무엇이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막상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이끌려, 주어진 제도 안에서 아무런 꿈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대부분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성 군은 후배들에게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가슴 속에 꼭꼭 숨어있는 자신의 꿈을 되찾길 바란다. 한국에서의 학창시절이 불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는 부연이다.

형제는 미국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을 자립심을 길러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꼽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경우 수학능력평가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원과 학교에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는 것이 전부다. 자신의 꿈과는 상관없이 부모가 원하거나 성적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고른다.
하지만 미국의 고등학교는 오후 3시면 모든 수업이 끝난다. 학교 운동장은 수업시간 보다 수업이 끝난 후가 더 붐빈다.
미국의 학생들은 학교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등의 여가 활동이 활발하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들은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준다. 따라서 아이들은 일찍이 자신의 재능을 찾고 고등학교부터는 그와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대한 군과 대성 군이 미국 친구들을 만나며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학업 외 활동도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도 학교 수업시간과 과제를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압력을 받으며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조기 유학생의 70~80% 정도가 실패한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이달 초 대성군은 미국에서 자란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교육을 다녀왔다. 한국정부에서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들에게 분단된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통일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대성 군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또 한 번 문화의 차이를 절감했다고 한다. 또한 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
방학을 맞아 잠깐 한국에 나온 두 형제는 또래의 학생들에 비해 성숙했다. 많은 경험이 아이들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모양이다. 형제는 이국땅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형제애도 더 돈독해졌다고 한다.

어쩌면 영원히 없었을 지도 모를 인생의 전환점이 유학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두 형제는 자신들을 설득하고 기회를 만들어 준 아버지와 3년이나 미국에서 뒷바라지를 해 주신 어머니, 그리고 힘든 미국생활 내내 때론 엄하게, 때론 자애롭게 자신들을 이끌어 준 이모부와 이모, SAT 준비를 도와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