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를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 오선영 기자
  • 승인 2008.12.1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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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군 장애인협회 차량봉사대 피진호 대장

며칠 전 성룡의 전 재산 4000억 재산 기부 약속은 많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며 칭송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람은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갈 것 :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이라며 "죽기 전에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수래공수거'의 지론으로 성룡처럼 많은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애당초 자신의 재산을 축적하기보다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을 두고 더 많은 활동을 하는 이들도 비록 두드러지진 않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삶을 살고 있는 진천의 피진호씨를 만났다.

그의 명함을 받아 들면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 많다. 진천장애인협회 차량봉사대 대장이자, 자원봉사센터 차량 팀장, KBS방송국 480번 통신원이고 한국도로공사정보 134번 통신원이며 진천 금암 황금박쥐마을 이장이자 황금박쥐 감시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세상에 참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 관심이 크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작고 소박한 관심으로 타인의 삶을 윤택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방송국 통신원이나 도로공사 통신원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튀어 다치게 될 사람들을 생각해서 운전 중 도로에 떨어진 장애물이 발견되면 치우고, 차량 정체 정보를 알려줘서 후미 운전자들이 도로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함이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피진호씨. 그러나 그의 작은 관심은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도움을 주고 있다.

“남들과 같이 해서는 남보다 나아질 수 없다.”

그에게 생업도 있다. 화물차 운전기사라는 시간에 쫓기고 잠이 부족한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짬 나는 대로 봉사활동에 시간을 보낸다.

1999년 시작해 어언 10년을 하고 있는 장애인차량봉사대 활동은 그의 봉사활동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애초에 장애인들이 대원이 되어 활동하던 차량 봉사대에 그는 비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차량봉사대 대원으로 참여하고 2000년부터는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석에서 자율방범대 부대장으로 활동하던 그를 눈여겨봐오던 장애인협회의 이금용부회장의 요청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상 활동을 통해 비장애인의 손이 많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된 피대장은 비장애인대원을 영입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반이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차량을 필요로 하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장애인들과 차량봉사가 가능한 장애인들로 구성된 차량봉사대는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을 비롯하여 중증장애인들의 반경 30Km 병·의원에 이송해주고, 장애인의 날 행사 등 각종 행사에서 안내와 질서유지를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원들의 사비를 털어 중증장애인 나들이도 수차례 마련한 바 있다.

지금은 자원봉사센터의 차량팀장을 맡으며 이와 연계하여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영동수해 때에도 대원들과 함께 포도밭 수해복구에 나섰으며, 폭설피해를 입은 초평 천마밭 제설작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일반 봉사도 하고 있다. 몇일 후에는 두꺼비건축의 후원으로 문백 계산리 시각장애인 설주미씨의 집 도배, 장판을 새로 해줄 예정이다.

이 같은 나눔의 삶은 경찰관이셨던 그의 아버지 피기원씨에게 물려받았다고 한다. 겨울이면 제설작업, 여름이면 수해복구 작업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보다 앞서 일을 시작하고 남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 살기를 엄격하게 교육하셨던 아버지의 가르침이 내 것을 챙기기 보다 남의 불편함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이 된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낫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욱 분발해야한다는 그는 그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라면 시작하지도 않겠다는 정신으로 그가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단 봉사활동 뿐 아니라 그의 생업에 있어서도 그렇다. 봉사활동이나 사업에 있어서도 남들이 마다하는 어렵고 힘든 일을 찾아한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일을 맡길 때는 절박하고 꼭 필요해서 아니겠냐는 것이다.

성룡처럼 나눌 수 있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닌 피진호씨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나누고 있다. 차량운행을 업으로 삼아 그와 관련한 일로 나눔을 펼치고 자신의 재산을 늘리고 몸을 편안케 하는 것보다 도움을 요청한 이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주는 삶… 그것이 우리가 피진호씨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차량 봉사대 활동을 통해 비장애인들이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가 접하는 많은 장애인들을 이야기하며 그들을 돕는 것에 앞서 마음의 상처를 다독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원품을 전달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그들이 받을 상처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장애인들에 진짜 필요한 것은 생필품 전달이 아니라 그들이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현장감있는 조언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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