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홍길 진천교육청 교육장
연홍길 진천교육청 교육장
  • 정선옥 기자
  • 승인 2009.02.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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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 열두번째 손님


정신없이 연말연시를 보내고 2개월만에 취중토크를 재개하면서 올해의 첫 손님으로 누구를 초대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진천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진천교육청의 수장인 연홍길 교육장을 만나 진천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교육장으로서가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전날 숙취 탓에 조금은 일찍 끝내 보려던 심사는 7시간의 취중토크에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진천교육의 현실과 미래의 청사진에 열변을 토하는, 예순을 넘긴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그의 체력 앞에 먼저 굴복하고 말았다.

Q 지위가 높아질수록 성취감도 높아지겠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습니까? 교육장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궁금합니다.
등산을 좋아하고 또 자주 하는 편입니다. 교대에 다닐 때는 산악반을 조직해 주말마다 등산을 다녔었고 이후에도 청주에 있는 산악회에 나가면서 꾸준히 산에 올랐습니다. 국내의 명산뿐만 아니라 일본의 후지산도 올라봤구요. 후지산 등반을 마쳤을 때는 눈에 반사된 햇볕에 타서 얼굴의 허물이 다 벗겨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산을 타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에베레스트 등정입니다. 등산 외에는 탁구를 즐깁니다. 집사람도 탁구를 좋아해서 부부가 함께 운동하곤 합니다.

Q 교직자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십니까?
어려서 성악공부를 좀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교회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구요. 주변에서 음대를 권하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신앙이 깊으신 어머님과 목사님은 제가 목회자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음대와 신학대, 교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아버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교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Q 원하시던 길이 아니었는데 교직자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으십니까?
졸업하고 1968년 괴산군 어룡초등학교에서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했던 시절도 아니고 환경이 좋은 곳도 아니었을뿐더러 고향도 아니니 그 외로움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땐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조언과 격려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Q 진천군의 교육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천군의 교육발전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무엇보다 기초기본학습의 충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학력이 제고되어야 하겠지요. 더불어 소질계발을 통한 특기적성 교육으로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Q 진천교육청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진천교육청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글로벌 시대를 대비한 영어체험센터 운영, 학교도서관의 지역문화센터화, 초등 전학교의 보육교실 운영, 방과후학교 운영으로 도농간 교육격차 해소, 사이버 가정학습 활성화로 학력제고, 1교1사 자매결연을 통한 미래대비 경제교육 사업입니다. 또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기본생활지도 뿐 아니라 학력, 체력, 행정 등 모든 교육활동 부문에서 기초와 기본이 튼튼한 교육을 강조해 나가겠습니다.

Q 진천군의 교육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촌향도 현상의 심화로 인한 소규모 학교 수 증가와 학생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 지방재정 규모가 작아 교육발전계획 등 희망찬 청사진을 마련하더라도 추진과정에서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에 봉착하여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Q 사모님과 연애하시던 시절을 좀 들려주시지요.
집사람과는 교대 동기입니다. 제대 후에 증평의 도안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는데 집사람이 거기서 근무를 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 학교에 총각선생님이라고는 저 혼자고 처녀 선생님이 여덟 분이나 계셨습니다. 저와 동기인 집사람이 가장 나이가 많았지요. 그 때 집사람과 함께 자취를 하던 여선생님 두 분이 저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집사람은 교대 동기고 또 동갑이면 여자에 비해 남자의 정신연령이 낮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었는데 거기서 더 오기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Q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셨으면 연애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으셨을 텐데요.
소문내지 않으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쪽지 심부름을 시키곤 했지요. 지금도 집사람과 그 때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당시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아이들도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 연애를 하던 시절이니 집사람이나 저나 얼마나 행복했겠습니까? 선생님이 행복하니 당연히 아이들도 행복했던 거지요. 그 때 쪽지를 나르던 학생이 지금도 우리 부부의 연애사를 증언해 주곤 합니다.

Q 교육자로서 특별한 자녀교육 비법이 있으십니까?
남매를 두고 있는데 둘 다 잘 자라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보육시설이 많지 않은 때라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아이를 돌봐주던 학생이 공장에 간다며 아이 혼자 집에 팽개쳐 두고 집을 나가는가 하면 나중에 오신 할머님은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고 주무시는 바람에 어린애들이 그 추운 겨울날 대문 밖에 앉아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제가 우연히 발견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속상해 하기도 했지요.

제가 한 가지 부모님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들은 부모를 본받는다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아이들 앞에서 책이나 신문이라도 보십시오.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따라서 책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마침 저와 집사람이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저희 부부를 따라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진천교육청에서 1년 반을 교육과장님으로 계셨으니 누구보다 진천의 현실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우리 진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입니까?
다른 군단위에 비해 진천지역의 학생들 학력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대도시와도 거의 편차가 없습니다. 중학교의 경우 예전처럼 입시위주가 아닌 인성위주의 교육을 하다 보니 워낙 성적이 우수했던 예전에 비해서야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나쁜 성적은 아닙니다. 고등학교의 경우도 진천고등학교는 커트라인이 매년 올라가고 있고 대학진학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덕분에 청주지역 인문계고등학교로의 진학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Q 예전에는 진천에 부임해 오시는 선생님들이 진천을 잠깐 스쳐가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지역 내 근무연수가 몇 년이나 됩니까?
사실 옛날에는 청주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이 어쩔 수 없이 진천으로 발령을 받아 단기간 근무하고 다시 전근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진천지역의 경우 교육환경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닙니다. 진천군은 큰 학교가 많고 학생 수도 많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교통여건이 좋아져 청주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그런 탓에 다른 지역에 비해 선호도가 높아 우수한 선생님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5년 만기를 다 채우고 나가시는 선생님들도 많아 평균적으로 2~3년 정도 근무하십니다. 조금 더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Q 진천읍내에 2개의 근접한 초등학교가 있는데 예전부터 일각에서는 학교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분리를 해서 외곽 쪽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을 합니다만 교육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사실 초등학교 옆에는 중학교가 위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초등학교가 인접해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지요. 아직 이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보다 급한 것이 비좁은 광혜원 중·고교 분리·이전 문제인데 부지 마련이 어려워 큰일입니다. 계속해서 적당한 부지를 물색 중에 있습니다.

Q 30년을 넘게 교직에 계셨으니 많은 일을 겪으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지금은 교사들이 자기 뜻을 소신껏 펼치기 어렵습니다.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는 교직원 징계나 체벌논란 등을 볼 때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수위를 넘어선 체벌은 곤란하지만 아직 자신의 감정을 완벽히 조절할 수 있는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부형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잉반응은 결국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고 결국 학생들을 방치하게 되는 결과를 만듭니다.

청주에서 재직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만 해도 학교 행사가 우선이었던 시절이라 교무를 보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 보니 교실이 난장판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제일 많이 떠든 학생을 불러 체벌을 했습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의 자모회장이었는데 저를 찾아오셔서 하는 말씀이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아이가 등교를 꺼린다. 이를 시정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당연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을 해 보니 어제 그 어머니가 의자를 가지고 오셔서 맨 뒤에 앉아 계시지 않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시정할 의사가 없다 하시니 어쩔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시는지 제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뒤에 어머님이 앉아계시니 맘대로 해도 혼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날따라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떠들더군요. 그날도 제일 말썽피우는 아이를 불러 혼을 냈습니다. 어머님도 놀라셨겠지만 아이들도 놀랐던 모양입니다. 그럭저럭 그 날도 수업을 마쳤는데 다음 날 어머님이 또 오셨습니다. 그 날 이후로 일주일을 꼬박 수업 참관을 하셨는데 저도 나름대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다음 월요일에 그 어머님이 변호사인 남편과 함께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 말씀이 '선생님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 같은 분이라면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그 이후에 환경미화나 아이들 저금하는 날 등 궂은일을 모두 도맡아 해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점심을 대접했는데 어머니들이 선생님한테 식사 대접 받기는 난생처음이라고 하시며 좋아하시더군요.

그 뒤로 음성의 삼성초등학교로 전근을 가, 스승의 날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 어머님이 찾아오셔서는 꼭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몇 번 거절을 하다가 그것도 실례인것 같아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해 보니 전 학교의 자모님 12분이 다 와계시지 뭡니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전근 간 교사를 찾아주다니 그 때의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어머니들이 지금도 3개월에 한 번씩 모임을 갖습니다.

Q 진천에서 근무하는 교사들 중 14.8%만이 진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30대의 경우 일 보다도 가정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방과 후에 학업이 부진한 아이들을 따로 공부시키거나 별도의 특기 지도를 하는 선생님은 볼 수가 없습니다. 방과후 지도 선생님에게 직업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까?
성과급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예전에야 학교 대항 행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가점을 주었기 때문에 특기 교육도 많았지만 성적 위주의 교육을 시키다 보니 학부모들이 예·체능 교육을 기피합니다. 제 생각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방과후학교의 경우 기본적인 업무 외에 추가적인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의 경우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장소도 부족하지만 교직원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교사들이 방과후학교 지도까지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별도의 특수교사가 필요합니다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진천교육청에서는 방과후학교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도 강사를 모집하고 있지만 지역의 특성상 전문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학부모들의 협조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Q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천에도 2개의 소규모 학교가 있습니다만 통폐합은 학부모들이 결정해줘야 할 일입니다. 경제적인 논리로 보면 통폐합이 맞는 이야기지만 지역주민과 동문들의 반대가 큽니다. 지역 내 학교가 주는 의미도 커서 동문들이 나서서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에 교육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통폐합 시켜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Q 교육장님이 생각하시는 2009년도 교육목표는 무엇입니까?
우리 교육가족들은 교육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래사회를 선도할 능력과 품성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조화로운 학력 신장, 미래대비 창조 교육, 진취적인 품성 함양, 신뢰받는 참여 행정, 균형있는 복지 구현의 5대 교육시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교직에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교육은 우리의 내일입니다. 교사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직업입니다. 아이들의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소양과 인성교육이 기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사의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생각으로 사명감을 갖고 교육에 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교권이 추락하고 교육 환경이 열악하지만 직원들이 인화단결하고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어 나갑시다.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살면서 사람의 인연을 가장 소중히 생각한다는 연홍길 교육장은 진천교육청의 수장으로서 아이들 한명 한명에 대한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그 포용력이 진천의 미래를 키워낼 울타리가 되어줄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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