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말 걸지 마세요”
“제발 말 걸지 마세요”
  • 진천자치신문
  • 승인 2009.02.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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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이 퍼지는 ‘낯선이 증후군’

“제발 사람 없는 곳에서 말 걸지 말아주세요.”

회사원 박모(29ㆍ여) 씨는 요즘 회식이 있는 날마다 남편을 부른다. 늦은 밤 혼자 귀가할 자신이 없기 때문. 박씨는 “밤 뿐만 아니라 대낮이라도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어본다고 말만 걸어도 깜짝 놀라고 일단 피하게 된다”며 “요즘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두렵다”고 털어놨다.

경기 서남부지역 부녀자 7명을 연쇄살인한 강호순(38) 의 끔찍한 범행이 알려진 후 여성들 사이에서 '낯선이 증후군'이 퍼지고 있다. 낯선이가 말만 걸어도 흠칫 놀라고 움츠러든다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 귀가시간이 빨라진 것은 물론 늦은 밤마다 남편이나 애인에게 '에스코트'를 간청하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강호순 사건이 사회에 남긴 어두운 흔적이다.

젊은 직장 여성 사이에선 이른 귀가가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 정기영(28ㆍ여ㆍ회사원) 씨는 “요즘은 회식 자리에서 2차가는 여성이 거의 없다”며 “일찍 집에 가길 서로 권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길을 오갈 때 낯선이를 먼저 피하는 일도 비일비재다.

강호순 사건에 택시기사들도 때아닌 된서리를 맞았다.

사건이 터진 후 여성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것. 택시 기사 장기성(36) 씨는 “여성들이 택시를 타기 전에 기사 얼굴부터 확인한다”며 “젊은 남성이거나 얼굴에 흉이라도 있으면 아예 타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며칠 사이 여성 손님을 받아본 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안산시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이성준(50) 씨도 “경기도 안 좋은데 손님이 더 줄어서 큰 일”이라며 “택시를 꺼리는 여성들을 위해 복장부터 깔끔하게 입으려고 세세하게 신경쓰지만 쉽게 매출이 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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