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기 진천읍 소강정 이장
민세기 진천읍 소강정 이장
  • 임현숙
  • 승인 2014.12.26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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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실천하는 ‘천생 농부’
13만여㎡에 쌀 농사 · 수박도 재배
농한기엔 중국 · 동남아 찾아 노동

▲ 민세기 소강정 마을 이장이 자신의 소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민세기 소강정 마을 이장이 자신의 소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든 기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물질은 누구에게나 귀하다. 가끔 우리는 부자들의 큰 기부에 놀라며 화제로 삼는다. 그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는지 머릿속으로 공감하기도 한다. 반면에 우리는 한평생 폐지를 모아 저축한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노인의 선행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린 학생들이 내미는 돼지저금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세상이 팍팍하고 힘들다고 하나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살만한 요즘이다. 지난 2006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웃돕기에 동참하고 있는 진천읍 소강정 마을 민세기(53) 이장이 그런 사람이다.

“수확한 쌀 조금 나눌 뿐”

민 이장은 이웃돕기 이야기를 꺼내자 정색하며 손사레를 친다. “주변에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그는 “어려운 사람 사정은 어려운 사람이 더 잘 안다”며 “없는 사람들이 더 힘들고 외로운 때가 명절과 겨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어렵고 힘들다. 농사짓는 사람이 보탤 것이 뭐 있나. 수확하고 나면 있는 것이 쌀이니 그것을 좀 나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강정 마을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있다. 진천출생으로 상산초를 나와 진천중학교, 진천농고를 졸업하고 그 후로 줄 곳 농사에 매진했다. 13만여㎡에 쌀농사를 주로하며 하우스 11동에서 수박도 재배하고 있다.

“한창 농번기 때는 일보다도 일할 사람 구하는 것이 힘들다”고 운을 뗀 그는 “농촌이 고령화가 되다보니 용역회사를 통해 십여 명씩 일꾼을 구해야하는데 그것이 일중의 큰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농촌에는 젊음이 없다”며 “고령화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차 산업인 농사가 외면 받고 있다”며 “농촌이 6차 산업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지만 결국은 1차 산업이 돼야 뭐든 할 것 아니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촌을 아끼고 농사를 걱정하며, 고된 이웃을 걱정하는 그는 천생 농사꾼이다. 그는 “몸은 고되고 크게 벌지 못해도 가족들 먹고 형편 따라 마음대로 수확을 나눌 수 있으니 그것이면 족하다”며 “다시 태어나도 농사꾼이 되겠다”고 했다.

농한기에는 외국에서 일해

한때 그는 11월부터 2월까지 농한기에는 해외로 일을 다녔다. 그는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몸 품'을 팔며 외국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던 것이 큰 소득”이라며 “내 돈 내고 외국여행도 가는데 돈도 벌고 외국도 구경할 수 있으니 1석2조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음에 진정성이 있고 일에 만족한 외국의 노동자들을 보며 나도 낙천적으로 변했다”며 “어느 곳에서든 배울 것은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좌우명은 '편하게 살자'이다”라며 크게 웃었다. 웃음이 편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복지'에 관심이 많다. “후진국에도 배울 복지가 있다”는 그는 “수입의 40%를 세금으로 내고 노후를 국가에 맡기는 유럽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 복지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세계적으로 복지가 화두인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인복지는 전체 96개 국가 중 50위로 노인빈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어르신들이 지금 와서 어렵고 외롭게 사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마음을 쓰는 이유다.

그는 스스로를 '까칠하다'고 표현한다. 지난 2006년부터 이장을 맡다보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때로는 고까운 소리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관청이나 주민에게 듣기 싫은 소리도 밉지 않게 하는 '할 말은 하는 이장'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가까운 곳에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소외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범위에서 온정을 베푼다. 그가 있어 이 겨울이 더욱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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