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공직자의 모범이 될 만한 ‘선량한 공복’
다른 공직자의 모범이 될 만한 ‘선량한 공복’
  • 임현숙
  • 승인 2015.06.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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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영 찬 진천읍장
후배들 길 터주기 위해 40년 공직 마감
“농사지으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겠다”

▲ 공직생활 40여 년을 진천읍사무소에서 마무리하는 유영찬 읍장이 읍사무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공직생활 40여 년을 진천읍사무소에서 마무리하는 유영찬 읍장이 읍사무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구수 3만1799명, 76개 마을, 세대수 1만2545세대… 행정 최 일선에서 한 개 읍을 책임지고 있는 장이라면 이 정도는 줄줄 읊어야 할 것이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민원을 먼저 해결하고 출·퇴근길에도 지역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오며 주민의 안색까지도 살필 수 있는 사람. 우린 그런 책임자를 원한다. 유영찬(59) 진천읍장. 그는 6월 말일 자 명예퇴임을 앞두고 진천읍사무소에서 의미 있는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고3때 백곡면사무소로 발령

키가 훤칠한 유 읍장은 올 초 명예퇴임을 결정했다. 퇴임 후에는 “농사지으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겠다”고 했다. 고향 초평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모교인 구정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거쳐 10년째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진천읍에서는 이웃사랑후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주말마다 초평면 진암리 부모님이 살던 곳에서 농사짓고 밭 갈며 퇴임 후를 준비했다. 형제들, 어릴 적 친구들과 사리사욕 없이 자연과 벗하며 지내겠다는 생각이다.

5남매 중 장남인 그는 이장을 오래 보셨던 아버님을 곁에서 지켜봤지만 교직이 꿈이었다. “그러나 아버님이 갑자기 편찮으셔서 공직의 길을 가게 됐고 현재 아이들과 사위, 며느리 모두가 공직에 있으니 생각해보면 만족한 삶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장들과 유대 '큰 자산'

유영찬 진천읍장은 지난 74년 7월 공직에 입문해 40여 년을 진천에서만 보냈다. 그해 6월 고3 여름방학 한 달을 앞두고 측량시험을 준비하다 충청북도 공무원 5급 을류 시험에 덜컥 합격해 까까머리 고등학생으로 백곡면사무소에 출근했다. 그는 “7월20일이 여름방학이었는데 바로 출근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방학이라는 것을 가져보지 못했다”며 “까까머리 친구들과 찍은 졸업사진에 나만 머리를 길게 옆으로 빗어 넘긴 것이 지금도 보면 웃음이 난다”고 했다. 3년 후 그는 군(육군종합행정학교)에 입대했고 다시 초평면사무소에 복직했다.

그는 이후 이월면사무와 진천군청 건설과, 도시과, 환경과, 상수도사업소장, 지역개발과장, 안전건설과장을 등을 거쳤다. 토목직 기술공무원이었던 그는 “진천군 관내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직 생활 중 가장 뿌듯한 일로 각 읍면에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 사업 추진과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든 것을 꼽는다. 또 읍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담당 마을 이장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것도 큰 자산이 됐다. 그는 “각종 공사 현장에 있으면서 발파 등으로 주변마을 가축들이 놀라 낙태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주민과 실랑이를 벌이고 물어주는 일도 꽤 많았다”며 웃었다. 진천읍 소재지 정비 사업을 위해 1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일도 잊지 못한다.

민원 해결에 앞장선 공무원

그는 특히 읍장으로 재직하면서 주민건의와 민원 해결에 주력했다. 또 “읍내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불법 현수막,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불법주차 등등 정비해야할 환경문제가 눈에 많이 보여 사무실에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꾼이 되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 퇴임을 앞두고 예산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한 숙원사업이 가슴에 남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떠날 때는 말없이… 그는 “더 능력있는 후배가 진천읍, 진천군을 위해 멋지게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다. 후배들에게는 “고리타분한 얘기 일지 몰라도 직장도 가정이라 생각하면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고 능률이 오른다”며 “적극적으로 일하고 특히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중간보고, 마무리보고'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의 좌우명은 '근면, 성실, 정직'이다. '피해주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말을 가슴에 담고 지금 여기까지 달려왔다. “골프, 카드, 당구만 빼고 다른 것은 남들과 즐길 수 만큼 할 수 있다”는 그는 “잘 놀고, 잘 먹고,건강하다”고 자평하고 “취미인 농사와 함께 친구들과 실컷 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충북혁신도시 관리본부에 파견중인 박경희(58) 기획총괄팀장과 사무관 부부다. 박경희 사무관은 “유 읍장은 상 남자!”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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