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週報)로 이웃과 소통하는 행복한 목회자
주보(週報)로 이웃과 소통하는 행복한 목회자
  • 임현숙
  • 승인 2015.09.19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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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만 오 덕산제일감리교회 목사

▲ 김만오 목사가 목회자실에서 자신이 만든 책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뒤에 그의 저서  '그대가 참 고맙습니다' 책자가 선명하다.
▲ 김만오 목사가 목회자실에서 자신이 만든 책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뒤에 그의 저서
주보 칼럼 모아'그대가 참 고맙습니다'발간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요, 성공이다”


“추석에 부모님 꼭 찾아뵈세요. 부모님은 '괜찮다 괜찮다' 하시지만 이제나 저제나 자식을 기다리십니다.” 김만오 덕산 제일감리교회 목사의 말이다.

김 목사는 지난 6월 매주 발간되는 교회주보 한 면에 써 온 글들을 묶어 세상에 내 놓았다. '그대가 참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 책은 서울에서 성장한 김 목사가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면서 겪은 일화와 그때그때 느낀 감정,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대가 참 고맙습니다'는 책에 소개된 125개의 얘기들 중 하나로 봉평에 다녀오다 좌우에 펼쳐진 만추의 단풍을 보고 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나무에 대한 감사를 전한 글이다. 덕산면 용몽로 외길 따라 300여미터, 책속 저자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아담한 교회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종교 상관없이 생긴 '주보 독자'

덕산 제일감리교회의 주보를 보면 김 목사의 성향을 알 수 있다. 8면으로 구성된 주보는 여느 교회의 그것과 다르다. 지난 13일자 주보 표지는 '행복한 하늘가족이야기'라는 제목아래 김 목사를 중심으로 촬영한 백두산 천지연 방문사진 3컷이 자리하고 있다. 끊어진 압록강 단교를 배경으로 그는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촬영에 임했다.

주보라면 다음에 바로 예배순서가 나올 법한데 2·3면은 김만오 담임목사 칼럼이 자리하고 있다. '아 백두산'이라는 제목으로 그는 지난 7일에서 11일 백두산 통일기도회를 다녀온 방문기를 실었다. 4·5면에 가서야 주일오전예배 순서와 오후예배, 수요예배 등을 안내하고 있다. 6면은 만화로 보여지는 종교이야기이다. 7면은 교회소식이 전해지고 8면 마지막 장은 성도들의 소식을 전하는 하늘가족 이야기와 예배안내, 교회약도가 그려져 있다.

김 목사는 “일주일에 한번 교인들만 보는 주보가 아니라 이웃들도 부담없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주보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좋은 글을 발췌해 실었고 몇 년 전부터는 내 주변 얘기를 편안하게 쓰고 있는데 그 후로 종교와 상관없이 주보 독자도 생기고 많은 이웃들이 관심을 보이더라”며 “최근 책을 내보라는 권유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금번 김 목사가 발간한 책자의 모든 내용은 주보에 실었던 칼럼을 모아 보완한 것이다.

만학으로 목회자의 길에 서다

김 목사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다. 그는 어릴적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가하지도 못했고 학원 청소를 하며 틈틈이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해 23세에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신문팔이부터 건강보조기구 외판원, 노동 등 온갖 힘든 일을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20세 때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26세에 감리교 신학대학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아주 밑바닥까지 힘든 삶을 사는 인생들에게 삶의 희망과 구원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1983년 대학 졸업직후 그는 친구의 권유로 옥산 사정리 5평 셋집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고 1986년 덕산면 용몽리 30평 셋집에서 창립예배를 드렸다. 현 교회에 자리한 것은 2004년이다. “첫 창립예배를 교인도 없이 가족 4명이 드렸다”는 그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온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덧붙여 스스로를 '빚진 자'라고 말하고 “툭하면 밥 굶던 밑바닥 생활에서 어느 날 깨보니 '있는 사람'이 돼 있더라”며 “빚진 자로서 이웃과 사회에 빚 갚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하늘가족과 행복한 삶 '감사'

김 목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자녀교육을 걱정하지만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실력에 맞는 학교에 가면 행복한데 실력이상의 학교에 가려니 불행하다”며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이어 “출세가 성공이 아니며 사람들은 각자의 삶이 다르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의 자녀들은 공주사대(중등교사)와 서울대(박사)를 각각 졸업했다.

그는 “별도의 공부 없이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원하는 삶을 살고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을 '하늘가족'이라 부른다. 그는 “하늘가족들과 더불어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기업체 영어강사로 출강중인 아내(윤정희)의 교회영어강의도 감사하고 월드비전 진천지회장으로 차상위 계층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상담을 통해 사랑을 나눌 수 있어 또한 감사하다. 김만오 목사의 웃는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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