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없이 행복하게 자연 벗 삼아 산다”
“욕심 없이 행복하게 자연 벗 삼아 산다”
  • 임현숙
  • 승인 2015.10.08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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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영 화 백곡면 번영회장

4대째 가업인 제재소 접고 고품질 참숯 생산
“백곡서 받은 것 너무 많아 지역에 힘 보탤 터”


▲ 정영화 백곡면 번영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백곡참숯' 마당에서 참숯을 들어 보이며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 정영화 백곡면 번영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참나무 타는 연기가 만뢰산 기슭을 하얗게 물들인 이른 아침 백곡면 구수리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산사람'이다. 세상에 상관하지 않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만뢰산처럼 그는 느릿한 걸음으로 세상을 들락날락 한다. 평생을 백곡에 살면서 그곳의 산과 시냇가에 흐르는 물이 좋고 인심 또한 좋아 매일이 행복한 그는 산의 언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한다.

“평생 나무만 알고 지낸 내가 아는 게 뭐 있겠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나를 불러주니 수긍하고 그저 감사하다.” 지난 7월 백곡면 번영회장으로 선출된 정영화(69) 씨를 만났다.

“한다면 하는 사람”

그는 만뢰산 기슭을 활보한다. 백곡 구수리에서 태어나 백곡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천읍까지 걸어서 중학교에 갈 수 없어 본가를 떠나 온양 외가에서 중학교를 나왔다. 졸업 후 그는 다시 백곡으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백곡에서 한 길 인생 참나무, 참숯과 벗하며 평생을 살았다. 한때 백곡면 번영회장, 백곡중·백곡초 육성회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진천지역 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임무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는 (사)임업후계자협회 진천군지회장을 10년 넘게 맡고 있다.

그는 “산림은 환경적 문제이며 우리 생활의 기초 문제로 의식주만큼이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소중한 부분”이라며 “특히 산림을 가꾸고 만드는데 100년이나 걸리는데 잘 가꿔진 묘목을 정책 때문에 훼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번 백곡면 번영회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백곡이 힘을 받고 발전하고 있고 내가 필요하다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며 “평생을 백곡에서 살면서 받은 혜택이 크다”고 했다.

그의 지인은 “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말이 없는 사람 같지만 재미있게 말하고 때로는 언어유희를 즐기는 듯 말 속에 뼈가 있다”며 “어려운 일 일수록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오래된 백곡참숯 운영

정 회장은 백곡에서 가장 오래된 '백곡참숯'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집안은 4대 째 백곡에서 제재소를 운영해왔으며 그는 45세가 되던 해 본인 이름을 딴 영화참숯을 시작했다. 영화참숯은 2010년에 백곡참숯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식당용 참숯은 물론 공기정화 등을 위한 가정용 검탄과 백탄, 숯가루 등을 생산하고 있다. 9개의 숯가마를 갖춘 백곡참숯은 백곡 내 11개 참숯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업체다.

그는 “숯은 스스로 물을 빨아들이고 뿜어내기 때문에 가습효과가 탁월해 구매자들이 먼 곳에서부터 일부러 찾아온다”며 “특히 신 김치에 숯을 넣으면 신 맛이 가실정도로 효과가 즉각적이고 탁월하다”고 숯의 효능을 설명했다.

현재 진천 백곡의 검탄은 전국 유통량의 70%나 차지할 정도로 특산물로 유명하다. 연간 생산량은 약 2만t 정도이며 그중 10% 정도가 백곡참숯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체들은 숯을 굽는 과정에서 소량 추출되는 목초액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는 “국산 참숯은 전체 유통량의 30%정도 일뿐 대부분의 숯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숯 공장 근방에 3300㎡ 터를 마련하고 내년쯤엔 숯가마 찜질방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제대로 된 숯가마 찜질방을 갖추고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면 백곡 숯채화 단지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어른으로 공경 받아

사람들은 그를 지역의 '어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운철 백곡면장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지역을 돕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정 회장은 드러나지 않는 지역 '어른'으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라며 “지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상의드릴 수 있는 한 분”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장래를 얘기하며 “욕심을 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는데 나이 들어 세상에 나서 자칫 실수할까 걱정이 된다”며 “60여 명의 회원들과 잘 협조해 나가면 문제가 없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고 한다. 산의 정기가 사람을 착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어머니 품에 안기면 모든 자식들이 다 착해지는 것과 같다. 백곡 만뢰산 기슭에서 만난 정 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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