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과 깡으로 승부한다. 베테랑 강력계 형사
악과 깡으로 승부한다. 베테랑 강력계 형사
  • 임현숙
  • 승인 2015.11.0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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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진천경찰서 수사과장
27년 재직 중 수사형사만 23년…범죄소탕 전념
아들 경찰시험 합격으로 부자(父子)경찰 자부심



▲ 이찬희 진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에 있어서는 철저한 형사지만 가족밴드를 운영할 정도로 다정한 가장이기도 하다.
▲ 이찬희 진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에 있어서는 철저한 형사지만 가족밴드를 운영할 정도로 다정한 가장이기도 하다.


이찬희(52), 그는 형사다. 진천경찰서 수사과장이다. 그는 어린 시절 형이 입은 경찰제복에 반해 경찰이 됐는데 제복(制服)을 입는 날 보다 사복(私服) 입는 날이 더 많다. 비록 그렇게 입고 싶었던 경찰제복을 예를 차려야하는 공식적인 모임에서나 입게 됐지만 그는 형사로 사는 것이 '천직'이라는 생각이다. 이찬희 수사과장(경감) 사물을 꿰뚫는 날카로운 눈매에 자동차 위를 붕붕 날 것 같은 날렵한 몸매를 상상했지만 그의 첫 인상은 범인들의 하소연에 따뜻한 눈물을 훔칠 것 같은 느낌이 더 크다. 27년 경찰생활 중 23년을 브레이크 없이 수사과 형사로 달려온 그의 거친 인생을 들여다봤다.


농산물 절도 강력사건으로 수사
최근 관내에서 벼 수확을 부탁받은 50대 농부가 엉뚱한 논에서 벼를 베었다가 하마터면 절도범으로 몰릴 번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찬희 수사과장은 “사건 조사 내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표현했다.

이 과장은 “아침 회의 때마다 수확철 농산물 절도를 강력사건 차원에서 수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올 정도로 예민하다”며 “농부들이 1년 동안 고생해서 수확하는데 그것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허탈하겠느냐”며 “당연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청주대를 졸업하고 육군 복무 후인 1989년 일반경과(一般警科) 경찰이 돼 충주경찰서 수사과에 발령받았다. 발령과 동시에 당시 유명했던 '미용실 강도사건'에 차출돼 안양경찰서에서 4개월을 근무했고 그 후 1995년 충북경찰청 수사과 강력계를 거쳐 2008년에는 청주 흥덕경찰서 강력수사팀장,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 근무와 2011년에는 당시 청원 청남경찰서 형사팀장으로 발령받았다. 이어 그 이듬해 충북경찰청 마약수사대를 거쳐 지난 1월 진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그간의 행적을 얘기하며 “범죄가 발생했을 때 형사들의 일상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며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로 정의롭지 못했던 내가 지난 27년간 형사로 살면서 생각과 생활이 많이 정의로워졌다”고 했다.

“형사는 철저한 사명의식 필요”

과거 그는 나쁜 일 하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요즘은 '왜 범죄를 저질렀을까'에 먼저 마음이 간다. 그는 “강력범죄를 제외한 많은 사건이 사람 사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람 냄새나는 사건이고 내가 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여유가 생기고 딱한 마음까지 생기더라”고 덧붙였다.

진천경찰서는 지난 2/4분기 살인·강간·강도·절도·폭력 등 5대 범죄 검거율이 82.6%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13.5% 상승했다. 1~9월까지 절도 검거율도 지난해 동기간 대비 10% 상승했다. 그 결과 2/4분기 충북도내 우수 형사팀 선발 1위, 상반기 치안성과평가에서 도내 3위, 민원(고소·고발)상대 본청모니터링 결과 고객만족도평가 전국 12위 도내 1위, 수사 도내 1위, 검거실적 3위 등 우수한 성과를 냈다.

그는 특히 민원인 접촉이 많은 지능팀 사무실을 넓은 장소로 이전해 조사환경을 개선한 것과 최근 전 진천군의회 의장 폭행치사사건에서 유족측이 부검을 원치 않았으나 강하게 부검을 설득해 혐의를 입증한 것을 기억할 만한 일로 꼽았다.


가족밴드 운영하는 정 많은 가장
그는 지난 10월 21일 제70회 경찰의 날에 경찰종합학교에서 연수를 받는 아들(24)로부터 '경찰의 날 기념, 아들이자 후배'라고 적힌 작은 화분을 받고 가슴이 뜨거웠다고 했다. 평소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아들이 어느덧 후배가 돼 마음을 전해온 것이 너무 기분 좋았던 것이다.
그는 “경찰시험에 합격한 것도 고마운데 후배라는 단어로 찾아온 아들이 너무 대견했다”며 “아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정의로운 경찰이 될 거라 굳게 믿고 항상 청렴·배려·권위의식 없는 경찰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형사는 '살인죄 ·절도죄 등과 같이 형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 또는 형사사건의 수사를 전문으로 한다. 가장으로서 그는 '살아가는 울가족'이라는 가족밴드를 운영할 정도로 정이 많고 다정다감하다. 캠퍼스 커플로 만난 부인 장양옥(52) 씨도 “그가 형사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유머 많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말한다. “요즘 경찰들의 수사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형사는 철저한 사명의식이 없으면 힘들고 더불어 가족들의 희생이 크다. 홀로 가정을 훌륭하게 지켜내는 형사아내들에게 감사하다.”

안전하고 범죄 없는 사회를 위해 잠복근무를 하며 차안에서 빵이나 과자 따위로 식사를 대신하는 형사들. 그들이 있어 주민들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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