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과 아늑함이 자리한 숲속의 효행마을
효심과 아늑함이 자리한 숲속의 효행마을
  • 이창복
  • 승인 2015.11.1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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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면 사곡리 사지마을
충북기념물 134호 효자각 주민들 효행심 높여
550년 된 느티나무 아래가 마을 사랑방 역할

▲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사지마을'명을 새겨 넣은 마을 표지석이 가장 먼저 반긴다.
▲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사지마을의 대표적 풍경은 삼태기를 닮은 '아늑함'이다. 마을 북쪽으로 자리한 옥녀봉과 굴암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마을을 마치 필요한 곡식이나 물건들을 담아두던 삼태기처럼 고즈넉이 감싸고 있다.
옥녀봉과 굴암봉은 북풍을 막아주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남향은 따뜻함을 더해 삼태기 모양과 더불어 아늑함이 가득한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을 닮아 아늑함과 따듯함이 뚝뚝 묻어나 정감 있는 사람들이 숨 쉬며 살아가는 마을 이월면 사곡리 사지마을을 찾아본다.

▲ 마을 바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1448년 세종에 의해 건립되 김덕숭 효자각. 마을에 살고 있는 김덕숭의 후손들이 효자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 마을 바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1448년 세종에 의해 건립되 김덕숭 효자각. 마을에 살고 있는 김덕숭의 후손들이 효자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효의 마을
예전의 마을이름은 뒷산 줄기의 형상이 사자를 닮았다고 해서 獅地라 했는데 일제강점기 지명을 沙地로 적어 여태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원래 사지마을은 한산이씨(목은 이색의 손자 총제공 숙당의 자손)와 강릉김씨(모암 김 덕숭의 자손)의 집성촌으로 이루어졌다. 한때는 100여 가구가 사는 큰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50여 가구 13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 뒷산에는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이 입산수도한 장소로 전해져 오는 중악석굴(일명 장수굴)이 있고, 바로 그 옆에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입상(지방유형문화재 제 124호)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과 이어진 바로 뒤편에는 마을의 자랑인 효자각이 위치하고 있다.

효자각은 조선시대 세종 때 효자 김덕숭(金德崇 ?~1448)의 효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정려(旌閭)로 세종이 김덕숭이 세상을 떠난 1448년 그의 효행을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 기록하고 정려를 건립했는데 정려 지붕 맨 꼭대기의 기와 두 개를 직접 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마을 김덕숭의 8대손인 김남부(남, 66세)씨는 “지금도 후손 여덟 가정이 마을과 효자각을 지키며 사지마을에 살아가고 있다”며 “자랑스런 마을의 유산인 효자각을 보며 지금도 효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으며 마을의 젊은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효 마을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효자각은 2005년 3월 11일 충청북도기념물 제134호로 지정됐다.


▲ 사지마을 전경. 마을 북쪽으로 자리한 옥녀봉과 굴암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마을을 마치 필요한 곡식이나 물건들을 담아두던 삼태기처럼 고즈넉이 감싸고 있다.
▲ 사지마을 전경. 마을 북쪽으로 자리한 옥녀봉과 굴암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마을을 마치 필요한 곡식이나 물건들을 담아두던 삼태기처럼 고즈넉이 감싸고 있다.


500년 넘은 느티나무 마을 수호자
마을회관으로 들어서면 회관 앞마당에 수령 550년이 넘은 느티나무의 웅장함과 장관이 거대한 수채화마냥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5백 년이 넘게 때로는 마을의 수호자로 때로는 마을의 증인으로 묵묵히 한 자리를 그렇게 지켜왔다.

이완희 이장은 “수령이 이만한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마도 북풍한설을 막아준 마을의 지형 때문인 것 같다”고 느티나무의 장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 느티나무는 나무둘레 4.2m에 높이는 무려 11m에 이른다. 진천군은 지난 2010년 1월에 이 느티나무를 보호수(진천 46호)로 지정했다.

박효덕 청년회장은 “얼마나 많은 소원과 바램의 눈물이 이 느티나무의 양분이 돼 줄기로 잎으로 자라 여기까지 이르렀을까 생각하면 늘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우리 후손들은 앞으로도 이 느티나무를 정성껏 돌봐 마을의 상징으로써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느티나무가 마을의 상징이 되면서 그 옆에 자리한 정자는 자연스럽게 모임의 장소가 되고 있다. 더운 여름에는 느티나무를 그늘삼아 더위를 피하는 장소가 되고 명절 때는 고향을 찾는 귀향객과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듣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매년 정월 대보름 이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의 무사안녕을 비는 당산제는 마을의 축제처럼 치러지는 중요한 행사다.


▲ 사지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활기찬 모습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 사지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활기찬 모습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서로 도우며 마을 이끄는 조직들
사지마을 노인회 40여 명의 회원들은 농한기 경로당에 소득사업을 전개한다.

신대묵 노인회장은 “지난해 농한기 때 차량부품으로 사용되는 부품의 조립작업을 회원들이 실시해 185만 원의 소득을 올려 마을경비로 값지게 사용했다”며 “농한기에도 열심히 일하는 생산적인 노인회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부녀회는 이 마을의 핵심 조직이다. 정월대보름 잔치, 어버이날 효도관광, 초복에 복달임행사, 12월에는 대동계등 모든 마을의 잔치의 음식 준비에서부터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까지 부녀회가 중심이 돼 마을의 행사를 이끌어 간다.

30세에서 55세까지의 마을 청년 16명으로 구성된 청년회도 이에 못지 않다. 마을의 행동대장으로 마을 행사에 허드렛일을 모두 담당하며 열심히 돕는다. 타 마을에 비해 청년회가 젊고 그 수도 많다. 박효덕 청년회장은 “내년에는 마을길에 매실을 심어 산뜻하고 깨끗한 마을을 만들도록 모든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지마을의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는 어느 한 조직도 마을 일에서 뒤지지 않는다. 서로 돕고 이해하는 그 열심의 교집합이 사지마을의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 사지마을 사람들]

이완희  이장
이완희 이장
“시내버스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로 넓혀야”
이완희 이장은 마을을 이끌어 가면서 늘 불평없이 따라와 주는 주민들이 고맙다. 그는 특히 마을 숙원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마을 진입로가 좁아 생활하기 불편하다”며 “마을 안길이 너무 비좁아 오고가는 차량이 서로 교행이 어렵고,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못해 멀리 큰 도로까지 걸어 나가야 한다”며 “마을 어르신들이 진천 등지에 편히 오고 가실 수 있도록 6m 정도의 도로로 확장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깨끗하고 오염 없는 살기좋은 청정마을을 만들기 위해 농촌 지역 여건상 발생하는 폐비닐, 폐농약병 등을 주민들과 협조해서 철저히 수거해야 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였다.









신대묵 노인회장
신대묵 노인회장
“서로 더불어사는 인심좋은 마을 만들자”

한복을 맵시 있게 입고 있는 신대묵 노인회장! 82세의 연세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치고 건강하다.

신 노인회장은 “한산이씨와 강릉김씨의 집성촌으로 이루어졌지만 우리 마을 만큼 화합과 협동이 잘 되는 마을이 흔치 않다”며 “앞으로도 마을의 자랑인 화합과 효의 전통을 이어나가는데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또 그는 “깨끗한 마을은 깨끗한 마음에서 출발하기에 주민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인심 좋은 마을이 되도록 노인회가 앞장 설 것”이라며 “마을의 아늑함처럼 주민 모두가 넉넉한 인심으로 살기 좋은 마을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라명남  부녀회장
라명남 부녀회장
“크고 작은 마을 일, 내일처럼 돌봐야죠”
“농촌 마을의 부녀회원들처럼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는 라명남 부녀회장.

40여 명의 회원들이 똘똘 뭉쳐 사지마을의 평화와 화합을 지켜나가고 있다. 매년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약방의 감초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바로 부녀회원들이다.

라 부녀회장은 “1년에 수차례 있는 마을의 큰 행사도 서로서로 이해하고 돕는 회원들이 마치 내일처럼 나서서 돕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잘 치러내고 있다”며 “이런 것이 사람 사는 맛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늘 열심을 내며 즐겁게 일하는 회원들의 협조가 감사하고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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